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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애순이, 금명이 그리고 그들의 아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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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1인2역
"광례→애순→금명→새봄 마음 이어졌다"
"폭싹 찍고 새 앨범에 그 노래 만들기도"
"대본 읽고 무슨 일 있어도 하겠다 결심"
"애순이 금명이 닮은 나…다 이해되더라"
"꿈 꺾인 애순의 삶? 애순은 성공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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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배우이자 가수인 아이유(32·본명 이지은)가 지난해 2월 내놓은 앨범 '더 위닝'(The Winning)엔 'Shh'라는 노래가 있다. 경쾌하고 빠른 곡인데 가사는 의미심장하다. 특히 이 대목. "서로를 이어/How special we are/참 시시하게/혹은 비범하게/한 조각 씩 내어준/그 이름 Shh" 이 노랫말을 한참 음미하다가 넷플릭스 시리즈 '폭삭 속았수다'를 보면 아이유가 이런 노래를, 이런 가사를 왜 만들었는지 알 것만 같다. 광례가 애순에게, 애순이 금명에게, 금명이 새봄에게 줬던 그 사랑을 알 것만 같아서다. 게다가 해녀 이모들이, 춘옥이, 인옥이 이들에게 보내준 지지는 또 어떠한가. 말하자면 '폭싹 속았수다'는 시시해 보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그 마음을 한 조각 씩 내어줌으로써 연대해서 살아간 이들의 이야기다.

"아마 제가 '폭싹 속았수다'를 안 했다면 이 노래는 훨씬 늦게 나왔을 겁니다. 항상 머릿속에 가지고 있던 테마인데 구체화하지 못 했거든요. 그러다가 '폭싹 속았수다'를 찍은 뒤에 자연스럽게 이 노래가 나온 거예요. 앨범이 나왔을 땐 이 노래가 어떻게 만들어진 건지 다 말할 수 없었어요. 시리즈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이제 앨범 나온지 1년이 지나서야 말할 수 있게 됐어요."

아직 2025년이 9개월이나 더 남아 있지만, 임상춘 작가와 김원석 PD가 합작한 '폭싹 속았수다'는 벌써 올해 가장 사랑 받은 시리즈가 될 것만 같다. 1960년대에서 시작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세월을 아우르면서, 곡절 많은 한 가족의 삶을 5대에 걸쳐 담아내고, 그 수많은 시간과 관계 속에서 얽히고 설킨 감정을 꼼꼼히 들여다본 뒤 치밀하게 그려낸다. 이 정성 덕에 그저 꾸며진 한 가족의 개별적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 혹은 우리의 이야기로 확장돼 보편화한다. 그래서 '폭싹 속았수다'를 본 사람들이 그렇게 울었는지도 모른다.

수많은 캐릭터가 등장하고 이들이 각기 다른 역할을 하며 각자의 이야기를 이끌어 가긴 하나 '폭싹 속았수다'는 결국 광례와 애순과 금명 모녀 3대의 이야기다. 딸이 나보다 잘 살았으면 하는 엄마, 엄마도 잘 살았으면 하는 딸, 나처럼 살지 말라는 엄마와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라는 딸이 서로 할퀴고 어루만지며 살아간다. 서로 싫어하지만 사랑해마지 않는 이들의 이야기는 평범하고 미약해서 오히려 더 애틋한 여성 서사가 된다. 그래서 아이유는 "대본을 읽고 저릿했다"고 말했다.

"작가님이 그 마음을 아끼고 아껴서 써주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마음을 이어가기 위해서 광례와 애순과 금명이 어떻게 살았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광례가 그렇게 물질을 해가며 애순을 지켰습니다. 애순은 밥상을 엎어서 금명을 지켜냈고요. 애순이 그렇게 지켜낸 금명이를 보면서 새봄이는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을 거예요. 이전 세대를 향한 존경, 지금 세대에 대한 지지, 다음 세대를 위한 응원이 이렇게 잘 담겨있을 수 있을까요."

아이유는 임상춘 작가에게 직접 출연 제의를 받았다. 제의가 들어왔을 때 이미 하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임 작가를 만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땐 더 간절해졌다고 했다. 그날 대본을 받아와 읽고 나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작품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작가님에게 제안을 받은 날 마침 쉬는 날이어서 바로 택시를 타고 작가님 작업실로 갔어요. 대략적인 스토리를 설명해주시고, 몇 장면에 관해 말씀해주셨습니다. 애순과 관식이 아이를 낳은 금명을 보러가는 대목에서 아이보다 금명의 상태를 먼저 체크하는 장면이나 관식이 금명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을 걸어 들어가는 장면 같은 거요. 그 얘기만 들어도 하고 싶더라고요. 대본을 받아서 급하게 집에 온 뒤에 호로록 다 읽었습니다. 초반부 대본만 나온 상태여서 작가님이 말한 부분이 없었는데도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대단한 글이었습니다. 언제 만들어지든지 기다릴 생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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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는 애순과 금명을 모두 연기했다. 애순의 청년 시절과 애순의 젊은 시절을 똑닮은 금명을 맡았다. 그는 애순의 10대부터 대략 30대까지를, 금명의 20대부터 50대까지를 살았다. 각기 다른 시대와 나이의 애순과 금명을 연기하는 게 이제 30대 초반인 아이유에게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그는 그런 어려움이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다고 했다. "당연히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지만 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습니다." 오히려 아이유는 자신이 애순과 금명을 모두 닮아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그들이 꼭 저 같더라고요."

"저도 애순·금명처럼 꿈도 많고 욕심도 많아요. 그들만큼 지기 싫어하고요. 물론 제가 그들처럼 매사 긍정적이고 그들만큼 사랑스럽지 않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저 역시도 이들처럼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려고 하고 또 그렇게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제가 하고 싶은 것들, 제 꿈을 다 못 이룬다고 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수 있는 맷집이 있습니다. 그래서 전 애순과 금명이가 이해되지 않는 게 하나도 없었어요."

'폭싹 속았수다'에서 아이유는 참 많이 운다. 엄마 보고 싶어서 울고, 엄마가 미워서 울고, 엄마한테 상처 줘서 운다. 사는 게 고달파서 울고, 세상에 상처 받아서 울고, 나만 못난 것 같아서 운다. 아이유는 각기 다른 이유로 거의 모든 에피소드에서 눈물을 쏟아야 했다. 그런데도 그 눈물은 어느 한 장면 억지스러운 데가 없다. 그는 "이렇게 많이 울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면서도 "울 수밖에 없는 감정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어렵진 않았다"고 말했다. "하루에 저에게 허락된 제 몸 속 액체의 총량이 있어서 액체가 부족한 날이 있더라고요.(웃음) 정말 슬픈데 눈물이 콸콸 안 나와서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최대한 수분 보충을 잘하려고 했었어요.(웃음) 하지만 그게 억지로 눈물을 짜내야 하는 게 아니어서 괜찮았습니다."

그렇게 눈물을 쏟으며 아이유는 어머니를 생각했다고 했다. 교대 근무를 해야 했던 엄마, 그래서 나를 잘 챙겨주지 못하는 것만 같은 엄마, 지금의 내 나이보다 어릴 때 나를 낳았던 엄마를 떠올렸다. "어릴 땐 마냥 엄마가 제게 잘해주지 못한다고 생각했었어요." 아이유 어머니는 아직도 일을 한다고 했다. "말하자면 엄마는 저희 집의 양스타죠. 저희 가족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 저희 가족의 최애예요. 그렇게 저희 엄마가 저희를 건사하셨더라고요. 어릴 땐 잘 몰랐죠. 제 생일을 제대로 안 챙겨줬던 게 마냥 서운했을 때가 있었으니까요.(웃음) 제가 지금도 그 생각을 한다니까요. 그런데 엄마가 바로 금명이 같아요. 엄마가 금명이와 나이가 비슷하기도 하고, 게다가 저희 외가가 제주도예요."

극 중 애순은 말한다. "그 봄에 꿈이 꺾였다"고. 애순은 관식과 결혼해 금명을 낳으면서 부엌에 눌러 앉게 된다.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졸업장을 따고 문학소녀의 꿈을 평생 잃지 않았지만, 그의 삶은 결국 그 한 두 평 부엌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유는 "애순의 꿈은 결코 꺾이지 않았다"고 했다. "애순은 누구보다 성공했다"는 게 그의 해석이었다.

"글쎄요. 전 애순의 삶이 성공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전혀 받지 못했어요. 오히려 이렇게 인생이 꽉 차 있을 수 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애순은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수많은 감정을 느꼈어요. 그 사람들과 연대하고 사랑도 했죠. 인생 전체 관점에서 보면 이건 정말이지 성공한 삶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도 인생을 다 살고 죽음을 앞둔 상태에서 삶을 되돌아볼 때 그런 감정의 충만함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전 애순이를 정말 사랑하고 아낍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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