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대공 미사일인 패트리엇은 요격 고도가 15~40㎞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40~150㎞), 천궁-Ⅱ(15~20㎞) 등과 더불어 한미 연합 방공망을 구성하는 핵심 체계다. 미군은 현재 PAC-2·PAC-3 등을 혼합한 12개 포대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각 포대는 오산, 평택 등에 분산 배치돼 있다. 군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미군 기지 경계용 성격이 강하지만 핵심 요격 체계를 한반도 밖으로 순환 배치한 건 전례가 드문 일”이다. NBC는 지난달 30일 3명의 정부 관리를 인용해 “헤그세스 장관이 아시아에서 중동으로 적어도 2개의 패트리엇 포대를 이동시키는 것을 승인했다”고 했다. 이 시기 미 공군의 전술 수송기인 ‘보잉 C-17 글로브마스터 III’ 15대 이상이 오산 공군기지에 내렸다가 바레인으로 향한 항적(航跡) 등이 포착돼 이런 관측에 힘이 실렸다.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선 경북 성주의 사드의 일부 재배치 가능성까지 거론됐지만 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래픽=김현국 |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동맹의 방어 능력을 감소시키는 것이고 인도·태평양을 우선시하겠다는 트럼프 정부 공약과도 상충되기 때문에 중요한 전개”라고 했다. 그는 “북한은 남한을 공격할 수 있는 단거리, 중거리 미사일 부대를 대폭 증강시켰다”며 “여기에는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미사일뿐만 아니라 기동 가능한 탄두를 탑재한 극초음속 미사일도 포함된다”고 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폭주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주한 미군의 ‘유연성’과 일부 자산의 한반도 밖 전개가 북한 등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 석좌는 “미군 자산은 특정 지역에 영구적으로 고정돼 있지 않고, 전략적 요구에 따라 가장 긴급한 곳에 배치될 수 있다”면서도 “한미 동맹의 경우 재배치 결정은 연합사령부와 고위 정책 입안자들 사이에서 철저하게 조율돼야 한다. 동맹이 북한의 공격을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확신하지만, 아시아 지역의 군사적 균형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 후보자 등 미군은 북한을 실질적인 우려로 인식하고 있다”며 “한국군은 북한의 재래식 공격에 맞서 방어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지만, 중동 지역에는 여기에 상응하는 동맹국이나 파트너가 없다. 한반도에 대한 지원이나 방위 공약을 철회하기보다 후티 위기에 대응하고 잠재적 분쟁 확대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미 국방부와 (정부의) 중국 매파들이 다른 지역들보다도 인도·태평양에 훨씬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가정이 있었기 때문에 흥미로운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했다. “오바마 정부는 중동에서 아시아로 방향을 전환(pivot)하려 했는데, 적어도 지금은 제한적인 범위 안에서 다시 중동으로 전환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지난 2월 국방부에 배포한 ‘잠정 전략 지침’에는 미국은 중국의 대만 침공 저지, 본토 방어 등을 우선으로 하고 동맹이 북한·러시아 등에 대한 억제를 주도한다는 내용이 담겨 논란이 됐다.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는 “특정 사례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한국의 안보 기획자들은 트럼프 정부가 한반도에만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전략의 일환으로 한국을 바라볼 것이라는 가정하에 (군을) 운영할 필요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중국의 위협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도록 (군을) 재편성하고 있고, 한국군이 강력하고 유능하기 때문에 패트리엇 같은 추가 자원을 한국이 자체적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깔려있다”고 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지난달 21일 워싱턴 DC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