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 News1 윤일지 기자 |
"미국이 주요 시장이던 알루미늄 가공 사업부는 철수하려고요. 사업부 지난해 매출이 55억 정도인데요. 접게 되면 전체 매출에서는 10%가 사라지는 셈입니다. 이익으로만 따지면 연간 수억 원 손해를 보게 되겠네요. 그래도 관세 25%를 내느니 해당 사업부를 접는 게 덜 손해니까요."
(서울=뉴스1) 이민주 이정후 김형준 장시온 기자 =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이 모든 수입품에 대해 전면적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면서 수출 중소기업들이 불안감에 떨고 있다. 상호 관세 부과로 무역협정이 사실상 백지화되자 직접 수출 기업은 물론 납품사들도 간접적인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 시각) 상호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각국에 대한 관세율을 공개했다.
상대적으로 대응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들은 상황 파악도 벅차다며 한숨을 쏟아냈다. 일부 조합은 이날 급히 대책회의를 열기도 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철강·알루미늄 및 파생상품 수출 중소기업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수출 중소기업 10곳 중 4곳은 정확한 관세 정책조차 알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부과에 대응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10곳 중 3곳에 그쳤다.
이택성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오늘 발표를 보고 정확한 정보와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 기존에 발표한 자동차 등 품목에 적용한 관세와 이번 상호관세가 중복 적용인지를 확인하는 중"이라며 "(관세 정책) 발표가 일관성이 없어 상황을 차분히 지켜보며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일부 사업을 접겠다는 곳도 있다. 경기도에서 금속 제조업을 영위하는 대표 이 씨는 "자사 알루미늄 사업부 쪽은 이번 관세 부과 조치에 따라 접으려고 한다"며 "알루미늄 사업부의 경우 미국 수출 물량이 대부분인데 관세 25%를 내고는 도저히 (수출을) 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쪽 사업부 매출이 연간 55~60억 원 정도 되는데 통째로 사라진다고 하면 매출은 10%가 빠지고 이익으로 하면 6억 이상이 사라지는 셈"이라며 "(정부가) 대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은 아닐 것이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고 덧붙였다.
충북 청주 리튬전지부품 제조업체 폴 역시 미국 수출을 위해 인접국인 캐나다에 공장을 세울 계획이었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 News1 윤일지 기자 |
미국에 직접 제품을 수출하지 않고 수출사에 부품 등을 납품하는 하청 중소기업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설비업체를 운영하는 대표 조 씨는 "직접 수출을 하지는 않지만 하청을 받아 납품을 하는 입장에서도 수출 물량이 줄어들면 우리 일감도 줄어드는 등 간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관세 부과에 따라 원가가 높아지고 제품가도 높아지면 소비가 줄어들면서 발주도 줄어드는 연쇄적인 효과가 우려된다"고 했다.
다수 기업들은 이번 관세부과 조치의 피해가 2~3개월 뒤 가시화할 것으로 내다보며 정부의 지원책 마련을 당부했다. 중기부가 이날 290억 원 규모의 관세 피해 기업 전용 수출바우처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충분하지 않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인천 소재 화학 관련 제조사 대표 김 씨는 "정부 사람들이 회사에도 오고 회의도 열고 하는데 이렇다 할 지원책이 없어 현장에서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며 "수출바우처도 좋지만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주현 중소벤처기업연구원장은 "미국 시장에서 자국 제품과 경쟁하는 업종은 상호관세가 적용되는 즉시 피해를 볼 것"이라며 "화장품, 철강, 반도체, 장비, 기계 쪽 영향(피해)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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