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입에 출렁인 증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가 발표된 3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0.76% 하락한 2486.70으로 마감했다. 문재원 기자 |
미국이 품목별 관세에 이어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국내 산업계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46%의 고율 관세가 책정된 베트남을 주요 생산기지로 둔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미 25%의 품목관세가 부과된 자동차·철강 기업들은 상호관세 제외로 “최악은 피했다”는 분위기지만, 향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3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이 베트남에 46%의 상호관세를 부과하자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회사는 스마트폰 물량의 절반가량을 베트남에서 생산해 미국에 상당량을 수출한다. 기업들은 제품값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밖에 없다.
막대한 타격이 우려됐던 가전업계는 미국으로 수출하는 가전제품의 주요 생산지인 멕시코가 상호관세 대상에서 제외돼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핵심 생산거점인 베트남과 인도(27%)에 고율 상호관세가 발표됐고, 향후 멕시코에도 변수가 생길 수 있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반도체업계는 상호관세 대상에선 빠졌지만, 향후 품목관세 부과가 예고된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워낙 복잡한 만큼 관세 부과에 따른 실익을 따져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제타격’(25% 관세)을 받은 자동차업계는 상호관세 대상에선 비켜나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면했지만 여전히 앞날이 걱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향후 협상 과정에서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를 비롯한 무역장벽 해소 카드를 강하게 들고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이날 서울모빌리티쇼에서 “관세 발표는 이전에도 설명이 있었기 때문에 크게 놀랍진 않다”면서 “당장 미국에서 자동차 가격을 올릴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도 이미 부과된 25% 품목관세 탓에 대미 수출 악화가 불가피하다. 포스코 관계자는 “상호관세로 차 등 전방산업 수출이 위축되면 철강업계에도 간접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류에 힘입어 미국 사업을 확대해온 유통업계는 수출 감소와 가격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패션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수출하는 기업이 많다. 한세실업의 경우 베트남에만 의류 봉제품과 원단가공 등 15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불닭볶음면’ 인기로 미주지역 매출 비중이 증가한 삼양식품은 이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수출지역 다변화 등 다각적인 대응 방안 검토에 들어갔다. 회사는 국내 공장 3곳에서 생산한 물량을 수출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현지 가격이 국내보다 높게 책정돼 있는데, 가격을 올리면 매출이 그만큼 안 나올 수 있어 고민일 것”이라고 말했다.
화장품업계는 미국이 주요 화장품 수출국에 비슷한 수준의 관세를 적용하면서 한국 제품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북미법인 매출 원가에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큰 타격을 주는 수준은 아니다”라며 “필요시 가격 인상 또는 프로모션 비용 관리 등 추가적인 방안을 고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도현·권재현·이성희·이진주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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