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전문가들은 본경기는 이제부터라고 말한다. 한국이 수출 경쟁국들과 엇비슷한 관세율을 받아든 만큼 ‘민관 원팀’으로 트럼프가 펼친 협상장에 들어가야 한다고 3일 강조했다.
3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컨테이너터미널에서 수출입 선적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뉴시스 |
◆수출 전진기지 베트남도 막혀… 기업 고심
삼성전자는 베트남에서 전 세계 스마트폰 생산량의 절반을 생산 중이고, LG전자는 중국에서 세탁기, 냉장고 등 8곳의 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양사 모두 베트남, 중국 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비율을 공개하진 않지만 상당한 타격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악의 상황은 아닌 게 그나마 다행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산 제품들과 경쟁하기에는 불리해졌지만 대미 수출국들과 비교하면 26% 관세율은 크게 불리하지 않다”며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굉장히 낮은 관세를 받아왔기에 상호관세 26%가 더해져도 경쟁국보다 나쁘지 않다”고 설명했다.
◆차·반도체 상호관세 피했지만 ‘산 넘어 산’
이번 상호관세에서 반도체·자동차는 제외됐지만 글로벌 메모리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여전히 긴장 상태다. 품목별 개별 관세와 보조금 재협상이 남아 있어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받기로 한 보조금만 약 7조6000억원에 달한다. 보조금이 취소되면 향후 공장 건설 차질이 불가피하다.
자동차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불공정 무역의 대표적 예로 한국 자동차 시장의 비관세 장벽을 꼽았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상호관세 부과는 피했지만, 부품이나 자재 등에 대한 관세는 어떻게 되는지 현재 명확한 내용이 파악된 게 없다”며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고 했는데도 한국에 26%를 부과한 것을 감안하면 개별 기업이 설득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수출중소기업들은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26%의 관세가 적용될 경우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과 주문량 감소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투자 여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의 경우 미국 진출이 사실상 불가능해 신시장 개척 외에는 방도가 없다.
경기도 소재의 한 식품업계 대표 A씨는 “제품가격에 상호관세가 반영돼 미국 내 판매가 줄어들 것”이라며 “미국 수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20%가량인데 판매량이 줄어 공장을 놀리게 되면 손해가 불가피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민관 합동 대책회의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관계자 등이 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민관 합동 미국 관세조치 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뉴스1 |
◆협상은 이제부터… 코리아 원팀 필요
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민관 원팀’으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유무역질서를 깨트리는 트럼프식 충격요법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촘촘한 전략 아래 대미 협상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날 한국경제인협회 주최로 서울 여의도 FKI타워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트럼프 상호관세,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세미나에서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잘하면 우리에게 기회가 되는 협상 기회를 가져올 수도 있다”며 “‘민관 합동 원팀 코리아’를 통해 대응해야 한다. 특히 현지에서의 대미 아웃리치 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이제 미국이 한국에 원하는 바가 정리됐다는 측면에서 미국과 협상할 틀이 마련됐다”며 “민관 원팀이 정확한 기획과 판단, 톱니바퀴 같은 준비를 통해 미국과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송은아·이동수·이복진·채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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