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곧 그만둔다" 언급 나와
퇴임 뒤에도 DOGE 영향력 지속
지난해 10월 5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대선 유세 집회 중 도널드 트럼프(왼쪽) 당시 공화당 후보 옆으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무대에 뛰어오르고 있다. 버틀러=AFP 연합뉴스 |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실세로 군림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정치적 최대 고비를 맞았다. 미국 위스콘신주(州) 대법관 선거에서 물심양면으로 지원사격한 후보가 민주당 후보에 패배하면서 공화당 내에서조차 그의 등판을 달가워하지 않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가 이끄는 미국 정부효율부(DOGE)도 싸늘한 여론에 맞닥뜨리면서 '정치인 머스크'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머스크에게 쏟아지는 불만
2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익명의 소식통 3명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내각 구성원들 및 측근들에게 머스크가 곧 DOGE 수장 역할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 또한 자신의 사업에 복귀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DOGE 수장을 맡아온 머스크는 연방정부 지출 삭감 및 인력 감축 등을 주도해왔다. 미 연방정부에서 '특별 공무원' 자격을 지닌 머스크의 임기는 관련법에 따라 1년에 130일 넘게 정부에서 일할 수 없어 5월 말 또는 6월 초에 만료된다.
이 소식의 내막에는 트럼프 행정부 내부 불만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간 미 공무원 사회에선 DOGE의 연방정부 기관 축소 과정에서 일방적인 해고 통보 및 업무실적 제출 압박에 따른 성토가 쏟아져 왔다. 최근 테슬라 매장에선 머스크에 대한 항의 시위와 방화 공격이 이어지는 한편 트럼프 취임 후 2개월여 만에 테슬라는 주가의 3분의 1을 잃을 정도로 머스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팽배한 상황이다. 결국 전날 위스콘신주 대법관 선거에서 머스크가 약 2,100만 달러(약 307억 원)를 쏟아부으며 지지한 후보가 진보 성향 후보에게 패배하며 "트럼프 행정부에서 머스크의 향후 역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진단했다. 머스크의 등판이 공화당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달 22일 미국 뉴욕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상대로 한 '테슬라 테이크다운' 집회에서 시위 참가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
머스크 영향력, 당분간 이어질 듯
다만 머스크가 공직에서 물러나도 미 행정부 내 그의 영향력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DOGE는 2026년까지 운영될 예정이며, 머스크가 임명한 고위 간부들 또한 머스크의 공직 임기보다 더 오래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AP통신에 "머스크가 비공식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고문 역할을 이어가고, 백악관 주변에도 가끔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머스크가 트럼프의 궤도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백악관은 폴리티코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엑스(X)를 통해 해당 보도를 "쓰레기(garbage)"라고 비난하며 "머스크와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머스크가 DOGE에서의 놀라운 업무를 마치면 특별공무원이라는 공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해 왔다"고 밝혔다. 머스크 또한 X에서 "가짜 뉴스"라고 일축했다.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