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3일 국회 앞에서 국회경비대원이 출입증을 확인하고 있다. 국회는 이날부터 6일까지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는 등 경비를 강화했다. 뉴스1 |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코앞에 둔 3일 여의도 국회에는 말 그대로 '태풍 전야'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결과에 따라 여야 정당이 처할 상황이 극단적으로 갈리기 때문이지만 양쪽 모두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선고 이후의 여론 변화에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탄핵이 인용되면 곧바로 대선 국면에 돌입하게 되는데 국민의힘의 경우 윤 대통령 강성 지지층의 움직임에 따라 경선 일정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연일 "선고 결과에 승복하자"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지만 현직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나는 충격파로 인해 곧바로 대선 모드로 전환하는 것은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될 경우 60일 이내에 조기 대선이 실시된다. 더불어민주당은 그간 물밑에서 준비해오던 대선 관련 조직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즉각 레이스에 돌입하겠지만 여당의 처지는 조금 다른 것이다.
윤 대통령을 응원해온 강성 지지층의 표심을 당에 대한 지지로 끌어오기 위해선 '애도 기간'이 불가피하다는 말도 나온다. 다만 선거일까지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이 문제다. 한 여당 관계자는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해 강성 지지층의 책임론 주장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설득하거나 진정시키는 것도 큰 숙제가 될 것"이라며 "후보들이 난립하고 경선 과정에서 '찬탄'과 '반탄' 주장이 오가면 본선 승리는 힘들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여당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선고 직후 어떤 입장을 내놓는지가 매우 중요하다"며 "결과를 수용하고 더 이상의 탄핵 반대를 자제해달라는 메시지를 내놓으면 그나마 대선을 치러볼 동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경우 속도감 있게 대선 레이스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탄핵 인용 선고가 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르면 6일께 당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 선거 준비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도층 여론까지 감안하면 벌써 대선에서 승리한 듯한 태도로 비치지 않도록 당분간 '로키(low-key)'로 움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선고 결과를 놓고 짧은 메시지가 나올 수는 있겠지만 대선 출마로 읽힐 수 있는 발언이 바로 나오진 않을 것"이라며 "기다렸다는 듯 출마 얘기를 꺼내는 건 좋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가 물러나면 박찬대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당 차원에선 조기 대선에 대비하기 위해 특별당규를 마련하고 경선 선거관리위원회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탄핵심판이 기각·각하로 결론 날 경우 여당은 윤 대통령 복귀에 따른 정국 수습에 주력하고, 야당은 대정부 강경 투쟁에 돌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보수·진보 진영 간 투쟁이 사회 전체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조치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대미 협상에 즉각 착수할 전망이다. 일상적 행정 업무는 국무총리가 챙길 가능성이 높다. 앞서 윤 대통령이 최후 변론에서 '임기 단축 개헌' 등을 언급한 만큼 개헌 정국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날 개헌을 다시 한번 거론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는 해석이다. 권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를 통해서 시대에 맞지 않는 '87체제'의 모순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헌재 심판 결과 '대통령 직무 복귀'로 결정된다면 우리 당도 서둘러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탄핵이 기각될 경우 불복하겠다며 장외 여론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각계각층 국민은 물론이고 대표적 보수 인사들조차 탄핵 기각은 군사독재 시대로의 회귀를 뜻하며 헌법은 휴지 조각이 될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명환 기자 /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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