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제주에서 태어난 애순이와 관식이의 일생을 담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지난달 28일 16회까지 공개되며 막을 내렸다. 시대를 따라 굴곡진 생을 살면서도 매 순간 서로를 애틋해하며 행복을 일군 부부의 이야기에 시청자들은 함께 울고 웃었다.
광례(염혜란)의 딸이자 금명(아이유)의 엄마. 동시에 자신만의 소녀다움을 잃지 않는 애순의 청년기와 중·노년기를 배우 아이유와 문소리가 나눠 맡았다. 지난 2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만난 두 배우는 이 작품을 연기하며 ‘잘 사는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됐다고 했다.
광례(염혜란)의 딸이자 금명(아이유)의 엄마. 동시에 자신만의 소녀다움을 잃지 않는 애순의 청년기와 중·노년기를 배우 아이유와 문소리가 나눠 맡았다. 지난 2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만난 두 배우는 이 작품을 연기하며 ‘잘 사는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됐다고 했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중년 애순 역을 맡은 배우 문소리. 넷플릭스 제공 |
애순은 ‘섬 놈한테는 시집가지 않겠다!’ ‘시인이 되겠다!’며 꿈이 많았다. 하지만 언제나 곁을 지켜준 관식과 결혼하고, 금명·은명·동명의 엄마가 되고서는 가족을 1순위로 두고 살아가게 된다.
26년 차 배우인 그는 “이렇게 보편성이 캐릭터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주인공은 많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애순이는 애순이여야 했다. 아이유가 표현한 청년 애순의 모습을 이어받으면서, 그 안에서 나이 들어감을 표현해야 했다. 문소리는 보편성과 특수성을 녹여내는 일을 고민했다고 했다.
한 사람의 일생을 노인이 될 때까지 표현하는 건 그에게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눈빛 하나, 손끝 하나에서 세월이 느껴져야 했기에 고민도 컸다. 그는 “요양원이나 노래 교실의 어르신들 영상을 많이 봤다”며 “배우로서 어려우면서도 참 좋은 경험이었다”고 했다.
애순이가 ‘얼마나 거칠어질 것인가’도 고민했다. “사람이 풍파를 겪다 보면 억세지잖아요. 살아남아야 하니까. 게다가 우리 엄마가 억센 광례이니, 더 거칠어지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거든요.” 작중에서도 애순이는 우아하게만 그려지지 않는다. 중년에 시장통에서 오징어 손질을 하게 될 때엔 다른 지인을 험담하기도 하고, 자식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온 세상에 자랑하듯 얄밉게 받는다. 그러면서도 임상춘 작가와 김원석 감독이 그린 애순이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꽃잎 같고, 소녀’ 같아야 했다.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에서 중년기에 접어든 애순(문소리)과 관식(박해준)이 길을 걷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
문소리는 애순이 끝까지 ‘애순이다움’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이유를 고민했다고 한다. 그가 찾은 답은 사랑에 있다. “내가 최고라고, 제일 귀하다고 해주는 관식이의 사랑. 그리고 귤나라 공주처럼 나를 떠받들어주는 해녀 이모들. 그 사랑을 받고 큰 애순이는 광례랑 또 다르겠구나, 생각했죠.”
1951년생인 애순은 문소리가 아닌, 그 부모님 세대의 인물이다. 광례에서 애순, 애순에서 금명, 금명에서 새봄까지. 자식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고자 하는 엄마들의 이야기이기도 한 이 작품에서 문소리는 자연스레 어머니를 떠올렸다고 한다.
문소리의 어머니는 “어차피 시집 가면 집안일을 해야 할 수 있다. 그러니 내가 있는 동안엔 하지 말라”고 말씀하시곤 했다고 한다. 지인들도 <폭싹 속았수다>를 보고선 “너는 여자라서 일을 관두지 않아도 되는 시대에 살았으면 한다”는 엄마의 말이 떠오른다고 문소리에게 직접 말하곤 했단다. 어렸을 때엔 “엄마가 왜 그렇게 살았을까 생각하기도 했다”는 그는 이제는 “그 시대에 살았으면 엄마 반만큼이나 살 수 있었을까 싶다”고 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중년 애순 역을 맡은 배우 문소리. 넷플릭스 제공 |
‘나이 듦’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된 작품이기도 하다. “사람들에게 얼굴을 계속 보여줘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늙음을 받아들이는 게 어려운 순간도 있거든요. 그런데 이 작품을 통해서 그 고비를 더욱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잘 나이 드는 것’이 저절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더 생각하려 한다고 했다.
문소리는 <폭싹 속았수다>를 통해 가족과 지인들에 대한 감사함을 되새겼다고 한다. 그는 “애순이가 사람들 덕분에 살아갈 수 있었듯, ‘내가 왜 살아졌는지‘를 돌이켜 보니 아끼고 사랑해주는 주변 사람들 덕분이구나 싶었다“고 했다.
애순이를 보내며, 문소리는 “같이 울고 웃어주신 것만으로 감사하다”며 “그냥 그렇게 같이 살아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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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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