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속았수다'에 낄 수 있다니, 성공한 인생이죠.”
자신의 사계절을 그대로 녹여 '폭싹 속았수다'를 만들었고, '폭싹 속았수다(정말 수고하셨습니다)'라는 호평을 한몸에 받고 있다. 아이유가 한번 크게 놀았다.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아이유(애순이)와 '팔불출 무쇠' 박보검(관식이)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넷플릭스 시리즈. 작품이 공개된 한달간 한국 넷플릭스에서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고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아이유는 극 중 애순, 애순의 딸 금명을 연달아 연기했다. 지난 2011년부터 배우로 활동해온 아이유는 그간 다양한 역할을 맡으며 호평을 끌어냈는데,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그간 보여주지 않았던 얼굴까지 선보이며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공개된 후 반응이 좋다.
-글로벌 반응도 예상했나.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처음이어서, 기준을 잘 모르겠더라. 넷플릭스 분들과 이야기를 하고 여쭤봐도, 모호한 기준으로 이야기하더라. 어느 정도가 잘 되는 건지 몰랐다. 근데 넷플릭스 분들을 뵈니 매주 표정이 좋아졌다. 만족스러워 보이는 표정을 보면서, 잘 해나가고 있나보다 생각했다.”
“임상춘 작가님의 팬이다. 개인적으로는 모르는 분이었는데, 어느날 작가님에게 연락을 받았다. 얼마 되지 않아서 바로 작가님 작업실에 가서 미팅을 했다. 대본을 받기 전에 대강의 설명을 들었는데, 너무 가슴이 뛰는 거다. 작가님과 이야기하는 것도 좋지만, 빨리 집에 가서 대본을 읽고 싶어서 대화에 집중이 안 됐다. 대충 설명만 들어도 심장을 때렸다. 그러고 나서 대본을 보고 바로 출연하고 싶다고 했다. 작가님과 훈훈하게,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임상춘 작가는 어떤 사람인가.
“저도 뵙기 전까지 너무 궁금했다. 그냥 애순과 관식을 그대로 담고 있는 사람이다. 굉장히 애순스럽기도 하고, 굉장히 관식스럽기도 하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사소한 부분까지도 캐치하고 있다. 귀여운 주제에 대해 사담을 할 때도 있다. 근데 마음을 깊게 건드리는 위로나 말을 많이 해준다. 과연 저 안에 어떤 세상이 있는 것인지, 얼마나 많은 방이 있는 것인지. 아직도 여전히 궁금한 사람이다. 독특하고 매력적인 사람이다.”
-1인 2역이 쉽지 않았을 텐데.
“작가님과 첫 미팅을 했을 때, 2인 1역이자 2인 1역을 맡아야 한다고 하더라. 그게 제 심장을 뛰게 하는 미션이었다. 어렵고, 걱정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대본을 굳건히 믿고 있었다. 김원석 감독님과 함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 혼자만의 외로운 작업이 되진 않겠다고 생각했다.”
-안 해본 연기가 없는 작업이다.
“힘든 날도 분명히 있었지만…. 김원석 감독님이 섬세하고 타협을 잘 하지 않으려는 기준이 있다. 고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촬영하는 1년 동안 가장 큰 보람이었다. 지쳐서 쓰러져 잠들 때가 많았지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촬영장에 있을 수 있었다. 개인으로서도 보람있는 작품이었다.”
-가족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아빠는 취향이 확실해서 자기 스타일이 아니면 끝까지 안 본다.(웃음) 근데 아빠도 몰입해서 보시는 게 신기했다. 엄마는 제가 나오면 '재미있다. 재미없다' 이렇게 보는데, '폭싹 속았수다'는 4회차 시청 중이다. 본인의 이야기라고 공감하는 것 같다. 처음엔 '내 딸 지은이가 연기하고 있다'였는데, 두 번째부터는 본인의 이야기를 만끽하더라. 몰입하는 포인트가 제각각 있더라.”
-금명이가 은명의 뒤통수를 때리는 연기에 '실제 누나 아이유 같다'는 평이 나온다.
“어느 정도 그런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웃음) 은명 역의 강유석과 재미있게 만들어보고자 회의를 했다. 강유석도 누나가 있더라. 각자의 경험을 잘 살려서 연기했다. 제 (친)동생은 아직 끝까지는 보지 못했다. 짧게 편집된 영상을 보고 '메소드 연기인데?'라고 했다. '누나 연기가 언제 이렇게 좋았어'라는 짤막한 감상평을 보내줬다.”
-그렇다면 아이유는 어떤 딸인가.
“어릴 때는 금명이 같은 구석이 있었다. 틱틱거리고, 아주 애교있게 하지는 못했다. 20대 중반을 넘어가면서, 노력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습관처럼 사랑한다고 한다. 자주 뵙고,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다.”
-그럼 아버지는 관식과 비슷한가.
“저희 아버지는 관식과 거리가 멀다.(웃음) 굳이 따지자면 은명이 과에 가깝다. 아빠가 진짜 독특하다. 본인이 관식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다고 하더라. 저희 아빠는 그래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는 저렇게 대단한 남편이자 아빠는 아니'라고 인정한다. 하하하. '솔직하면 그게 어디야'라고 응원해 드렸다.”
-아버지는 이 드라마를 보고 눈물을 보이진 않았나.
“아버지가 눈물이 많이 없다. 관식이란 캐릭터가 본인과 다르다 보니….(웃음)”
-아이유는 울었나.
“드라마 보면서 울었다. 찍을 때도 울었지만, 대본을 보면서도 많이 울었다. 후반까지 결과물을 보며 눈물이 났다. 가장 많이 울었던 신은 나문희 선생님이 맡으셨던 춘옥이 돌아가시는 장면이다. '내 새끼들 다 만나고 나면 소풍이었지' 이 대사를 선배님 목소리로 듣고 정말 많이 울었다.”
-박보검과 케미가 좋았다.
“박보검과는 10대 떄부터 인연이 있었다. 가끔 안부 문자 하고 마주치면 인사하던 친구다. 이번에 제대로 작품을 하면서 1년간 사계절을 겪었다. 동갑인데, 나보다 훨씬 더 어른스럽고 훨씬 더 진지하면서도 체력적 맷집도 좋다. 사람을 살피는 다정함도 있다. 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다. 친구인데 존경스럽다. 대단하고 잘장스럽다. 그런 성정의박보검이 관식 역을 맡아줘서 시너지가 있었다. 눈을 보며 이입하게 되고, 커트가 나온 상태에서도 관식이 같은 어질고 깊고 우직한 그런 마음으로 현장에 있다. 그걸 보면서 반성도 하게 되고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다. 박보검이 하자고 하는 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오케이하는 신뢰하는 파트너다.”
-출산 장면이 화제다.
“피부 화장에 대해서는 대본에도 써져있었다. 실핏줄이 터져있다고. 작가님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분장팀이 아주 열심히 공부해서 해주셨다. 고민을 하면서 접점을 찾은 거다. 엄마에게 물어보니 되게 현실적인 거라고 하더라. 그 분장이 연기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출산신을 연기할 때, 유튜브에서 영상을 찾아보기도 했다.”
-관식의 사랑을 받았던 애순을 보며 어땠나.
“관식이란 캐릭터를 어떻게 이렇게 썼을까. 인간적이면서도 판타지스러운, 그걸 동시에 다 갖춘 인물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대본을 읽으며 정말 좋았던 지점이다. 눈 앞에서 관식이가 움직이는 걸 보면서 신기했다. 저는 애순에게 이입하니까, 관식이가 있어서 애순이 정말 다행이었다.”
-관식, 영범, 충섭 중 이상형은 누구인가.
“너무나 관식이 아닌가.(웃음) 관식이는 어떻게 이렇게 촘촘하게 설계했을까. 퇴장까지도 너무 놀라웠다.”
-영범이 탈락한 이유는 '어머니!'를 너무 많이 외쳐서인가.
“영범이 캐릭터도 '어머니!'를 많이 외치는….(웃음) 본인이 할 수있는 최대로 금명이 입장에서 이해해주긴 하지만, '어머니!'를 많이 외쳤기 때문에. 그래서 둘은 이뤄질 수 없지 않나.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이준영이 계속 같은 대사를 해야 하는 걸 봤다. 원래 같은 대사를 하는 게 더 어렵다.”
-이 작품을 하면서 결혼 생각에 대해서 변화가 있었나.
“개인의 변화가 생기지는 않았다. 만약 관식이 같은 남편과 금명 은명 같은 자식과, 가족적인 측면에서 그런 것들이 보장된다면?
보장이 안 되니까 뭐라고 속단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영범이와의 절절한 결별신을 보니, 직접 경험한 것처럼 리얼했다.
“제 인생에는 그렇게 절절햇던 순간은 없었다. '너무 심플하게 살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작가님의 그 방대한 세계가 정말 구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님이 이런 경험이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방대하고 꼼꼼했다. 하나도 놓치지 않고 표현하고 싶었다.”
-연인 이종석의 반응이 궁금하다.
“일단은 (이종석이) 되게 바쁘고. 아마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되게 바쁜 걸로 알고 있다. 오늘은 '폭싹 속았수다'의 마지막 홍보에 가까운 날이다. 폭싹에 관련된 자리에서만큼은 관식이밖에 모른다는 생각이다.(웃음)”
-연기를 보고 최진실을 떠올리게 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지금 처음 접했다. 고 최진실 선배님의 팬이다. 작품을 전부 다 보진 못했지만, 좋아하는 작품이 있다. 너무 대 배우, 선배님이다. 잠깐이라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있다면, 작가님도 좋아하실 것 같다. 너무 대단하신 분이니까, 그런 분이 잠깐이라도 생각이 났다면 그 자체로도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집안의 기대를 받는 금명이에게 공감가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가세가 나의 성공에 달려있어'라고 느낀 순간이 있으니까. 그런 부담이 터져나오는 신에는 금명이에게 이입이 되기도 했다. 애순이는 근데 그런 걸 기대하고 (금명에게) 물심양면 지원한 게 아니다. 딸이 원하는 걸 해주고 싶었던 거다. 근데 금명이 입장에서는 그런 부담이 있었을 거다. 그런 것에는 이입이 됐다.”
-박해준이 한우 선물을 받았다던데.
“고기를 즐시기는 분, 육식을 안 하시는 분, 약주를 하시는 분, 건강보조식품을 즐기시는 분 이런 걸 기록해둔다. 매년 (선물을)보내드리는 분들의 수가 계속 늘고는 있다.(웃음) 세어본 적은 없는데, 매년 작업하는 양이 늘어난다. 그러면서 감사한 인연을 만나고 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직접 하나하나 정리해놓은 게 있다. 거기에 추가를 해가면서 휴대전화 메모장이 적어둔다. 계속 정리된 표가 있다. 엄마와 상의를 많이 하기도 한다. 엄마한테도 따로 표가 있기는 하다.”
-루머가 많은 걸로 유명하기도 한데, 억울하지 않나.
“살면서 (억울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하면 거짓말일 거다. 근데, 반대로 실제 제가 가진 성정이나 실제 저보다 좋게 봐주시는 시선도 크다고 생각한다. 이 일을 하면서 이렇게 오랫동안 큰 사랑을 받을 수있을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반대로 날 더 좋게, 실재하는 것보다 좋게 생각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봐주시는 분들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공연을 하거나 작품을 하거나 할 때 큰 사랑을 보내주시니까. 그건 사실 '샘샘' 정도도 아니고, 사랑해 주시는분들의 마음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이상한 프레임을 씌워 유튜브에 영상이 올라오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속상하다는 말도 틀린 건 아닌 것 같다. 그냥 크게 그런 부분에 대해서 직접 영상을 본 적은 없다. 그런 것도 감당해야 하는 부분 아닌가. 어떻게 보면 관심이 많다는 거니까. 가끔 선을 넘는 표현이 있다거나, 이거는 그냥 넘어가면 안 되는 움직임이 있다거나 하면 제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차기작인 '21세기 대군부인' 하차 보도가 나오기도 했는데.
“하차설은 너무 놀랐다. 어저께도 감독님을 만났는데, 하차설이 떴다. 이 일을 하다보면 아니 뗸 굴뚝에 연기나는 일이 있긴 한데, '나 하차 당한 건가?'라고 생각했다.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나? 오해였던 것 같다. (상대역인) 변우석도 하차 안 하는 거 같다. 같이 잘해보자는 이야기도 했다. 여러모로 설렌다.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애순, 금명과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다. 두근두근하는 마음이다. 오늘이 지나면 (극 중 캐릭터인) 희주가 되려고 한다.”
-'폭싹 속았수다'는 어떻게 남을까.
“이렇게 긴 호흡으로 촬영한 작품은 처음이다. 코너에 몰아붙이면서, '지금 네가 힘들어? 네가 힘들면 돼?' 이렇게 생각하며 했다. 매일매일이 좋은 훈련이 됐던 것 같다. 스스로 자기애도 더 생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진짜 대단한 판이지 않나. 이런 판에 낄 수 있었던 자체가 좋았다. '나 여기 낄 수 있을 만큼 성공한 건가. 좋은 인생이다. 감사한 인생이다'라고 생각했다. 지은이 한번 크게 놀았다. '애순이 한번 크게 놀았다'라는 대사처럼, 지은이 한번 크게 놀았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사진=넷플릭스
자신의 사계절을 그대로 녹여 '폭싹 속았수다'를 만들었고, '폭싹 속았수다(정말 수고하셨습니다)'라는 호평을 한몸에 받고 있다. 아이유가 한번 크게 놀았다.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아이유(애순이)와 '팔불출 무쇠' 박보검(관식이)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넷플릭스 시리즈. 작품이 공개된 한달간 한국 넷플릭스에서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고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공개된 후 반응이 좋다.
“행복하다. 주변에서도 응원 문자를 많이 보내줬다. 연락이 오랫동안 안 닿았던 분들에게도 반응이 오더라. 여러 세대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아 보람 있고 행복하다.”
-글로벌 반응도 예상했나.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처음이어서, 기준을 잘 모르겠더라. 넷플릭스 분들과 이야기를 하고 여쭤봐도, 모호한 기준으로 이야기하더라. 어느 정도가 잘 되는 건지 몰랐다. 근데 넷플릭스 분들을 뵈니 매주 표정이 좋아졌다. 만족스러워 보이는 표정을 보면서, 잘 해나가고 있나보다 생각했다.”
-대본도 나오기 전에 출연을 받아들인 이유는 무엇인가.
“임상춘 작가님의 팬이다. 개인적으로는 모르는 분이었는데, 어느날 작가님에게 연락을 받았다. 얼마 되지 않아서 바로 작가님 작업실에 가서 미팅을 했다. 대본을 받기 전에 대강의 설명을 들었는데, 너무 가슴이 뛰는 거다. 작가님과 이야기하는 것도 좋지만, 빨리 집에 가서 대본을 읽고 싶어서 대화에 집중이 안 됐다. 대충 설명만 들어도 심장을 때렸다. 그러고 나서 대본을 보고 바로 출연하고 싶다고 했다. 작가님과 훈훈하게,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임상춘 작가는 어떤 사람인가.
“저도 뵙기 전까지 너무 궁금했다. 그냥 애순과 관식을 그대로 담고 있는 사람이다. 굉장히 애순스럽기도 하고, 굉장히 관식스럽기도 하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사소한 부분까지도 캐치하고 있다. 귀여운 주제에 대해 사담을 할 때도 있다. 근데 마음을 깊게 건드리는 위로나 말을 많이 해준다. 과연 저 안에 어떤 세상이 있는 것인지, 얼마나 많은 방이 있는 것인지. 아직도 여전히 궁금한 사람이다. 독특하고 매력적인 사람이다.”
-1인 2역이 쉽지 않았을 텐데.
“작가님과 첫 미팅을 했을 때, 2인 1역이자 2인 1역을 맡아야 한다고 하더라. 그게 제 심장을 뛰게 하는 미션이었다. 어렵고, 걱정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대본을 굳건히 믿고 있었다. 김원석 감독님과 함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 혼자만의 외로운 작업이 되진 않겠다고 생각했다.”
-안 해본 연기가 없는 작업이다.
“힘든 날도 분명히 있었지만…. 김원석 감독님이 섬세하고 타협을 잘 하지 않으려는 기준이 있다. 고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촬영하는 1년 동안 가장 큰 보람이었다. 지쳐서 쓰러져 잠들 때가 많았지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촬영장에 있을 수 있었다. 개인으로서도 보람있는 작품이었다.”
-가족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아빠는 취향이 확실해서 자기 스타일이 아니면 끝까지 안 본다.(웃음) 근데 아빠도 몰입해서 보시는 게 신기했다. 엄마는 제가 나오면 '재미있다. 재미없다' 이렇게 보는데, '폭싹 속았수다'는 4회차 시청 중이다. 본인의 이야기라고 공감하는 것 같다. 처음엔 '내 딸 지은이가 연기하고 있다'였는데, 두 번째부터는 본인의 이야기를 만끽하더라. 몰입하는 포인트가 제각각 있더라.”
-금명이가 은명의 뒤통수를 때리는 연기에 '실제 누나 아이유 같다'는 평이 나온다.
“어느 정도 그런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웃음) 은명 역의 강유석과 재미있게 만들어보고자 회의를 했다. 강유석도 누나가 있더라. 각자의 경험을 잘 살려서 연기했다. 제 (친)동생은 아직 끝까지는 보지 못했다. 짧게 편집된 영상을 보고 '메소드 연기인데?'라고 했다. '누나 연기가 언제 이렇게 좋았어'라는 짤막한 감상평을 보내줬다.”
-그렇다면 아이유는 어떤 딸인가.
“어릴 때는 금명이 같은 구석이 있었다. 틱틱거리고, 아주 애교있게 하지는 못했다. 20대 중반을 넘어가면서, 노력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습관처럼 사랑한다고 한다. 자주 뵙고,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다.”
-그럼 아버지는 관식과 비슷한가.
“저희 아버지는 관식과 거리가 멀다.(웃음) 굳이 따지자면 은명이 과에 가깝다. 아빠가 진짜 독특하다. 본인이 관식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다고 하더라. 저희 아빠는 그래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는 저렇게 대단한 남편이자 아빠는 아니'라고 인정한다. 하하하. '솔직하면 그게 어디야'라고 응원해 드렸다.”
-아버지는 이 드라마를 보고 눈물을 보이진 않았나.
“아버지가 눈물이 많이 없다. 관식이란 캐릭터가 본인과 다르다 보니….(웃음)”
-아이유는 울었나.
“드라마 보면서 울었다. 찍을 때도 울었지만, 대본을 보면서도 많이 울었다. 후반까지 결과물을 보며 눈물이 났다. 가장 많이 울었던 신은 나문희 선생님이 맡으셨던 춘옥이 돌아가시는 장면이다. '내 새끼들 다 만나고 나면 소풍이었지' 이 대사를 선배님 목소리로 듣고 정말 많이 울었다.”
-박보검과 케미가 좋았다.
“박보검과는 10대 떄부터 인연이 있었다. 가끔 안부 문자 하고 마주치면 인사하던 친구다. 이번에 제대로 작품을 하면서 1년간 사계절을 겪었다. 동갑인데, 나보다 훨씬 더 어른스럽고 훨씬 더 진지하면서도 체력적 맷집도 좋다. 사람을 살피는 다정함도 있다. 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다. 친구인데 존경스럽다. 대단하고 잘장스럽다. 그런 성정의박보검이 관식 역을 맡아줘서 시너지가 있었다. 눈을 보며 이입하게 되고, 커트가 나온 상태에서도 관식이 같은 어질고 깊고 우직한 그런 마음으로 현장에 있다. 그걸 보면서 반성도 하게 되고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다. 박보검이 하자고 하는 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오케이하는 신뢰하는 파트너다.”
-출산 장면이 화제다.
“피부 화장에 대해서는 대본에도 써져있었다. 실핏줄이 터져있다고. 작가님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분장팀이 아주 열심히 공부해서 해주셨다. 고민을 하면서 접점을 찾은 거다. 엄마에게 물어보니 되게 현실적인 거라고 하더라. 그 분장이 연기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출산신을 연기할 때, 유튜브에서 영상을 찾아보기도 했다.”
-관식의 사랑을 받았던 애순을 보며 어땠나.
“관식이란 캐릭터를 어떻게 이렇게 썼을까. 인간적이면서도 판타지스러운, 그걸 동시에 다 갖춘 인물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대본을 읽으며 정말 좋았던 지점이다. 눈 앞에서 관식이가 움직이는 걸 보면서 신기했다. 저는 애순에게 이입하니까, 관식이가 있어서 애순이 정말 다행이었다.”
-관식, 영범, 충섭 중 이상형은 누구인가.
“너무나 관식이 아닌가.(웃음) 관식이는 어떻게 이렇게 촘촘하게 설계했을까. 퇴장까지도 너무 놀라웠다.”
-영범이 탈락한 이유는 '어머니!'를 너무 많이 외쳐서인가.
“영범이 캐릭터도 '어머니!'를 많이 외치는….(웃음) 본인이 할 수있는 최대로 금명이 입장에서 이해해주긴 하지만, '어머니!'를 많이 외쳤기 때문에. 그래서 둘은 이뤄질 수 없지 않나.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이준영이 계속 같은 대사를 해야 하는 걸 봤다. 원래 같은 대사를 하는 게 더 어렵다.”
-이 작품을 하면서 결혼 생각에 대해서 변화가 있었나.
“개인의 변화가 생기지는 않았다. 만약 관식이 같은 남편과 금명 은명 같은 자식과, 가족적인 측면에서 그런 것들이 보장된다면?
보장이 안 되니까 뭐라고 속단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영범이와의 절절한 결별신을 보니, 직접 경험한 것처럼 리얼했다.
“제 인생에는 그렇게 절절햇던 순간은 없었다. '너무 심플하게 살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작가님의 그 방대한 세계가 정말 구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님이 이런 경험이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방대하고 꼼꼼했다. 하나도 놓치지 않고 표현하고 싶었다.”
-연인 이종석의 반응이 궁금하다.
“일단은 (이종석이) 되게 바쁘고. 아마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되게 바쁜 걸로 알고 있다. 오늘은 '폭싹 속았수다'의 마지막 홍보에 가까운 날이다. 폭싹에 관련된 자리에서만큼은 관식이밖에 모른다는 생각이다.(웃음)”
-연기를 보고 최진실을 떠올리게 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지금 처음 접했다. 고 최진실 선배님의 팬이다. 작품을 전부 다 보진 못했지만, 좋아하는 작품이 있다. 너무 대 배우, 선배님이다. 잠깐이라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있다면, 작가님도 좋아하실 것 같다. 너무 대단하신 분이니까, 그런 분이 잠깐이라도 생각이 났다면 그 자체로도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집안의 기대를 받는 금명이에게 공감가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가세가 나의 성공에 달려있어'라고 느낀 순간이 있으니까. 그런 부담이 터져나오는 신에는 금명이에게 이입이 되기도 했다. 애순이는 근데 그런 걸 기대하고 (금명에게) 물심양면 지원한 게 아니다. 딸이 원하는 걸 해주고 싶었던 거다. 근데 금명이 입장에서는 그런 부담이 있었을 거다. 그런 것에는 이입이 됐다.”
-박해준이 한우 선물을 받았다던데.
“고기를 즐시기는 분, 육식을 안 하시는 분, 약주를 하시는 분, 건강보조식품을 즐기시는 분 이런 걸 기록해둔다. 매년 (선물을)보내드리는 분들의 수가 계속 늘고는 있다.(웃음) 세어본 적은 없는데, 매년 작업하는 양이 늘어난다. 그러면서 감사한 인연을 만나고 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직접 하나하나 정리해놓은 게 있다. 거기에 추가를 해가면서 휴대전화 메모장이 적어둔다. 계속 정리된 표가 있다. 엄마와 상의를 많이 하기도 한다. 엄마한테도 따로 표가 있기는 하다.”
-루머가 많은 걸로 유명하기도 한데, 억울하지 않나.
“살면서 (억울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하면 거짓말일 거다. 근데, 반대로 실제 제가 가진 성정이나 실제 저보다 좋게 봐주시는 시선도 크다고 생각한다. 이 일을 하면서 이렇게 오랫동안 큰 사랑을 받을 수있을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반대로 날 더 좋게, 실재하는 것보다 좋게 생각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봐주시는 분들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공연을 하거나 작품을 하거나 할 때 큰 사랑을 보내주시니까. 그건 사실 '샘샘' 정도도 아니고, 사랑해 주시는분들의 마음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이상한 프레임을 씌워 유튜브에 영상이 올라오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속상하다는 말도 틀린 건 아닌 것 같다. 그냥 크게 그런 부분에 대해서 직접 영상을 본 적은 없다. 그런 것도 감당해야 하는 부분 아닌가. 어떻게 보면 관심이 많다는 거니까. 가끔 선을 넘는 표현이 있다거나, 이거는 그냥 넘어가면 안 되는 움직임이 있다거나 하면 제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차기작인 '21세기 대군부인' 하차 보도가 나오기도 했는데.
“하차설은 너무 놀랐다. 어저께도 감독님을 만났는데, 하차설이 떴다. 이 일을 하다보면 아니 뗸 굴뚝에 연기나는 일이 있긴 한데, '나 하차 당한 건가?'라고 생각했다.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나? 오해였던 것 같다. (상대역인) 변우석도 하차 안 하는 거 같다. 같이 잘해보자는 이야기도 했다. 여러모로 설렌다.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애순, 금명과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다. 두근두근하는 마음이다. 오늘이 지나면 (극 중 캐릭터인) 희주가 되려고 한다.”
-'폭싹 속았수다'는 어떻게 남을까.
“이렇게 긴 호흡으로 촬영한 작품은 처음이다. 코너에 몰아붙이면서, '지금 네가 힘들어? 네가 힘들면 돼?' 이렇게 생각하며 했다. 매일매일이 좋은 훈련이 됐던 것 같다. 스스로 자기애도 더 생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진짜 대단한 판이지 않나. 이런 판에 낄 수 있었던 자체가 좋았다. '나 여기 낄 수 있을 만큼 성공한 건가. 좋은 인생이다. 감사한 인생이다'라고 생각했다. 지은이 한번 크게 놀았다. '애순이 한번 크게 놀았다'라는 대사처럼, 지은이 한번 크게 놀았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사진=넷플릭스
박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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