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 무용론 재점화... 탈퇴 발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 18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있는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예루살렘=EPA 연합뉴스 |
'전쟁 범죄 용의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공식 초청한 헝가리가 3일(현지시간) 국제형사재판소(ICC)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나흘 일정으로 헝가리로 출국한 네타냐후 총리가 이날 수도 부다페스트에 도착하자마자 이뤄진 조치다.
앞서 헝가리는 가자지구 전쟁 범죄 등의 혐의로 ICC 체포 영장이 발부된 네타냐후 총리를 초청하면서 “영장을 집행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범 용의자를 체포하고 인도할 의무가 있는 회원국이 이를 스스로 저버리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논란이 됐다.
AP통신에 따르면 게르게리 굴리아스 헝가리 총리 비서실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헝가리 정부는 헌법과 국제법적 틀에 따라 ICC 철수 절차를 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헝가리로 출국한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부다페스트에서 빅토르 오르반 총리, 수요크 터마시 대통령과 잇달아 회동할 예정이다.
헝가리의 ICC 탈퇴는 사실 예견된 것이었다. ICC 회원국인 헝가리가 먼저 전범 용의자를 초청한 데다 ICC에 대해 “법적 활동이 아닌 정치적 활동으로 그 의미를 상실했다”(굴리아스 비서실장)고 직격탄을 날렸었기 때문이다.
2002년 설립된 ICC는 국제 범죄자에 대한 기소권은 있지만 자체 경찰력이 없어 실제 영장을 집행하려면 회원국(125개국)의 협력이 필요하다. ICC 관할권의 토대인 로마 규정에 따라 회원국은 자국 관할지에 발을 들인 범죄자를 체포해 헤이그 본부로 넘겨야 한다. 네타냐후는 ICC에 가입하지 않은 자국에선 자유의 몸이지만 회원국을 방문할 경우 체포 대상이 되는 것이다.
하마스, 이스라엘 휴전 역제안 ‘거부’
지난달 18일 이스라엘군(IDF)의 가자지구 야간 공습 당시 다친 팔레스타인 남성이 가자시티 알아흘리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가자시티=AP 뉴시스 |
한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최근 휴전과 관련해 내놓은 새로운 제안을 거부했다고 AFP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지난달 29일, 미국과의 조율을 통해 하마스에 전달한 역제안에는 △지난달 초 마련된 1차 휴전(42일) 기간 50일 연장 △연장 기간에 영구 휴전을 위한 2단계 협상 마무리 △에단 알렉산더 이스라엘군 병사와 다른 이스라엘 인질 4명 석방 △이스라엘 교도소에 수감된 팔레스타인 죄수 석방 등이 담겼다.
하마스 측은 이스라엘군의 완전 철수와 잔여 인질 석방을 골자로 하는 당초 합의안 준수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