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취재후 Talk] 탄핵의 경제학 ; 두 정국, 세 가지 시나리오

1
댓글0
TV조선

윤석열 대통령과 헌법재판관 /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역사 속 탄핵은 경제의 거울이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2016년 박근혜 대통령, 2025년 윤석열 대통령. 세 번의 대통령 탄핵 정국이 남긴 경제적 흔적을 추적하면, 오늘의 위기가 얼마나 특별한지 드러난다. 이제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단순한 법적 결론이 아닌 경제 생존 전략의 분기점이 된다.

■ 시간이 멈춘 경제 - 두 탄핵 정국의 초상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를 경제 관점에서 보면 '고립된 폭풍'이었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1200원대 초반을 유지했고,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1.25%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 중이었다. 2017년 1분기 GDP 성장률은 0.9%로 침체를 보였지만,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15.8%의 수출 증가율로 위기를 상쇄했다. 당시 증시는 탄핵 결정 후 3개월 만에 5.2% 상승하는 역설까지 보여줬다.

반면에, 최근의 탄핵 정국은 '동시다발적 붕괴'로 볼 수 있다. 올해 1분기 성장률 전망치는 0.3%로 추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1470원 전후로 움직이고 있으며, 코스피도 힘을 못쓰고 있다. 미국 연준 기준금리가 4.25~4.50% 고지를 유지하면서 한국은행의 정책 여력이 완전히 봉쇄된 상황이다. 94.8%에 달하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원화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습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기업의 투자, 가계의 소비도 위축된 상황이다.

TV조선

헌법재판소 /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 판결 시나리오별 충격파 - 세 가지 경제 미래

탄핵이 인용될 경우, 조기 대선 돌입으로 정책 공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 대응을 위한 컨트롤타워가 소실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료를 지낸 한 관계자는 "조기 대선에 돌입할 경우 코스피는 추가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며,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탄핵이 기각될 경우에도 정책 공백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국회에는 기업 규제 완화, 금융, 부동산 등 다수의 경제법안이 표류 중인 상황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정책 공백 속에서 미·중 기술 패권 전쟁에 대한 대응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고, 기업들의 투자 결정 연기 현상이 본격화되면서 2025년 성장률이 추가로 더 하락할 위험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거국내각 등이 구성될 경우 정책 공백을 일부 상쇄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만약 헌재 재판관들의 의견이 4:4로 갈릴 경우, 정치적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다. 가장 크게 우려되는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심리다. 최악의 경우 자본 유출이 연간 30조 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된 사례를 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외국인 투자자들은 약 43조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한 바 있고,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도 약 24조 원의 순매도가 있었다. 따라서 현재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글로벌 경제 여건이 악화된다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본 유출 규모가 과거 위기 때와 유사한 수준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TV조선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미국 /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 탄핵 심판을 초월한 경제 리스크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현실화 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별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우리나라에는 25%를 매겼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약 38억 달러로, 미국이 주요 수출국이다. 연간 약 9억 달러(약 1조 2000억 원) 규모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자동차와 조선업도 직접 타격을 받게 됐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통상압박은 더 아프게 다가올 수 있다.

중국과의 교역 관계 변화도 잠재적 리스크다. 특히 중간재와 부품 수입 의존도가 높아 중국 내 생산 차질은 한국 제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최근 미중 기술 패권 경쟁으로 인해 중국 내 반도체 관련 생산 시설에 대한 제약이 강화되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조달하는 반도체 관련 부품과 소재의 비중은 약 20%에 달한다. 이런 공급망 불안정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은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전략에 제약을 가한다. 미국의 수출통제 강화로 인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 내 투자와 기술 이전에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내 생산 시설에 약 200억 달러(약 27조 원)를 투자했으며, 이들 시설의 안정적 운영이 위협받을 경우 상당한 경영 리스크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한편,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는 경제 불안 요인 중 하나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2023년 말 기준 한국의 가계부채는 GDP 대비 약 102%로 OECD 국가 중 상위권에 속한다.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위기의 트리거가 될 것이란 분석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약 70%에 달하며, 금리 상승 시 약 300만 가구가 추가적인 이자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뜩이나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이어서 내수는 장기 부진에 빠질 가능성도 상존한다.

TV조선

국내의 한 항만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 역사가 증명하는 위기 관리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헌재의 기각 결정 후 코스피 지수는 2주간 약 8% 상승했으며, 이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당시의 핵심은 "정치 리스크 완화를 통한 정책 연속성 확보"였다. 현재는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어 회복 시간을 더욱 단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후 3개월 만에 증시가 약 7% 반등했다. 당시 반도체 호황이 버팀목 역할을 했지만 최근 글로벌 반도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 상황이다.

최근 만난 기획재정부 한 관료는 정치권과 경제부처가 함께하는 '국정협의체'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고 말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여야 합의로 13개 IMF 관련 법안을 신속히 처리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위험 분산 차원에서 대미 의존도를 낮춰 유럽연합(EU), 동남아시아 국가들과도 더 협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연속성 있는 정책', '불확실성의 최소화'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불안한 상황을 안정시키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한국 경제의 최후 심판이 되어서는 안된다. 2004년과 2016년이 정치적 위기였다면, 2025년은 시스템 붕괴 위기다. 지금 필요한 것은 편 가르기보다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국가적 합의다. 모든 정치 세력이 경제 회복을 위해 협력해야 하며,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과거의 교훈은 분명하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정책 집행이 필요하다.

헌재 판결이 내려지는 그 순간, 우리는 이미 새로운 경제 도전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역사는 결코 기다려주지 않는다.

송병철 기자(songbc@chosun.com)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뉴스제보 : 이메일(tvchosun@chosun.com), 카카오톡(tv조선제보), 전화(1661-0190)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

이 기사를 본 사람들이 선택한 뉴스

  • 서울경제"2008년 금융위기급 충격"···트럼프 '관세폭탄'에 공포심리 최고조[글로벌 모닝 브리핑]
  • 매일경제“美관세는 국가적 재난 사태”…이 남자, 트럼프에 “최대한 빨리 만나자”
  • TV조선'염전노예' 알려지자…美, 국내 최대 염전 소금 '수입 금지'
  • 이데일리"관세 90일중단은 가짜 뉴스"…롤러코스터 타는 뉴욕증시
  • 머니투데이"현금 우선 지급하라" 서울우유, 2주간 홈플러스 납품 중단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