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일(현지시간)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26% 상호관세를 한국에 부과함에 따라 올해 한국 경제는 1% 중반대 성장도 위태로워졌다. 기존의 비관적 전망보다 성장률 하락세가 더 클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관세 전쟁 여파로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관세전쟁이 심해지는 비관적 시나리오에서 한국 경제성장률은 올해(1.5%) 전망치보다 0.1%포인트 낮아져 1.4%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미국이 올해 말까지 중국을 포함한 주요 무역 적자국에 관세를 높여 부과하고,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 고강도 보복관세로 대응한다고 가정한 추정치다.
한은 관계자는 3일 통화에서 “관세 부과 대상 국가도 많아지고, 관세율도 예상보다 높아졌다”며 “비관적 시나리오를 작성했을 당시 예상치보다 여건이 더 악화됐다”고 말했다. 비관 시나리오에서 제시했던 1.4%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자칫 성장률이 1.3%까지 내려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특히 수출은 약 500억 달러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보편관세를 20% 부과하고 중국에 60% 관세를 부과할 때 수출액이 448억달러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26%의 상호관세 부과로 실제 수출 감소액은 이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을 제외하고 주요국보다 비슷하거나 더 높은 관세율을 부과받고 캐나다, 멕시코는 아예 대상에서 빠진 점을 보면 부정적 영향은 커졌다”고 말했다.
이미 해외기관에서는 0%대 성장 전망치도 나왔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인 JP모건은 올해 한국 성장률이 0.9%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건은 보고서에서 “미 행정부의 산업별 관세 조치로 한국의 실질 수출이 둔화될 것”이라며 “연간 수출 증가율도 1.3%에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과 유럽 연합(EU) 등 주요국에서 추가 보복 가능성을 시사함에 따라 무역전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큰 점도 부담이다. 중국에 대한 고율의 관세로 산업생산이 위축될 경우, 화학제품, 기계류 대중 수출도 덩달아 줄어드는 등 부정적인 여파가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향후 전개에 따라 성장률이 1%대 초반으로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면서도 “아직 확언하기에는 이르고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와 반도체 등 주요 수출품목은 미국 내 생산시설을 확충하는 상황이어서 우려하는 것보다 피해는 안 클 수 있다”며 “다만 생산시설을 전환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정부가 협상을 통해 관세를 낮추는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주3일 10분 뉴스 완전 정복! 내 메일함에 점선면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