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행사서 상호관세를 발표하는 행정명령 서명식 중 흡족한 표정으로 연설을 하고 있다. 2025.04.03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사실상 전세계를 상대로 한 무역전쟁 선전포고와 다름 없는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자신을 지지하는 노동자들을 현장에 초대해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트럼프는 이날 오후 4시께 시작한 행사장에 만면에 웃음을 띤 채 공화당을 상징하는 빨간색의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다.
빨간색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쓴 백인 남성과 악수한 트럼프는 청중의 박수와 환호 속에 대형 성조기를 줄지어 내건 로즈가든을 배경으로 설치된 단상에 섰다.
그는 "우리나라는 가까운 나라와 먼 나라, 친구와 적국 모두에게 약탈당하고, 강탈당하고, 강간당했다"라면서 "미국의 철강, 자동차 노동자, 농부, 장인, 오늘 이곳에는 있는 분들은 정말로 큰 고통을 겪었다"라며 생산직 근로자로서 초대된 청중을 위로했다.
트럼프는 "상호관세란 상대방이 우리에게 관세를 부과하면 우리도 상대방에게 관세를 부과한다는 의미이다. 이보다 더 간단할 수는 없다"면서 "제 생각에, 오늘은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날 중 하나이다. 경제 독립 선언의 날이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관세 부과와 관련한 연설을 하면서 '2025 무역 장벽 보고서' 문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
트럼프는 연설 초반 지난달 31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 등 59개국의 비관세 장벽을 담아 발간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 보고서)'를 들어 보이며 주요 사례를 소개했다. 트럼프는 이번 상호관세에 상대국가의 관세율뿐만 아니라 비관세 무역장벽도 고려하겠다는 각서에 서명한 바 있다.
트럼프는 "아마도 가장 최악은 한국, 일본 그리고 다른 여러 국가가 부과하는 비관세 무역장벽일 것"이라면서 "한국의 자동차 81%가 한국산이고, 일본은 94%가 일본산"이라고 언급했다.
미국 시장에 비해 자동차 시장이 폐쇄적이라는 것을 지적하려 한 발언으로 트럼프는 "도요타는 미국에 100만 대의 외국산 자동차를 판매하지만, 제너럴모터스는 (일본에서) 거의 판매되지 않는다"라고 부연했다.
트럼프는 "경제학자보다 이 사업을 훨씬 더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했고, 단상에 오른 브라이언은 "디트로이트에 있는 활용도가 낮은 공장에 다시 제품이 유입될 것이며, 새로운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면서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화답했다.
이번 관세가 트럼프의 2016년과 2024년 대선 승리를 결정 지은 '러스트벨트'(미국 오대호 인근 쇠락한 공업지대)의 노동자들을 위한 것이라는 걸 강조하려는 듯한 장면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행사서 상호관세를 발표하는 행정명령 서명식 중 지지하는 노동자의 연설을 듣고 있다. 2025.04.03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이후 트럼프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으로부터 국가별 상호관세율을 적은 패널을 들어 보이며, 국가별 상호관세를 하나씩 발표했다.
패널에는 세계 각국이 미국에 부과했다고 주장하는 관세율과 미국이 할인한 상호관세 두 항목이 대비돼 있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유럽연합(EU), 베트남, 대만, 일본, 인도까지 6개 국가를 순서대로 거명하며 나라별로 코멘트를 했는데, 7번째 한국과 8번째 태국을 건너뛰고 9번째 스위스로 넘어갔다.
연설 도중 한국을 4차례나 언급했지만, 정작 국가별 상호관세율을 발표할 때는 25%의 높은 관세율을 부과한 한국은 생략한 것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율에 대한 근거도 설명하지 않았는데 현재 이와 관련해서는 논란이 확산 중이다.
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백악관의 관세율 계산이 지난해 기준 미국의 각국별 무역적자를 미국의 수입액(외국 입장에선 수출액)으로 나눈 값이라는 얘기가 확산하고 있다. 산식에 따르면 무역적자가 작아질수록 관세율도 비례해 낮아지는 구조다.
이날 트럼프는 대만에 대해서는 "우리의 모든 컴퓨터, 반도체를 가져간 곳"이라고 했고, 일본에 대해서는 "아베 신조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다.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즉시 이해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곁을 떠났다"라고 했다. 중국과 관련해서 트럼프는 "중국으로부터 관세로 수천억 달러를 받아냈는데, 시진핑 주석은 이를 이해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행사서 상호관세를 발표하는 행정명령 서명식 연설 중 MAGA 모자를 던지고 있다. 2025.04.03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트럼프는 연설 도중 바람이 불 것 같아서 모자를 갖고 왔다면서,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빨간색 '마가'(MAGA) 모자를 청중을 향해 던지는, 예정에 없었던 듯한 퍼포먼스도 했다.
또 현대차를 비롯해 애플, 존슨앤드존슨, TSMC, 소프트뱅크, 오픈AI, 오라클 등의 투자계획을 소개하면서 관세 효과를 홍보했다.
트럼프는 부채 연장안과 감세, 상원 예산안 등에 의회 협조를 당부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여러분은 앞으로 몇 년 후에 되돌아보며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날이 될 것이다. '그가 옳았어. 이날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중요한 날 중 하나가 되었어'라고 할 것"이라며 "여러분 모두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그리고 미국에 신의 가호가 있기를 기원한다"며 50여분의 연설을 마무리했다.
이후 윌 샤프 문서담당비서관의 도움을 받아 단상 옆에 마련된 책상에서 관세와 관련한 2건의 문서에 서명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내각 인사로는 JD 밴스 부통령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 등이 자리했다. 또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도 함께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관세에 관한 행정 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
ryupd01@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