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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갔던 미국의 '상실감' 탓? 예상 넘은 트럼프 관세, 3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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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Make America Wealthy Again)’ 행사에서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한 뒤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쓰인 모자를 청중을 향해 던지고 있다.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통상질서에 탄도미사일을 쐈다."

2일(현지시간) 발표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를 지켜본 영국 BBC의 촌평이다. 한달여 동안 진행된 세계 각국의 물밑 협상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을 넘어선 관세 강수를 두면서 자유무역을 기조로 수십년 동안 이어졌던 국제무역질서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가 신(新)보호무역 시대로의 중대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잇따른다.

이날 발표된 상호관세는 트럼프 행정부 관세정책의 정점으로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트럼프 1기와 2기 행정부를 통틀어 기존 관세가 중국·캐나다·멕시코 등 일부 국가나 철강 등 일부 품목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발효됐다면 이번 상호관세는 동맹·우방국을 가리지 않고 미국과 교역하는 100개국 이상의 모든 국가를 상대로 광범위하게 부과되는 데다 국가별로 10%에서 50%까지 차등 부과된다는 점에서 '관세정책 종합판'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시장은 이미 대혼란 징조를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한 뒤 뉴욕증시 시간외 거래에서 주요지수선물이 급락했다. 아시아 태평양 주요 증시에도 일제히 '파란불'이 켜진 상황이다. 미국과 미국 이외 지역을 가리지 않고 글로벌 투자심리가 얼어붙을 대로 얼어붙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주도의 무역자유화와 국제분업 시스템의 역사에서 등을 돌리고 관세전쟁의 불을 당긴 것은 자유무역체제가 미국의 제조업을 쇠퇴시키는 한편 미국의 무역적자를 급속하게 늘린 원인이라는 인식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대로 제조업 기반의 국가들이 미국을 상대로 막대한 무역흑자를 챙기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인 관세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제조업 기반 유지를 위해 세금으로 확보한 보조금을 국내외 기업에 제공하기로 했던 것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세금을 쓰지 않고 대미 수출국에 부담을 지우는 관세에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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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행사에서 상호관세를 발표하는 행정명령 서명식 중 자신을 지지하는 노동자의 연설을 들으며 미소를 짓고 있다. /AFPBBNews=뉴스1


한발 더 들어가면 미국이 전 세계 유일의 패권국이었던 1990년대 후반 이후의 황금기에 대한 향수도 엿보인다. 미국의 황금기가 지나갔다는 상실감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근본적인 이유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이번 관세로 들어올 세수와 일자리가 미국을 더 위대하게 만들고 다시 부유하게 만들 것"이라며 "미국의 황금기가 돌아오고 있다"고 역설했다.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미국 대선의 향배를 가를 러스트밸트(미국 오대호 인근의 쇠락한 공업지대) 경합주의 민심을 확보하려는 동기가 상호관세의 배경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헌법 해석 논쟁을 예고하며 이미 3선 도전 가능성을 띄운 상황이다. "미국 유권자만 의식한 '국내용 국제쇼'", "3선을 노린 '미국 우선주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진행된 본격적인 상호관세 발표에 앞서 은퇴한 자동차 노동자 브라이언 판네베커를 연단으로 불러낸 것을 두고도 같은 맥락에서 연출된 장면이라는 분석이 이어진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로 자동차 분야 노동자 모임을 설립한 판네베커는이 자리에서 "장기적인 경제적 이익을 위해 단기적인 어려움을 감수할 의향이 있다"며 상호관세 정책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WTO(세계무역기구) 중심의 자유무역체제에 종언을 고하면서 그동안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면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무역 강대국으로 떠오른 중국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중국은 이번 상호관세 34% 부과로 펜타닐 유입 방치를 이유로 지난 2, 3월 부과된 기존 관세(각각 10%씩 총 20%)까지 50%가 넘는 대미 관세를 부담하게 됐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2030년 말까지 대부분의 미중 교역이 사라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수출 감소 등의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한국에 대한 26% 상호관세(백악관 자료 기준, 트럼프 대통령 공개자료에는 25%)는 미국이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한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부가 한미 FTA로 양국간 실효관세율이 0%에 가깝다는 점을 들어 타국 대비 우호적인 대우를 받을 것으로 봤던 기대감이 크게 어긋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산 자동차와 쌀을 콕 찍어 불공정 무역과 비관세 장벽 사례로 든 점을 고려하면 추가협상도 쉽진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궁극적으로 글로벌 무역질서 재편까지 몰아붙일지 여부는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좌우할 것이라고 통상전문가들은 본다. 미국 내에서도 관세로 인한 경제악화 우려가 나오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산 수입 확대, 무역장벽 제거 등과 상호관세를 맞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이날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이 최근 구축한 모델에 따르면 극단적 시나리오에서 수입품에 대한 높은 관세가 핵심 인플레이션을 1.4~2.2%포인트까지 인상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대해 세계 각국이 같은 수준의 보복관세 조치로 대응할 경우 미국의 수출이 66.2% 감소하면서 전 세계에서 피해가 가장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심재현 특파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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