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추념광장에서 열린 제77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한덕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헌화 분양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
제77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3일 제주 4·3평화공원 위령제단·추념광장에서 희생자 유족과 도민, 정부 관계자 등 2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다.
행정안전부가 주최하고 제주도가 주관한 올해 추념식은 ‘4·3의 숨결은 역사로, 평화의 물결은 세계로’를 주제로 열렸다. 행사는 오전 10시 1분간 제주도 전역에 울리는 묵념 사이렌, 인공지능(AI) 기술로 제작된 ‘평화의 종’ 타종으로 시작됐다.
이날 참석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추념사를 통해 “4·3 사건의 희생자를 추모하고 생존희생자와 유가족분들의 아픔을 위로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기본 책무”라면서 “정부는 앞으로도 희생자와 유가족분들의 완전한 명예회복과 보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인사말씀을 통해 “제주의 무고한 국민들은 정부가 내린 포고령과 계엄령 하에서 무참히 희생당했다”면서 “4·3은 ‘국가는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헌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대한민국은 어떤 공동체로 나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 국회의장은 “아픈 역사를 숨김없이 드러내 잘못은 밝히고, 해결 과정을 통해 서로를 치유하고 화해할 때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면서 “4·3의 남아있는 과제 해결에 국회가 제주와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4·3희생자 추념식에 국회의장이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인사말을 통해 “육지에서 행방불명된 희생자들의 유해 발굴에 중대한 역할을 한 진실화해위원회의 활동이 종료되어서는 안된다”면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 개정으로 반드시 3기 위원회가 출범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 지사는 이어 “헌법 위에 군림하려는 권력은 언제나 역사의 심판을 받았다”면서 “4·3이 그랬던 것처럼 헌법의 가치 위에 흔들리지 않는 정의와 꺼지지 않는 평화의 불빛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범 4·3희생자 유족회장은 “잘못된 역사를 반성하고 해결하지 않으면 반복된다”면서 “대한민국이 국민의 아픔을 보듬는 정의와 양심의 공동체로, 평화와 인권을 존중하는 민주국가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77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3일 제주 4·3평화공원 위령제단·추념광장에서 희생자 유족과 도민, 정부 관계자 등 2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다. 제주도 제공 |
유가족 채혈로 75년만에 신원확인 사연도
우원식 국회의장·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
정치권, 지자체장 주요 인사 대거 참석
우원식 국회의장·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
정치권, 지자체장 주요 인사 대거 참석
이날 추념식에서는 가족들의 채혈로 75년만에 신원을 확인한 고 김희숙 희생자 가족의 사연이 소개됐다.
고 김희숙씨(당시 29세)는 저지리 출신으로, 1950년 한국전쟁 발발 후 예비검속돼 섯알오름에서 희생당했다. 이후 김씨의 유골은 2007년 제주공항서 발굴됐다. 하지만 오랜 기간 신원은 밝히지 못했다.
신원이 확인된 것은 지난해 손자 김경현씨가 채혈에 참여하면서다. 김씨는 “지난해 여름 힘들어하시는 아버지를 위해 유가족 채혈을 했고, 며칠뒤 어느 정도 유전자가 일치하는 분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섯알오름에서 돌아가셨을거라고 생각했던 할아버지는 제주공항에 묻혀 있었다”고 말했다.
증손녀 김해나 양은 “한강 작가님은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작별할 수 없는 아픔을 얘기했는데, 우리 가족은 이제 오랜 아픔과 작별하고 증조할아버지를 잘 보내드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4·3평화공원에 있는 행방불명인 표석 4064기에 새겨진 이들 중 신원이 확인된 이는 147명에 불과하다. 3917기의 표석은 여전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날 추념식 현장에서는 유가족의 채혈을 독려하는 ‘DNA 채혈부스’가 운영됐다.
이날 추념식은 벨라 어린이 합창단과 가수 양희은이 함께하는 ‘애기 동백꽃의 노래’ ‘상록수’ 공연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행사에는 4·3생존 희생자와 유족,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우원식 국회의장,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 등 정부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최형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등 정치권 인사들도 추모의 뜻을 함께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관영 전북도지사, 강기정 광주시장, 신수정 광주광역시의장,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이정선 광주시교육감 등 타 시·도 광역단체장, 교육감들도 추념식장을 찾아 희생자의 넋을 기렸다.
한편 이날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를 하루 앞둔 시점인 만큼 12·3 비상계엄 사태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정권퇴진 한국사회대전환 제주행동은 이날 4·3추념식이 열리는 4·3평화공원 앞에 ‘불법계엄 내란수괴 윤석열을 파면하라’는 내용의 현수막 등을 내걸고 윤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했다. 또 한 권한대행이 추념사를 낭독하는 동안 한 참가자가 “내란수괴 한덕수는 물러가라”고 소리치다가 경호원에 의해 행사장 밖으로 내쫓겼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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