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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하정우표 ‘로비’, 간절해서 더 웃긴 블랙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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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웨이 대신 눈치를 읽고, 클럽 대신 대사를 휘두른다. 관객은 웃고 있지만, 스크린 속 인물들은 웃을 수 없다. 절실하고, 간절하고, 애타다. 2일 개봉한 하정우 감독의 세 번째 연출작 로비다.

스타트업 대표 창욱(하정우)이 4조 원 규모 국책사업을 따내기 위해 인생 첫 로비 골프에 나선다는 이 단순한 줄거리 안에는, 한국 사회의 다양한 군상들이 하나씩 숨어 있다. 하정우는 감독이자 주연으로서,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창욱을 능청스럽게 그려내며 영화의 문을 연다. ‘하정우표 유머’는 유효하다. 대사 한 줄, 눈빛 하나, 침묵 속 타이밍까지 익숙한데도 피식 웃게 되는 힘이 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단연 캐릭터다. 골프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풍성하게 채우는 것은 명품 배우들의 연기다. 그냥 지나가는 조연이 없다. 누구 하나 카메라에 잡히는 순간, 무대의 주인공이 된다. 마치 연극처럼 하정우는 모든 장면마다 그 인물을 꺼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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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끝마다 성희롱과 무례의 선을 타는 정치권 실세 최실장(김의성), 기자랍시고 접대를 당연하게 여기는 로비 알선 전문 박기자(이동휘), 용돈을 받고 골프 접대에 초대된 톱스타(최시원), 아무 데서나 옷 벗고 갈아입으며 ‘여긴 내 세상’이라 말하는 대표(김종수) 등 현실 어디쯤엔 꼭 존재할 것 같은 뒷골을 당기는 인물이다. 이쯤 되면 단순 코미디가 아니다. 현실에서 튀어나온 블랙코미디다.

관객은 웃지만, 스크린 속 인물들은 죽을 각오로 달린다. 누구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누구는 입지를 굳히기 위해, 누구는 생존을 위해 골프채를 쥐었다. 인생의 마지막 기회처럼 치열하게 매달리는 이 캐릭터들은 애가 탄다. 그래서 더 우습다. 하정우 감독은 이 간극을 정확히 짚는다. 웃기되, 가볍지 않다.

배우들의 호흡은 말할 것도 없다. 불필요한 과장 대신, 진짜 사람 같은 인물들의 동선과 감정선이 눈에 들어오고, 그래서 더 몰입된다. 하정우, 김의성, 곽선영, 박병은, 강해림, 최시원, 차주영, 이동휘, 강말금, 박해수. 이름만 봐도 눈이 즐겁다. 이 많은 배우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린다. 한 명이 튀는 게 아니라, 다 빛난다. 캐릭터마다 자신만의 리듬과 톤이 살아있고, 그게 하나의 유기적인 흐름을 만든다. 감독 하정우가 애정을 갖고 배우들을 대했음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누군가는 이 작품을 ‘로비’라는 말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하정우는 로비라는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 집중한다. 관객에게는 익숙한 현실의 축소판이자, 사회 풍자의 미러링이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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