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대부분 상환기간이 길어서 '정기지출'로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상환기간이 길든 짧든 대출은 대출이다. 만기가 도래했을 때 정확하게 갚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둬야 한다. 이 부부 역시 마찬가지다. 납입 횟수가 300회나 남은 주택담보대출금(잔여금 1억2000만원)을 뒷전으로 미뤄놓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국민연금의 장점을 짚어봤다.
최근 들어 재정 상태가 급속도로 나빠진 게 고민인 오창수(가명·49)씨와 아내 박혜수(가명·44)씨. 두 아들(21·18)을 키우기 위해 아내가 오래전에 회사를 그만둔 게 시작이었다. 처음엔 티가 나지 않았지만, 아들들이 크면서 양육비와 학원비가 늘고, 부부의 씀씀이도 커지면서 부부의 가계부도 마이너스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첫째가 대학에 입학하고 한시름 덜긴 했지만, 부부는 노후를 전혀 대비하지 못했다. 저축액이 '제로'인 두 사람의 미래는 누가 봐도 불안정하다. 여기에 아직 다 갚지 못한 주택담보대출금(잔여금 1억2000만원)도 부부를 괴롭힌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부부는 재무상담을 신청했고, 지출을 대폭 줄여 약간의 여유자금을 확보하는 단계까지 왔다.
그 과정을 요약하면 이렇다. 필자가 파악한 부부의 월소득은 440만원이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남편이 오롯이 혼자 버는 돈이다. 지출은 정기지출 439만원,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54만원 등 493만원이다. 한달에 53만원씩 적자가 났다.
부부는 몇주에 걸쳐 상담한 끝에 정기지출 107만원(439만→332만원), 비정기지출 7만원(54만→47만원) 등 114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보면 많이 줄인 듯하지만 아직 적자(53만원)가 남았다. 이것까지 계산하면 부부가 실질적으로 쓸 수 있는 여유자금은 61만원이다.
상황이 무척 좋지 않다. 여유자금이 많이 모자란 데다, '아르바이트라도 구하겠다'고 했던 아내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아내가 일할 마음이 없어서 일자리를 얻지 못한 건 아니다. 거동이 약간 불편해 몸 쓰는 일을 고르기 어려운 탓이다.
그래도 아내는 "계속해서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보겠다"고 약속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쩌겠는가. 웃으며 노후를 맞으려면 지금은 좀 더 분발해야 한다. 부부는 아내의 일자리가 생겨 여유자금이 늘어나면 그때 저축액을 늘릴 방법을 한번 더 고민하기로 했다. 그때를 기약하며 지금은 61만원으로 최선을 다해 솔루션을 짜기로 했다.
노후에 연금으로 생활하려면 어떻게 계획을 짜야 할까. 요즘 효용성을 두고 많은 말이 오가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진 '국민연금'이 노후를 보장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은퇴 후 국민연금이 생활비 역할을 해주므로 직장에 다니지 않아도 가입을 고려해보는 게 좋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
이 연금의 특징은 '오래 가입할수록 유리하다'는 것이다. 일찍 가입하고, 수령 시기를 늦추면 늦출수록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이밖에 물가가 오르면 연금액이 오른다는 것도 소소한 장점이다. 필자는 이런 연기연금제도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아내 박씨에게 자신의 이름으로 국민연금에 10만원씩 넣으라고 조언했다.
그러자 박씨는 이렇게 되물었다. "40대가 가입하기엔 늦은 거 아닌가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괜찮다. 가입 시기가 늦었다면 '연기연금제도'를 활용하면 된다. 연금을 수령할 나이에 도달했을 때 수령을 늦춰주는 제도인데, 최대 5년까지 연기하는 게 가능하다. 여기서 눈여겨볼 건 수익률이다. 1년씩 연기할 때마다 수령액이 연간 7.2%씩 늘어난다. 최대치인 5년까지 연기하면 36%나 증가하는 셈이다.
수익률이 웬만한 투자상품보다 훌륭하지만, 그렇다고 수익만 바란 채 무작정 지급 시기를 늦춰선 안 된다. 개인마다 기대 수명이 다르다는 점, 건강 상태가 갑자기 나빠질 수 있다는 점 등 가능한 모든 변수를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자칫하면 정작 돈이 필요할 때 연금을 받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남편은 개인형퇴직연금(IRP)에 10만원씩 납입한다. IRP의 장점은 세금 공제 혜택이 두둑하고 수령 방법이 다양하다는 점이다. 종합소득 5500만원 이하 시 16.5%, 초과 시 13.2%를 공제받는다. 만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하면 퇴직소득세도 절감할 수 있다.
부부는 적금(20만원)도 들었다. 아직 납입 횟수가 300회나 남은 주택담보대출금(잔여금 1억2000만원) 갚는 속도를 조금이라도 올리기 위해서다. 만기가 도래하면 한꺼번에 인출해 갚는 식으로 운용하기로 했다.
수익성이 약간 부족하다고 판단해 남편이 한달에 10만원씩 주식에 직접 투자하기로 했다. 남편이 주식투자 경험이 있다는 점을 활용한 판단이다. 그래도 가능하면 원금을 잃지 않는 게 가장 좋으므로, 남편은 비교적 안전한 대기업의 배당주 위주로 투자하기로 했다.
경력단절여성은 재취업이 쉽지 않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
현재 부부는 비상금이 전혀 없는데, 적은 돈이라도 모아두면 분명히 요긴하게 쓸 일이 생긴다. 이런 필자의 충고를 받아들여 부부는 CMA통장에 11만원씩 저축하기로 했다. CMA통장은 하루만 돈을 넣어도 이자가 생기고, 시중은행 통장처럼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비상금통장으로 쓰기에 적격이다.
조금만 여유자금이 더 있어도 훨씬 더 탄탄하게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나중에라도 아내가 아르바이트에 취업해 돈을 벌면 그때 모여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보기로 했다. 그날이 올 때까지 부부가 성실하게 솔루션대로 생활하기를 바란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