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지 않는 호주섬 '허드 맥도널드 제도'에 서식하는 펭귄 무리의 모습. /사진=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 홈페이지 |
2일(현지시간) AFP통신은 이날 발표된 미국 상호관세가 무인도, 영토분쟁지, 재난국 등 모든 곳을 예외 없이 겨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관세는 사실상 10%의 보편관세와 미국이 무역적자를 보는 한국 등 국가에 추가적인 상호관세가 더해진 구조다. 한국에 대한 관세율은 총 25%다.
상호관세 적용 대상에 포함된 호주령 '허드 맥도널드 제도'(Heard and McDonald Islands)는 남극대륙에서 약 1700㎞ 떨어진 인도양에 자리 잡은 화산섬이다. 얼음으로 뒤덮인 이 제도에는 많은 물개와 펭귄, 여러 종류의 새들이 서식하지만 사람은 살지 않는다. 하지만 호주와 마찬가지로 10% 관세를 부과받았다.
이 밖에도 태평양 서쪽에 위치한 섬나라 키리바시, 아프리카 동남부 인도양에 있는 프랑스령 마요트섬, 아프리카 서해안의 작은 섬나라 상투메 프린시페 등 10% 관세가 부과됐다.
인구 3200명과 펭귄 약 100만 마리가 사는 '포클랜드 제도'는 고관세 폭탄을 맞았다. 영국이 실효 지배 중이지만 영국과 별도로 이 지역에는 41% 관세가 부과됐다. 이곳을 둘러싸고 영토 분쟁을 하는 영국과 아르헨티나는 이번 상호관세에서 10%만 부과됐다. 포클랜드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이 지역은 2022년 기준 세계 수출 규모 178위이며 수출액은 3억8200만달러(약 5603억원)에 불과했다. 어업과 목축업이 국내총생산(GDP)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2일(현지 시간) 미얀마 만달레이 거리에서 지진 피해 이재민들이 물과 음식을 받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달 28일 발생한 강진의 피해 수습을 위해 반군 세력과 3주간 휴전을 선포했다. 현재까지 사망자 수는 3천 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AP=뉴시스 |
이번 상호관세 대상 중 캄보디아(49%), 라오스(48%), 베트남(46%) 등 동남아 국가들에 높은 관세가 부과됐다. 이 가운데 최근 강진으로 300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미얀마도 44%라는 고관세를 부과받았다. 미얀마의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6억6500만달러(약 9760억원)으로, 미국은 미얀마에 5억7930만달러(약 8505억원)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미얀마는 미국에 주로 트렁크 등 여행용 가방, 니트 모자, 직물 의류 등을 수출한다.
전문가들은 동남아 국가들이 미중 무역 전쟁의 희생양이 됐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 아세안 전문 연구기관인 ISEAS-유소프 이샤크 연구소의 시와게 다르마 네가라 수석연구원은 가디언에 "미 정부는 동남아 국가 수입품에 고관세를 부과하면 이들 국가에 대한 중국의 수출과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며 "실제 표적은 중국이지만 중국이 동남아 국가에 투자해 일자리와 수익을 창출한다는 점을 노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들 국가에 대한 관세는 미국에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영민 기자 letsw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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