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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미 주도' 강자? '수출길 잃은' 약자? 기로 선 시진핑의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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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무역전쟁 이후 글로벌 공급망 영향력 높여왔는데
미국 수출우회로까지 차단, 신 경제블록 구축 시험대…
어려운 중국경제는 변수, 미국기업엔 상당한 타격 우려

머니투데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행사서 상호관세를 발표하는 행정명령 서명식 중 흡족한 표정으로 연설을 하고 있다. 2025.04.03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54%(10%+10%+34%) 폭탄관세를 목전에 둔 시진핑의 중국이 기로에 섰다. 트럼프발 파고를 넘느냐, 넘지 못하느냐가 관건이다. 탈 미국 진영을 주도하며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미국의 강한 대안이 될지, 아니면 주요 시장 공급망을 모두 차단당하고 다시 오랜 절치부심에 빠질지가 결정된다. 물론 합의 가능성은 열려있다.


BRICS-RCEP-일대일로...무역전쟁 이후 준비해 온 중국

머니투데이

지난 2018년부터 촉발됐던 트럼프 1기 미중 무역분쟁 이후 중국은 상당히 면밀하게 미국과의 2차 무역전쟁을 준비해 왔다. 종래엔 미국을 꺾고 전 세계 헤게모니를 되찾겠다는 '100년의 마라톤' 전략을 감안하면 당연한 수순이다. 미국이 중국을 공식 경쟁국화하면서 중국의 계획도 공공연히 수면위로 떠올랐다. 중국 입장서 미국과 경쟁은 단순한 자존심 싸움이 아닌 존속과 생존의 문제가 됐다.

중국을 중심으로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모인 브릭스(BRICS)는 지난해부터 이란과 이집트, UAE 등으로 세를 확장하고 있다. 중국은 브릭스 총 GDP(국내총생산)의 약 65% 차지하는 맹주국이다. NDB(신개발은행) 창설을 주도하고 위안화 결제도 늘려간다. UAE 등의 가입도 중국의 브릭스 확장정책 주장의 결과물이다. G7에 대응하는 글로벌사우스(개도국 연대) 대안체를 만들자는 거다.

아세안 10개국에 한중일 3국, 호주와 뉴질랜드 등이 속한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내에서도 중국은 최대 경제대국이자 수출국이다. 브릭스보다 더 직접적으로 중국발 공급망 재편의 핵심 역할을 하는게 RCEP다. 중국이 상당수 회원국들과 국경을 접하며 실제 수출입이 가능한 허브 역할과 초대형 소비시장의 역할을 동시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대일로'나 중·아프리카협력포럼은 더 말할 것 없는 중국 주도 글로벌 이니셔티브들다. 중국이 설계했고, 또 유일한 중심국가다. 인프라와 금융, 외교가 결합된 경제외교 틀이다. 특히 일대일로는 주로 후진국에서 도로와 항만, 철도 등에 투자하는데 대상국 부채 급증, 유럽 선진국들의 탈퇴 등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와 중동, 중남미 등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을 동시에 담기에 가장 적합하고 큰 그릇이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수출 우회로까지 차단한 美...중국 신 경제블록 시험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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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4일 (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 환영 만찬에 앞서 촬영 준비를 하고 있다. 2024.09.05 /AFPBBNews=뉴스1


이런 경제협의체는 국제경제에서 곧 밸류체인이다. 그리고 트럼프의 이번 폭탄관세는, 중국이 왜 밸류체인 다변화에 매달려 왔는지 이유를 여실히 보여준다. 트럼프는 2일(미국시간) 중국에 34% 상호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베트남에 46%, 태국에 36%, 인도네시아에 32%, 말레이시아에 24% 관세를 각각 부과했다. 중국의 대미 수출 우회로까지 완전히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해당 국가들은 2018~2019 미중 무역전쟁 당시 중국의 주요 우회수출 거점들이다. 중국산 원료나 반제품을 중국 기업들이 베트남이나 태국, 말레이시아 등으로 수출하고, 현지서 완제품을 제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관세장벽을 피했다.

실제 세계은행과 USITC(미 국제무역위원회) 등의 집계에 따르면 2018년 5392억달러(약 793조원)였던 중국의 대 미국 수출액은 2020년 4525억 달러(약 665조원)로 크게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베트남의 대 미국 수출액은 490억달러(약 72조원)에서 771억달러(약 113조원)로 대폭 늘었고, 집계에 따라서는 800억달러를 넘어섰다는 분석도 나왔다.

달리말하면 당시만 해도 미국이 관세장벽을 둘러친다 해도 중국은 대미 수출을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우회라도 해서 뚫고 들어가야만 했다. 그러나 시나브로 상황이 달라진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8%였던 중국 수출액 중 미국 비중은 지난해(1~11월 누계) 기준 13.6%로 떨어졌다. 총 무역량 중 미국 비중은 29%에서 21%(이하 2024년 연간 전체)로 줄었다. 미국에서 집계한 총 수입량 중 중국산 비중을 봐도 같은 기간 21.6%에서 13.4%로 줄었다. 확실한 디커플링 흐름이다.


때리는 미국...중국 영향력 확대 레버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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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연간 GDP 성장률/그래픽=임종철


반면 지난해 중국의 총 무역액은 약 3조5800억달러로, 2018년에 비해 29.4% 늘었다. 미국 외 지역으로 수출을 다변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은 전세계 제조업 서플라이체인의 약 30.2%를 장악하며 15년 연속 1위를 유지했다. 전략광물 등 원자재뿐 아니라 반제품 등 공급망 내 지위가 확실한 가운데 물동량까지 좌우한다. 작년 중국의 글로벌 컨테이너 수출 점유율은 지난 2019년 32%에서 4%포인트 상승한 36%였다.

대단한 숫자지만 여전히 경제펀더멘털이나 우방국 진용을 감안하면 미중분쟁은 중국이 이기기 어려운 싸움이다. 시진핑 행정부가 미국의 관세부과에 격렬히 반발하면서도 내심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의 우방국으로 구성된 글로벌 서플라이체인을 비집고 들어가지 못하면 미국과의 대결에 승산이 없어서다. 그런데 트럼프가 알아서 우방국 이반을 종용해주고 있다는 게 중국 정부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해석이다. 중국이 새 경제블록을 만들 수 있도록 미국이 도와주고 있다는 거다.

중국이 일정 성취를 거둔다 해도 단기적으로 미국을 압도하거나 대체하는 시나리오는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 탈미국화된 경제질서 일부를 형성하고 자국 생존을 위한 블록을 유지하는게 현실적 목표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이 생존전략을 구체화하는 가운데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관세전쟁에 대한 피로감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내 물가상승 분위기도 심상찮다. 언제든 중국이 미국과의 대화의 응해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어려운 중국 경제가 변수...美 기업들에도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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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팀 쿡 애플 CEO가 23일(현지시간)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열린 중국 발전 고위급 포럼(CDF) 개막식에 앞서 참석자들과 얘기를 하고 있다. 2025.03.24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베이징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문제는 중국 경제가 얼마나 버텨주느냐다. 심각한 내수부진과 기업실적 악화, 이에 따른 실업 급등으로 중국 경제는 예상보다 오래 주춤하고 있다. 미국으로 수출길이 사실상 막히면서 그간 유일한 비빌언덕이던 수출까지 흔들릴 조짐을 보인다. 전략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수출망만 끊긴 약자가 될 수 있다. 이 역시 합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변수다.

다만 합의에 이르기 전까지 중국이 미국 기업들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를 확대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2월과 3월 트럼프 관세 발효 당시 상황에 미뤄볼 때 오는 4일과 9일 각각 새 관세 발효에 맞춰 중국이 관세 등으로 맞받아칠 공산이 높고, 테슬라나 애플 등 중국 시장 매출비중이 높은 미국 기업들이 최우선 타깃이 될 수 있다. 중국이 유무형의 제재를 가할 경우 글로벌 공급망 안에서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애플과 아마존, 테슬라 등 미국 주요 기업 주가가 트럼프 관세 발표 이후 시간 외 거래에서 급락하고 있는데,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큰 충격이 있을거라는 전망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웨드부쉬의 다니엘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이번 발표는 시장이 우려하던 최악의 시나리오보다도 나쁘며, 미국 기술기업들이 강한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빅테크 기업 임원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사업을 한다는 건 움직이는 표적을 맞히는 것과 같다"고 푸념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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