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출근하기 위해 청사 앞에 줄 선 미 보건복지부 직원들. 로이터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정부 구조조정으로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미 보건복지부의 한 공무원이 이 상황이 마치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 같았다고 말했다.
2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지역방송 WTOP는 1일 아침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출근한 직원이 길게 줄을 서서 출입증 배지를 출입구에 갖대 대고 자신이 출근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몇 시간 동안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출입증을 댔을 때 초록불이 들어오면 계속 남아있게 됐다는 의미고, 빨간불이 뜨면 해고됐다는 뜻이라고 직원들은 전했다.
2시간 동안 줄을 선 끝에 출입증을 갖다 대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직원은 WTOP와의 인터뷰에서 “그것은 마치 <오징어 게임> 같았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그것은 모욕적이었다”며 빨간불이 뜬 뒤 자신의 짐을 챙기기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갈 때는 누군가가 동행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주차장에서 청사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출입증이 작동하지 않아 해고된 사실을 알게 됐다며 “그들은 지금 연방 정부 직원들을 고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WTOP는 만우절에 벌어진 이 상황이 “농담이 아니었다”며 “그들의 배지가 작동하지 않으면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인력 감축 작업에 따라 일자리를 잃었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WTOP와 인터뷰한 직원들은 지역사회의 정신건강 및 약물 이용 문제를 다루는 부서에서 일했으며, 이들은 자신의 업무가 그동안 많은 생명을 구했다고 밝혔다.
한 직원은 “우리가 곧 보게 될 것은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이 증가하고 가장 소외된 지역사회가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라며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연방정부 인력 삭감과 기관 폐쇄를 추진해온 트럼프 행정부는 1일 보건복지부를 비롯해 산하기관인 식품의약국(FDA),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에서 대규모 해고를 시작했다. 보건복지부 소속 직원은 모두 8만2천명으로, 해고되는 1만명 외에 추가로 1만명이 정부효율부(DOGE)가 주도하는 이른바 자발적 퇴직 프로그램 등에 따라 부서를 떠날 예정이다.
☞ 건물 입구서 “집으로 돌아가”···트럼프, 보건복지 인력 1만명 해고 시작
https://www.khan.co.kr/article/202504012237011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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