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정철원 조국혁신당 담양군수 후보가 2일 오후 전남 담양군 담양읍 선거사무소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정철원 후보 캠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4.2/뉴스1 |
(담양=뉴스1) 서충섭 기자 = 조국혁신당이 더불어민주당의 두꺼운 벽을 뚫고 호남에서 첫 단체장을 배출했다.
혁신당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야권의 관심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로 집중되는 '계엄 프리미엄' 와중에서도 승리하면서 저력을 과시했다.
2일 담양군수 재선거에서 정철원 혁신당 후보는 1만 2860표(51.8%)를 얻어 당선됐다. 이재종 민주당 후보(49)는 1만 1956표(48.17%)를 얻었다.
이재종 후보는 윤건영, 박수현, 고민정 등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한 이들이 현역 의원인 데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하는 등 '文(문재인 전 대통령)의 남자'라는 존재감을 보였다. 문 전 대통령 부인인 김정숙 여사가 직접 담양 선거사무소를 찾기도 했다.
민주당도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36명의 국회의원이 담양에서 지원사격을 했고, 광주·전남 기초·광역의원 등 300여 명이 선거운동원을 자처하면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비견케 했다.
유세하는 정철원 조국혁신당 담양군수 후보(왼쪽)와 가수로 활동하는 정 후보.(유튜브 캡처. 재배포 및 DB 금지) |
반면 정철원 혁신당 후보는 무소속 3선 군의원을 지낼 동안 변변한 정치적 뒷배경도 없었다. 평생 담양을 떠나지 않은 토박이로 고향 이름을 딴 건설회사를 운영하면서 생계가 어려운 노인들을 돕는 등 노인복지활동을 남몰래 펼쳐왔다.
'어르신들에게 즐거움을 드리겠다'며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노래실력을 갈고닦아 정식 가수협회에 가수로 등록, 지난해까지도 각종 지역 축제에서 노래를 부르는 트로트 가수활동도 해왔다.
그는 민주당 소속이 9명 중 7명으로 압도적 다수인 담양군의회에서 민주당 의원을 꺾고 의장에 당선될 만큼 탄탄한 정치력도 보유했다.
전임 이병노 군수(민주당 소속)의 당선무효형이 확실시되자 군수 출마의 뜻을 밝히며 정치 입문 11년 만에 조국혁신당에 입당했다.
정철원 조국혁신당 담양군수 후보가 3월 20일 선거운동에 돌입하면서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있다.(캠프 제공. 재배포 및 DB금지) |
출마의 변에서 "화려한 이력은 없는 정치 흙수저이지만, 담양을 바꾸겠다는 마음만은 한결같다"고 했다.
첫 선거운동날도, 사전투표날도 양복을 착용하고 투표한 민주당 후보와 달리 청바지에 바람막이를 입고 활동했다.
선거운동 첫날 5·18민주묘지를 참배했는데, 공교롭게도 51.8%를 득표했다.
어려운 가운데서 당력이 집중됐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타 국회의원들을 대신해 광주시당위원장인 서왕진 의원이 선거캠프 총사령관 역할을 도맡아 선거 당일까지도 담양 현장을 지키며 '혁신당 호남 대표 정치인'의 소임을 다했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국회의원이 2일 담양군수 재선거 투표일을 맞아 투표소를 찾아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서왕진SNS.재배포 및 DB금지) |
서 의원은 담양군수 본투표일인 2일에도 담양읍 제2투표소를 찾아 투표 독려 인증샷을 찍고 "진인사대천명, 담양군민의 선택을 존중하며 기다리겠습니다"라며 간절하게 호소했다.
지난해 영광·곡성군수 재선거에 출마했다 경선 탈락한 정원식 후보와 본선 탈락한 박웅두 후보도 패배의 아픔을 뒤로 하고 캠프에 합류, 유세와 홍보 업무를 맡아 부족한 조직력을 메꾸며 '스타트업 정당'의 허리 역할을 해냈다.
김선민 당대표 권한대행과 신장식·강경숙 의원, 황명필 최고위원 등 중앙당도 일정을 쪼개 담양을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낙마한 최화삼 담양새마을금고 이사장이 혁신당의 우군으로 등장하며 이번 선거에서 대이변을 완성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혁신당은 당선 직후 윤재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이번 선거 결과는 윤석열 독재정권에 맞서 제일 앞에서 싸웠던 혁신당에 대한 격려이자 정치혁신에 최선을 다하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라며 "국민 속으로 더욱 낮게 임하도록 당의 풀뿌리 조직을 다져 역사적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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