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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 위한 ‘광역형 비자’ 일단 제동…노동계 “숙련공 양성 대책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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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울산 동구 에이치디(HD)현대중공업 조선소 전경. 현대중공업 제공


일손 부족을 이유로 초호황기 조선소에 저임금 이주노동자를 더 늘리려던 광역형 비자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법무부는 2일 내년까지 광역형 비자를 시범 도입하는 광역지방자치단체 14곳을 발표했다. 광역형 비자는 광역지자체가 각 지역의 상황에 맞춰 이주노동자를 데려올 수 있도록 설계·관리 권한을 갖는 비자로, 유학비자(D-2)와 특정활동비자(E-7)가 대상이다. 유학비자 신청 지자체 10곳은 모두 선정됐지만, 특정활동비자를 신청한 지자체 중 대전과 울산, 경남(일부 선정)만 명단에서 제외됐다.



특히 울산과 경남은 일반기능인력비자(E-7-3)의 조선업 분야 3개 직종( 조선용접공·선박전기원·선박도장공)을 신청했으나 법무부가 심의를 보류했다. 법무부는 “ 관계부처와 지자체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 논의를 거쳐 사업계획서를 보완해 제출하면 추가 심의하겠다”고 밝혔다 .



앞서 현지 교육 프로그램과 이주노동자 기량 검증 등 보완 요청을 사업계획서에 반영했다는 울산시는 내용을 파악한 뒤 이달 중 다시 계획서를 제출하겠다고 했다. 경남도도 이달 중 법무부와 재협의에 나선다.



특정활동비자는 법무부가 사업장마다 전체 노동자의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상한을 둔다. 내국인 고용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법무부는 인력난을 이유로 2022년 애초 20%인 상한을 2년간 30%까지 늘리기로 했고, 지난해 10월 지침을 바꿔 ‘상시 30%’로 굳혔다. 광역형 비자는 이런 상한과 관계없이 이주노동자를 더 늘린다.



울산시와 경남도가 내년까지 광역형 비자로 데려오려는 조선업 이주노동자는 모두 1310명(울산 510명, 경남 800명)이다. 부족한 일손을 채우고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영주권까지 내줘 지역에 터를 잡을 수 있도록 한다고 한다.



노동계는 늘어난 일감을 값싼 노동으로 대체하려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이미 조선소 현장에는 많은 이주노동자가 최저임금을 받으며 차별과 위험을 안고 일하고 있다.(한겨레 3월6일치 12면 참조)



울산의 대표적인 조선소인 에이치디(HD)현대중공업과 에이치디현대미포 사내협력사의 이주노동자는 올해 1월 말 기준으로 6500여명에 이른다. 전체 사내협력사 노동자의 26%다. 이와 별도로 두 대기업이 직접 고용한 이주노동자도 1400명이 넘는다.



현대중공업은 2023년 9월부터 일반기능인력비자 이주노동자를 직접 채용했다. 최초 1년 계약 후 용접 등 기술력을 시험해 재계약 여부를 정한다. 그 기간은 3개월, 6개월로 단기다. 지난달부터는 계약 해지를 통보받은 이주노동자가 속출하고 있다. 기량이 일정 수준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법무부가 정한 이 비자의 최초 체류 기한인 3년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채 쫓겨나고 있다.



일반기능인력비자 이주노동자는 사업장 휴·폐업 등이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근무처를 바꿀 수 없다. 하지만 법무부는 한겨레에 “이주노동자의 귀책 사유가 없는 경우에 한해 서로 합의한 날까지 근무하면 근무처 변경이 가능하다. 구직비자(D-10) 허가를 받아 최대 1년간 구직활동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래도 직종은 바꿀 수 없다. 해고된 이주노동자의 새 일터는 조선소 사내협력사에 한정된다는 뜻이다. 이때는 30% 상한 적용도 받지 않는다. 다시 말해, 사내협력사가 모든 노동자를 이직 이주노동자로 채울 수도 있다는 의미다.



조선소 일손이 부족하다는 사 쪽의 볼멘소리와 달리, 정작 이주노동자들의 구직은 쉽지 않은 분위기다. 사내협력사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이주노동자들은 다른 곳으로 떠났다가 불법체류자 신세가 되기도 한다. 2021년 울산 동구에 온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29가구 157명 가운데 지난달 말 기준으로 17가구 105명만 남았다. 조선소 사내협력사에 취업한 이들은 저임금 고강도 노동을 견디지 못했다. 매달 200만원 남짓한 임금으로는 생계를 감당할 수 없고, 맞벌이를 하려 해도 여성 일자리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병락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장은 “조선업이 호황이라는데도 원청은 기성금을 한푼도 올리지 않아 임금은 최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숙련공을 양성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성미 기자 smoo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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