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최소 10% 이상의 상호 관세를 매기겠다는 계획을 2일(현지 시간) 공개했다. 한국에는 총 25% 상호관세가 책정됐다. 5일부터 전 세계에 10% 기본 관세가 부과되고, 9일부터는 60개국을 상대로 개별 관세가 추가로 발효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정원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은 미국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이라고 했다. 그는 “오늘은 미국 제조업이 다시 태어나는 날이다.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만들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같이 말하자 이날 발표에 참석한 철강, 자동차, 석유 분야 등의 ‘블루칼라’ 생산직 기술노동자들은 환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백악관 경내 로즈가든에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라는 행사를 열고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에 대해서는 25% 상호관세를 산정했다. 2025.04.03 워싱턴=AP 뉴시스 |
이어 “미국의 경제적 독립을 선언하겠다”며 “오늘 미국의 황금시대가 열린다”고 했다. 그는 “미국은 더이상 다른 국가의 적자와 국방비를 내줄 수 없다. 우리 사람들부터 챙겨야겠다”며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늘 말하지만 적보다 친구가 나쁠 때가 많았다”라며 “우리는 관세를 2.8% 부과하는데 다른 국가들은 200, 300, 400%를 매기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비관세 장벽을 세워 미국 기업의 자국 진출을 막고, 자동차의 81%를 자국에서 만든다고 했다. 또 한국이 미국산 쌀에 513% 관세, 일본이 700% 관세를 부과한다고 했다. 다만 한국은 매년 미국산 쌀 최저 수입 물량(13만2304t)에는 5% 관세를 부과하고, 이를 넘어가는 수입량에 513% 관세를 부과한다.
출처:트루스소셜 |
이번 발표에 따르면 캄보디아가 49%로 가장 높은 관세율을 적용받았다. 이어 베트남(46%)과 방글라데시(37%), 태국(36%)이 뒤를 이었다. 인도에는 26%, 일본에는 24% 관세가 부과됐다. 이어 유럽연합(EU) 20%, 이스라엘 17%, 영국 10%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에는 25% 관세가 부과됐다.
출처:트루스소셜 |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공장을 짓고, 미국에 일자리를 만들면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면제를 둘러싼 향후 협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제 왕과 여왕이, 각국 지도자들의 전화가 밀려들 텐데, 나는 당신들의 관세를 내리고, 비관세 장벽을 없애고, 환율 조작을 그만두라고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관세 산출 근거로 상대국의 관세와 ‘비(非)관세 장벽’을 지목했다. 그는 “우리한테 매기던 금액의 절반 정도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 도중 꺼내든 차트에는 한국의 대미 관세율이 50%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지난해 기준 미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평균 관세율이 0%대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31일 내놓은 ‘2025 국가별 무역장벽(NTE)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가 방산, 통신, 목축업, 콘텐츠 등의 분야에서 미국 기업의 진출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7쪽에 걸쳐 조목조목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직후 상호 관세 부과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어 “생활비가 오를 것이라고 걱정하는 미국 가족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냐”는 언론 질의가 나왔으나 이에 답하지 않고 연단을 떠났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현재까지 미국은 중국에 총 20%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산업별로는 지난달 12일 전 세계 철강과 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또 3일부터는 자동차에 25%의 관세가 부과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적자를 줄이고 미국 내 제조업을 부활시키겠다는 명분으로 관세 전쟁에 나섰다. 관세를 부과해 외국산 제품의 미국 수입을 줄이고, 미국산 제품의 해외 수출을 늘이겠다는 계획이다. 또 “미국에서 생산하면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며 해외 기업의 미국 투자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관세 부과 조치가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관세로 인해 수입품 가격이 올라 미국 내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목표한 관세 수입을 거두기 어려워지고 미국 경제가 활력을 잃을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고물가와 저성장이 공존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 EU, 캐나다 등은 강력한 보복을 예고한 상태다. 이들이 즉각 보복 관세로 대응한다면 통상 전쟁의 여파가 빠르게 확산할 전망이다. 특히 전 세계 무역량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전 세계에 25%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고 상대국이 동일한 보복 조치에 나서면 미국의 수출이 66.2% 감소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멕시코(35%), 캐나다(32.6%), 일본(7.6%) 순으로 수출 감소가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의 수출 감소율은 7.5%로 세계 주요국 중 5번째였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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