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4대 쟁점은 △비상계엄 선포 요건 및 국무회의의 적법성 △국회 봉쇄·진입 및 정치인 등 체포 지시 의혹 △‘포고령 1호’와 ‘비상입법기구’ 쪽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군 투입 등으로 요약된다. 법조계에선 국회와 윤 대통령 측이 신청하거나 재판부가 직권 채택한 증인들에게 헌재 재판관들이 질문한 내용들이 ‘기준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비상계엄을 선포할 때 엄격한 절차를 따르도록 하고, 국회와 선관위의 독립성을 보장하도록 한 헌법 77조를 중대하게 위반한 것인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군 병력 국회 투입’ 집중 질문
2일 동아일보가 11차례 열린 변론기일의 증인신문을 전수 분석한 결과 재판관들의 질문은 △군 병력을 통한 국회 장악 시도 △계엄 선포의 절차적 적법성 △주요 인사 체포 지시 등에 집중됐다. 가장 많은 질문이 나온 건 12·3 비상계엄 당일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의 목적에 대한 부분이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1경비단장 등 증인 7명을 상대로 12차례 질문이 이뤄졌다.
비상계엄 선포 직전 약 5분 동안 이뤄진 국무회의가 적법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도 5차례 나왔다. 2월 20일 10차 변론에 증인으로 나온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에 대한) 증인의 개인적인 생각을 말해 달라’는 김 재판관의 질문에 “‘국무회의가 아니었죠’라고 하면 상당히 동의한다”며 “통상의 국무회의가 아니었고, 형식적 실체적 흠결이 있었다는 건 하나의 팩트”라고 말했다.
● ‘주요 인사 체포’ 묻고 ‘부정선거’ 안 물어
재판관들은 계엄 당시 주요 인사에 대한 체포 지시가 있었는지도 직접 검증했다.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은 8차 변론에서 계엄 당일 오후 10시 50분경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통화를 마친 윤 대통령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미국 출장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고 했다. 그러자 김 재판관은 “홍 차장 진술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화에서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라’, ‘우선 방첩사령부를 도와 지원해라’라고 했다고 한다”며 “그러고 나서 바로 국정원장한테 전화해서 ‘미국 출장 어떻게 하실래요’ 이건 이해가 안 간다”고 지적했다. 실제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 대통령의 검찰 공소장에는 국방부 조사본부가 사실상 전군에 정치인 체포조 명단을 보내 달라고 요구한 혐의가 적시되기도 했다.
정 재판관은 2월 4일 5차 변론에서 홍 전 차장이 메모한 ‘정치인 체포 명단’에 대해 질문했다. 정 재판관은 메모의 ‘검거 요청’ 부분에 대해 “국정원에 (정치인 등을) 체포할 인원이나 여력이 있느냐”고 물었다. 홍 전 차장이 “체포 권한은 없지만, 지원할 수는 있다”고 하자 정 재판관은 “(요청이 아닌) ‘검거 지원’이라고 적어야 했던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국정원의 업무 범위 등을 확인해 체포 관련 전후 관계와 기관별 개입 정도를 파악하기 위한 질문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반면 재판관들은 윤 대통령 측이 계엄 선포의 주요 배경으로 주장한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선 별도로 묻지 않았다. 수도권 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이미 대법 판결 등을 통해 사실관계 확정이 이뤄진 만큼 재판관들이 쟁점으로 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재판관들이 국회 측의 ‘형법상 내란죄 철회’와 관련한 발언을 내놓지 않은 점도 주목된다. 윤 대통령 측은 “소추 사유의 80%를 철회하는 것이라 국회 의결을 다시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공식 브리핑을 통해 “재판부가 자체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한 전직 헌재 재판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도 소추 사유 변경이 받아들여졌던 만큼 이번에도 ‘형법상 유무죄’ 판단 대신 ‘위헌성’에 집중해 심리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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