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관세 부과를 시작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에 또 한번 충격파가 가해졌다. 당초 이날부터 적용될 예정이던 수입산 자동차 대상 25% 관세에 상호관세까지 더해져 관세율이 더 높아진 탓이다.
지난달부터는 철강·알루미늄 등 차량 제조용 핵심 원자재에 25%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여기에 다음 달 부과 가능성이 높은 차량용 주요 부품 관세(25%)까지 추가될 경우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가 트럼프발(發) 4중 케이지(철망)에 갇힌 채 급격히 경쟁력을 잃을 우려가 크다.
완성차 업체들의 대대적인 공급망 변경 조짐에 2차 이하 중소 협력사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미국에 공장을 지을 여력이 없어 국내 공급 물량이 줄면 즉각적으로 경영난에 봉착할 수 있어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지난달 발간한 '2024 자동차 부품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부품업체 2만1443개 중 2·3차 협력사는 1만4911개로 전체의 70%에 달한다. 5인 미만 기업이 절반(49.1%) 가까이 되고 10인 미만으로 넓히면 68%까지 높아진다.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 업체도 고민이 깊다. 미국 생산을 확대하더라도 관세 여파를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준공한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 능력을 연 50만대로 늘리기로 하면서 현대차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공장(연 36만대), 기아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 공장(연 34만대)을 더해 미국에서 연간 12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출 예정이다. 그러나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내 차량 판매량(170만7573대)을 감안하면 최소 50만대 이상은 고율 관세 부담을 지고 수출을 해야 한다.
현지 재료·부품 조달 여건도 녹록지 않다. 현대차와 기아를 중심으로 현지화 전략을 확대 중이지만 여전히 해외에서 들여오는 철강·알루미늄, 엔진·변속기 등 핵심 재료·부품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49종의 차량 중 미국·캐나다 등 북미산 부품 비중이 10%를 넘는 차종은 15종에 불과하다.
그나마 현대차 산타크루즈·투싼·아이오닉5, 기아 스포티지·소렌토·텔루라이드 등 북미에서 판매량이 많은 차종은 부품 현지 조달 비율이 50~60%에 이르고 조립도 주로 미국 공장에서 이뤄진다.
자동차 관세와 상호관세, 철강·알루미늄 등에 붙는 관세에 자동차 부품 관세까지 4중고에 처한 상황이라 어떤 식으로든 현지 조달 비중을 높여야 하지만 대당 소요되는 2~3만개 부품 공급처를 단기간 내에 바꾸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상당 기간 관세로 인한 타격을 견뎌낼 수밖에 없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볼트 등 기성품 외에 상당수 부품은 내구성·성능 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 공급이 이뤄지는데 이를 위해서는 최소 1년 이상 소요된다"며 "당분간은 국내 협력사 부품을 미국으로 수입해 쓰겠지만 순차적인 비중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윤선훈 기자 chakrell@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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