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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복룡의 신 영웅전] 복수를 거부한 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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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삼국지』의 전쟁 장면이라면 적벽대전이 먼저 떠오르겠지만 가장 처절했고, 조조의 운명을 가른 것은 관도(官渡)대전(서기 200년)이었다. 40만 명의 원소(袁紹)와 싸워야 하는 조조(曹操)는 병력의 열세는 말할 것도 없고, 군량미도 부족했으며, 책사(策士)도 원소 쪽이 우세했다. 그러나 원소는 그 장점을 이용할 만한 그릇이 아니었다. 그래서 원소는 대패하고 쫓기는 몸이 됐다.

조조의 막료들이 원소의 뒤를 쫓았다. 원소는 문서와 귀중품을 모두 버린 채 기병 800명만을 이끌고 달아났다. 조조는 더 이상 추격하지 않고 원소가 버리고 간 물건들을 수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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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전리품을 병사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빼앗은 문서 가운데 편지 한 묶음이 있었는데 모두가 조조의 부하 장수들이 주군을 배신하고 원소와 은밀하게 내통한 것들이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조조에게 아뢰었다. “일일이 이름을 대조해 모두 죽이시지요.”

그 말에 조조가 이렇게 대답했다. “원소가 강성했을 무렵에는 나도 마음이 흔들렸는데 남들이야 오죽했겠는가?” 그러고는 그 편지들을 모두 태워버리도록 하고 다시는 그 문제를 따지지 않았다(『삼국지』 제30회).

동양의 춘추 논리에서는 복수를 부덕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부모 죽인 원수를 죽이는 것은 살인에서 면죄되며 칭송을 받았다. 복수심이 삶의 에너지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군주제에서 공화정으로 바뀐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그럼에도 지금 한국의 정치는 복수극이다. 학회의 어느 자리에서 김학준(金學俊) 교수가 “지금 한국의 정치제도는 대통령 격노(激怒) 중심제”라고 주장하기에 내가 “지금 한국의 정치제도는 복수(復讐) 중심제가 아닐까?”라고 반문한 적이 있다. 지금이 그렇다. 내가 살아 보니 복수심은 나를 다치게 하더라. 한국 정치도 이제 조금은 더 너그러워질 수 없을까? 잡범들은 빼고….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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