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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첨단무기, 원전, 소고기… 상식 밖 美 ‘비관세 장벽’ 뭘 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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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미국 대통령 직속 기구인 무역대표부(USTR)가 교역 상대국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를 코앞에 두고 국가별 ‘비관세 장벽’을 정리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 부문에는 기술 이전을 조건으로 무기를 구매하는 관행, 외국인의 원전산업 진입 금지,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 금지 등 다양한 내용이 담겼다. 다수는 국제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돼 온 관행이거나, 규제가 풀려도 미국 측에 전혀 실익이 없는 요구들이다.

USTR은 ‘2025 국가별 무역장벽(NTE)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와 1000만 달러가 넘는 방위산업 계약을 맺는 외국 계약자에게 ‘절충교역’ 의무가 부과될 수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문제 삼았다. 절충교역은 무기, 군수품 등을 해외에서 구매할 때 상대방에게서 기술 이전 등을 반대급부로 받는 것이다. 자주국방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세계 130여 개국이 활용하고 있을 정도로 국제 무기거래의 일반적 관행이다. 그런데도 미국 측이 자국 무기를 많이 수입하는 한국을 콕 집어 부당한 일인 것처럼 지목한 것이다.

보고서는 또 한국이 원자력발전소의 외국인 소유를 금지한 것도 문제 삼았다. 수력·화력·태양광 발전소에 대한 한국의 외국인 투자 제한을 문제 삼은 적은 있지만, 원전시장 개방을 요구한 건 처음이다. 저렴한 기저 전력원이자 에너지 안보, 전기요금과 직결된 원전시장을 외국 기업에 완전히 개방한 나라는 드물다. 우크라이나 전쟁 후 프랑스가 원전 기업인 프랑스전력공사(EDF)를 국유화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미국 측은 생후 30개월령 미만 미국산 소고기만 한국이 수입하는 것도 끄집어내 지적했다. 미국의 광우병 발병 이력 때문에 한국은 2008년 이후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차단해 왔다. 그럼에도 한국은 작년 미국산 소고기의 최대 수입국이다. 규제를 없앨 경우 한국 소비자의 불안감만 커져 수입이 줄고, 미국 측에 불이익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미국 기업들의 민원에 불과한 억지 요구들을 빌미로 한국에 높은 상호관세를 물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르면 오늘 중 이런 비관세 장벽들을 반영해 결정한 상호관세율을 한국에 통보하고, 이를 지렛대 삼아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 할 것이다. 정부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국내 규제를 선별적으로 풀더라도, 핵심 국익을 침해하는 부당한 요구에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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