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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저건 모스크바함인데” 말하자... 우크라 “땡큐!” 美 허락도 없이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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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군, 러시아 흑해함대 기함 격침 때 사전 통보도 안 해
러 핵심전력 타격 원치 않았던 미국, 우크라 행동에 분노
우크라이나군이 2022년 4월 러시아 흑해 함대의 기함(旗艦)인 모스크바 유도미사일 순양함을 격침했을 때, “미국은 전혀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고 우크라이나군에게 러시아의 핵심 전력을 공격하도록 허용할 의사도 없었기에 분노하고 크게 당황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난 3년간 미국은 우크라이나군의 전쟁 수행에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깊이 개입했으며, 독일 비스바덴의 미 육군 유럽ㆍ아프리카 사령부에서 양국의 고위 장군과 장교들이 러시아군 타깃에 대한 정보 공유, 반격 작전 수립과 필요한 무기 공급을 놓고 매우 긴밀하게 협력했다고 보도했다.

이 파트너십의 핵심 인물은 우크라이나군의 미하일로 자브로츠키 중장과, 미 제18 공수군단의 크리스토퍼 도너휴 중장이었다.

그러나 양국군 지휘관들의 처음 만남은 결코 쉽지 않았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2014년 푸틴이 크림 반도를 침공했을 때, 미군이 매우 제한적으로 지원했던 것을 생생히 기억했다.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전면전을 우려해, 우크라이나군에게 매우 제한된 군사 정보만 공유했다. 방어 무기 제공도 거부했다. 페트로 포로셴코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담요와 야간 투시경도 중요하지만, 담요만으로는 전쟁을 이길 수 없다”고 불평했다.

당연히 우크라이나 지상군 총사령관인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대장은 미군의 지시를 받는 전쟁에 거부감이 컸다. 그는 “당신들이 아니라 우리가 러시아와 싸우고 있는데, 왜 우리가 미군 말을 들어야 하느냐”고 했다. 그러나 시르스키는 곧 자신들이 도저히 얻을 수 없는 수준의 정보를 미군이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2000㎞ 멀리서 오는 미국인 기계음 지시만 듣고 작전하라고?

미 제18 공수군단장인 도너휴 중장은 은밀한 특수전에서 이골이 난 사람이었다. 엘리트 특수부대인 델타 포스를 이끌었고, 미 중앙정보국(CIA)과 함께 이라크ㆍ시리아ㆍ리비아ㆍ아프가니스탄에서 테러집단 수괴들을 암살하는 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도너휴는 우크라이나측 파트너인 자브로츠키 중장에게 “당신들끼리 ‘슬라바 우크라이니(우크라이나에게 영광을)’ 구호를 아무리 외친들, 전장의 숫자를 보라. 당신네가 얼마나 용감한지는 난 관심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반격 계획을 그에게 알렸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로선 의문이 많았다. 전장(戰場)에 미군은 한 명도 없는데, 대테러전쟁에서 유용했던 미군 측 정보만 믿고 움직일 수 있을까? 전선에서 2000㎞ 떨어진 곳에서 불러주는 좌표만 믿고 M777 곡사포를 쏠 수 있나? 우크라이나군의 현장 지휘관들이 “아무도 없으니, 진격하라”는 미국인 기계음을 듣고, 적 방어선 뒤 마을로 들어갈 수 있을까?

조선일보

2023년 1월 9일 우크라이나군이 남부 헤르손 지역에서 러시아군 진지를 향해 M777 포를 쏠 준비를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전선에서 2000km 떨어진 독일 비스바덴에 위치한 미 제18 공수군단 측이 제공하는 좌표에 의지해 타격했다./자료 사진


군사 정보를 제공하는 제18 공수군단 측은 러시아군 총참모장을 비롯해 전선에 위치한 최고 군 사령관들 개인의 위치 정보는 우크라이나군에 제공하지 않았다. ‘만약 러시아가 제3국을 지원해서 미 합참의장을 제거할 경우 미국이 어떻게 반응할까’를 생각하면, 이는 미국으로선 당연한 조치였다.

미국은 정밀 타격할 러시아군에 대한 정보의 습득 과정도 전혀 우크라이나에 알리지 않았다. 도나휴 장군은 “우리가 어떻게 정보를 얻었는지는 알려고 하지 말고, 그냥 믿고 포를 쏘시오. 타깃에 맞을 것이고 결과에 만족할 것이요. 그렇지 않다면, 얘기하세요. 다음에 더 나은 정보를 제공할테니.” 결국 신뢰의 문제였다. 도너휴와 자브로츠키는 서로를 확실히 믿기로 했다.

◇우크라, 레이더에 나타난 물체의 정체 알고는

이렇게 두 장군과 양국의 협력 군인들이 비스바덴에서 일상적인 정보 공유를 하고 있을 때, 흑해를 스캔하는 레이더에 예상치 못한 시그널이 잡혔다.

미군 측은 이 물체를 보고 곧 “아, 저건 모스크바함이네”라고 말했고, 우크라이나군은 이어 “오, 땡큐. 그럼 이만”이라고 응수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는 바로 모스크바함을 때렸다.

미국 측은 우크라이나가 공격 전에 “사전 통보”를 하지 않은 것에 분노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핵심 전력을 타격할 자국산 넵튠(Neptune)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것도 미국에겐 놀라운 사실이었다.

우크라이나는 넵튠 두 발로 모스크바함을 침몰시켰다.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핵심 전력을 공격하는 것을 허용할 의도가 없었기에, 크게 당황했다.

◇모스크바함 격침의 의미

모스크바 순양함은 2022년 4월 13일 우크라이나의 넵튠 미사일에 정밀 타격을 받은 후, 다음 날 침몰했다.

러시아는 정확한 승조원 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대 500명으로 추정된다고, 우크라이나 측은 밝혔다. 크렘린은 공식적으로 17명의 전사자 발생만 인정했고, 침몰 원인은 “탄약 폭발과 화재, 악천후 속에서의 침수”라고 했다.

그러나 모스크바함 격침은 러시아에게 심리적 충격이 컸다. 격침 이후, 러시아 해군은 우크라이나 해안에서 멀리 물러났다. 또 모스크바함 격침은 지금까지도 러시아가 이 전쟁에서 겪은 가장 값비싼 단일 손실이다. 미국 포브스 잡지는 격침 당시 모스크바함의 가치를 약 7억 5000만 달러(한화 약 1조 원)로 평가했다.

일간지 키이우 포스트는 우크라이나에게 모스크바함 격침은 단순한 군사 작전이 아니라 ‘명예의 문제’였다고 전했다.

이 순양함은 2022년 2월 24일, 전쟁 첫날 즈미이니 섬(뱀 섬) 점령에 참여한 전함이었다. 당시 한 우크라이나 병사는 투항을 권유하는 모스크바함에 무전기로 “러시아 전함아, 꺼져라(go f**k yourself)”라고 욕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모스크바 순양함은 우크라이나의 미콜라이우 조선소에서 건조됐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데 사용했고 결국 우크라이나 미사일에 파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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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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