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군의 B-2 스피릿 스텔스 전략폭격기. 로이터연합뉴스 |
미국이 중동 지역을 담당하는 미 중부사령부 작전책임구역(AOR)에 항공모함 전단을 추가 배치하기로 했다. 미 공군의 핵심 전략자산인 B-2 스피릿 스텔스 전략폭격기도 배치됐다. 미국이 이란에 핵 협상을 압박하는 가운데 이어진 조치로,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숀 파넬 미국 국방부 수석대변인은 1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을 담당하던 미 해군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을 중동에 추가 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가을부터 AOR에 배치돼 예멘 후티 반군을 상대로 작전을 펼쳐온 항공모함 해리트루먼함도 유지된다.
항공 전력도 강화됐다. 국방부는 “추가 비행대와 기타 항공 자산의 배치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핵무기와 정밀유도폭탄을 운용할 수 있는 B-2 전폭기 6대가 인도양 디에고가르시아섬의 공군기지로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디에고가르시아는 미국의 중동 지역 작전의 배후기지 역할을 하는 곳으로, 이란 수도 테헤란과 예멘 수도 사나 등이 B-2 전폭기 작전 반경에 들어간다.
직접적인 군사 압박만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조만간 무기 수출 규제를 완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에도 이란과의 긴장을 이유로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에 80억달러 규모의 무기를 팔았다. 미국 재무부는 이날 이란의 무기 조달에 관여한 이란·UAE·중국 등의 개인과 단체에 제재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이맘 호메이니 그랜드 모스크에서 열린 이드 알피트르 기도회에 참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이란도 대응 수위를 높이는 중이다. 이란은 미국 공격에 대비해 대응 가능한 미사일을 준비하고 있다고 이란 국영 매체 테헤란타임스가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핵 합의를 하지 않으면 폭격이 있을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에도 이란은 핵무장 가능성을 거론하며 맞대응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어떠한 공격에도 확고한 보복 공격으로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 경고했다.
오는 10월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만료를 앞두고 양국 긴장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대화 시도도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난달 7일 트럼프 대통령은 하메네이에게 서한을 보내 2개월 이내에 새로운 핵 협정을 도출하자고 제안했고, 하메네이는 “속임수”라고 거부했다.
일각에서는 장기화한 경제 제재와 이로 인한 민생 침체, 인프라 낙후 등으로 몸살을 앓아온 이란이 전면전 수준의 갈등은 피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심각한 물 부족 사태로 가정용 상수도가 끊기고, 산업에 미친 악영향으로 물가가 치솟아 여론이 악화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에 대해 지난달 29일 “양국의 직접 협상 가능성은 거부됐지만, 간접 협상의 길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말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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