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앞에서 이민세단속국이 이 학교 대학원 졸업생인 마흐무드 칼릴을 붙잡아 가둔 데 항의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칼릴은 학내에서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을 반대하는 시위를 주도했다는 게 문제가 됐다. 로이터 연합뉴 |
마크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각국 주재 미 대사관에 학생 비자 등 일부 미국 비자 신청자들의 소셜미디어까지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뉴욕타임스가 1일 보도했다. 조사 목적은 미국 또는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지닌 사람들의 입국을 막기 위해서라고 했다.
뉴욕타임스 보도를 보면 루비오 장관은 지난달 25일 각국 대사관 및 영사에 전문을 보내 특정 학생 및 교환 방문자 비자 신청자에 대해서는 “사기 방지 부서(FPU)”에 보내 “의무(적으로) 소셜미디어 확인”을 하라고 지시했다. 사기 방지 부서는 각국 영사업무과 소속으로, 영사업무는 비자를 발급하고 신청자들을 검토하는 작업을 지원한다. 조사 대상으로 꼽힌 비자 종류는 학생 비자인 에프(F), 엠(M) 비자와 교환 방문자 비자인 제이(J) 비자다. 전문에 대해 아는 두 명의 미 당국자에게 확인했다는 이 내용은 앞서 지난달 26일 미국 독립 언론 핸드바스켓이 보도했다.
전문은 외교관들이 비자를 거부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사용해야 하는 광범위한 변수를 담고 있는데, 지난달 16일 루비오 장관이 시비에스(CBS) 인터뷰에서 한 발언도 적시해놨다고 한다. 당시 루비오 장관은 “우리는 우리나라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국가 안보나 국민의 안전을 해치는 사람을 원치 않는다”, “간단하다. 특히 손님으로 온 사람들에게는 (그렇다), 비자란 바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국 테러리스트 및 기타 국가안보 및 공공 안전 위협으로부터 미국 보호’ 행정명령(14161)과 ‘반유대주의에 맞서기 위한 추가 조치’ 행정명령(14188)을 강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알려졌다.
전문은 소셜미디어를 면밀히 살펴봐야 할 신청자로 △테러와 관련이 있거나 동조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 △ 2023년 10월7일부터 2024년 8월31일 사이 학생 또는 교환 방문자 비자가 유효했던 사람 △2023년 10월7일 이후 비자가 종료된 사람을 꼽았다. 2023년 10월7일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급습해 1200여명을 죽이고 250여명을 인질로 끌고 간 날이다.
전문은 또 신청자가 “미국 시민이나 미국 문화(정부, 기관 또는 설립 원칙)”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를 보인 경우 비자가 거부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보도와 관련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미 국무부 대변인실 쪽은 국무부가 ‘내부 심의’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는다면서 2019년 5월 미 국무부가 비자 신청자들에게 소셜미디어 계정을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짚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매사추세츠주의 터프스대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루메이사 오즈투르크가 지난달 25일 소머빌 거리에서 검은 마스크와 복장을 한 미 이민세관단속국 추정 직원들에게 체포되는 과정을 찍은 영상.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갈무리 |
앞서 루비오 장관은 지난달 27일 기자들에게 학생과 방문자 등 300명 이상의 비자를 취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을 미국에서 추방하기 위한 조처였는데, 이들의 외교 정책에 대한 관점이나 범죄 행위 등이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루비오 장관이 서명한 비자 취소 문서는 국토안보부로 전해져 집행이 시작됐다. 지난달 초 체포돼 구금 중인 시리아 출생의 뉴욕 컬럼비아대 졸업생 마흐무드 칼릴(30)과 추방 위기에 몰렸던 같은 학교의 한국인 학생 정연서(21)씨 모두 이 절차에 따라 표적이 됐다. 둘 다 미국 영주권자이지만 가자 전쟁 발발 뒤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를 규탄하는 학내 집회에 참석한 점 등이 문제가 됐다.
지난주에는 튀르키예 출신의 풀브라이트(외국인 대상 미 유학 지원 정부 장학금) 장학생으로 매사추세츠주의 터프스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루메이사 오즈투르크(30)가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이민세관단속국 직원들에게 갑자기 끌려가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해 팔레스타인의 권리에 대한 학교 당국의 지지와 이스라엘에 대한 투자 철회를 요구하는 글을 학보에 쓴 게 빌미가 됐다.
이런 가운데 연방 지원금 중단을 위협하며 미국 명문대학들의 정책 변화를 압박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1일 프린스턴대에 대한 연방정부 지원금도 중단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학교 쪽은 아직 이번 조처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유대주의’를 문제 삼아 컬럼비아대와 하버드대의 연방 지원금 중단 또는 재검토를 발표하고, 트렌스젠더 운동선수 문제를 들어 펜실베이니아대의 연방 지원금을 중단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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