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로이킴이 2일 신곡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발매한다. 웨이크원 제공. |
봄기운이 만연한 4월, 가수 로이킴이 감미롭게 돌아왔다. 잘 어울리는, 잘할 수 있는 장르의 곡을 찰떡같이 골랐다. 봄바람 살랑이는 야외 공연장에서 들으면 더 좋을 ‘있는 모습 그대로’다.
새 싱글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발매를 기념해 2일 인터뷰 형식의 로이킴의 음악 살롱이 열렸다. 일일 MC가 된 로이킴은 데뷔곡 ‘봄봄봄’(2013)부터 지난 13년간의 음악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놨다.
가을이면 이별을 주제로 한 발라드를 불렀다. 공연해도 어쩔 수 없이 분위기가 처졌다. 봄을 맞아 이젠 신나고 싶다는 마음에 ‘있는 모습 그대로’를 들고 나왔다. 완벽한 것도, 완전한 것도 많지 않은 세상에서 서로를 아껴주자고, 그러다 보면 아픔도 이별도 없는 따듯한 세상이 열릴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노래를 썼다.
가수 로이킴이 2일 신곡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발매한다. 웨이크원 제공. |
처음 기타를 들게 한 것도 밴드의 영향이었다. 중학교 때 밴드부로 활동하며 음악의 꿈을 키웠고, 축제마다 ‘밴드 국룰’이던 YB(윤도현밴드)의 노래를 열창했다. 12년간 합을 맞춘 밴드 멤버들과 앨범 자켓 사진도 같이 찍었다. 편곡부터 녹음, 믹스 등 밴드 멤버들과 전 과정을 함께하며 더 의미 있는 결과물이 나왔다.
십수 년 간 활동한 베테랑 가수지만, 무대에 올라가기 전엔 아직도 긴장이 몰려온다. 호흡을 가다듬고 편안한 마음으로 무대에 오르려 한다. 군 복무 이후 창법도 미세하게 바꿨다. 이전엔 목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소리를 냈다면, 이후엔 가볍게 소리 내고 있다. ‘슈스케’ 시절 창법을 그리워하는 팬들에겐 반가울 법한 ‘있는 모습 그대로’다.
가수 로이킴이 2일 신곡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발매한다. 웨이크원 제공. |
노래 제목처럼 로이킴의 ‘있는 모습 그대로’는 어떨까. 그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낯도 가리고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나로 인해 편안해지고 즐거워지면 좋겠다. 어색해지는 게 싫다”고 답했다. 무대 위 로이킴과 무대 아래 김상우(본명)의 간극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솔직하게, 있는 모습 그대로 소통하는 모습에 팬들의 반응도 좋다.
야외 페스티벌 무대에서 일부 관객들이 해병대 출신 로이킴을 상대로 “매끼야!(몇 기야)”라고 묻는 모습이 온라인상에서 밈처럼 화제를 모았다. 라이브 방송에서 보여준 친근감 넘치는 모습도 회자하고 있다. “요즘 놀리듯 아저씨라고 부르는 팬들이 많아졌다. 아저씨가 아닌 오빠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안 끼던 컬러 렌즈도 껴봤다”며 신곡 콘셉트를 소개했다. 무려 ‘섹시 꾸러기’다.
귀여우면서도 섹시하고, 섹시하면서도 귀엽게 보이려 감량도 했다. 팬들의 칭찬에 절로 신나서 더 다양한 콘셉트에 도전한다. 로이킴은 “솔직한 게 섹시한 것 같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소통하는 내 모습이 조금 더 섹시하게 다가가지 않을까. 꾸러기의 모습은 표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다”고 자평했다.
가수 로이킴이 2일 신곡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발매한다. 웨이크원 제공. |
신곡을 냈다 하면 한 번씩은 꼭 듣게되는 가수다. 잔잔한 감성에 감미로운 목소리까지,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노랫말과 목소리다. 음원 성적도 좋지만 특히 지난해에는 ‘내게 사랑이 뭐냐고 물어본다면’(내게 사랑이)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전역 이후 발매한 곡 중 가장 높은 성적이다. 곡을 만든 이유는 단순했다. 이별을 노래하는 곡들이 많아 정작 축가로 선곡할 만한 발표 곡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랑이 뭘까’하는 물음으로 시작해 당시 그가 생각하던 사랑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았다. 신곡을 낼 때마다 성적을 기대하지만, 아쉬움도 커질까 싶어 내심 기대를 내려놓는다. 하지만 이 곡은 발매 이후 멜론차트 톱10에 진입해 인기 장기흥행을 달리고 있다.
로이킴은 “히트곡 한두 개로 살아가기보다 오랜 시간, 계속해서 들어주시는 노래가 나오길 바랐다. 기복 있는 인생보다 오래 갈 수 있는 가수가 된 것 같아 의미가 깊다”고 했다. 음악 인생에서 가장 큰 행복이 공연이라고 밝힌 그에게 훌쩍 커진 더 넓은 공연장에서, 더 많은 관객 앞에서 노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이다.
노래방 애창곡 1순위, 이별송과 러브송 모두에 특화된 플레이리스트는 뭇 남성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해병대 전역 이후 남성 팬들의 지지는 피부로 느껴질 정도다. 콘서트 예매 성비도 50대50의 비율이다.
궁금증을 참지 못한 로이킴도 공연을 찾아온 남성 관객에게 물었다. 그러자 돌아온 대답은 “섹시해서 좋다”였다. 그는 “그렇게 대답해 주시니 ‘내가 섹시한가?’ 생각하게 된다”고 웃으며 “물론 음악이 좋아서 와주시는 게 아닐까. 나도 좋아하는 가수를 생각해보면 음악이 좋고, 그 사람이 가진 생각과 성격이 좋아서인 것 같다”라고 부연했다.
가수 로이킴이 2일 신곡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발매한다. 웨이크원 제공. |
로이킴은 노래방 순위, 음원 차트, 관객 비율 등 자신과 관련된 정보를 줄줄 꿰고 있었다. 진심을 다해 노래하고, 좋은 사운드를 찾으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 모든 건 듣는 이들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대중가수에겐 내 위치를 파악하고, 나의 어떤 부분을 좋아하는지 파악하고 있는 게 필요하다”는 그는 “모든 곡이 소중하지만 더 많은 분이 좋아해 주는 음악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음악적 시도를 해보고 싶은 순간들도 있지만, 자신에게 잘 맞는 옷을 알고 있기에 드라마틱한 변화는 추구하지 않는다. 관객과 소통하고, 서로 위로하고 위로 받는 관계를 쌓고 싶기에 대중이 듣고 싶은 음악을 하는 게 옳은 길이라 여기고 있다.
시간을 거슬러 12년 전 나온 데뷔곡 ‘봄봄봄’ 뮤직비디오를 함께 감상했다. 로이킴은 “감사하지만 민망하다”며 눈을 질끈 감았다. 화면 속 앳된 얼굴에 설렘이 가득했다. “슈퍼스타K 우승 후엔 세상이 다 내 것 같았다. 하는 것마다 잘 됐으니, 한창 신이 나 있었을 때”라고 회상했다. 긴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봄이 되면 많은 이들이 ‘봄봄봄’을 찾아 듣는다. 여전히 ‘로이킴=봄봄봄’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그는 “가수의 커리어에서 히트곡 하나 나오기도 어려운 일이기에 항상 감사하다. 이후에도 꾸준하게 사랑받는 곡이 하나씩 선물처럼 내려와 더 신기하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로이킴에게 봄의 의미는 더 특별하다. 그는 “한 해의 시작을 알려주는 봄은 내게도 시작을 의미한다. 활동의 원동력 같은 계절”이라고 했다. 매년 겨울의 끝자락에 단독 콘서트를 열고, 긴 겨울잠을 자고 나면 봄이 시작된다. 혹시 나를 찾아주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과 답답함도 봄이 오면 눈 녹듯 사라진다.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아 직접 곡을 써 부른다. 당시 느꼈던 시간과 감정의 흐름을 되새길 수 있는 기록물이기도 하다. 비로소 편안함을 찾아가고 있는 로이킴에게 13년 전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무너지지만 말라고 전하고. 좋은 날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날도 있겠지만 너를 아끼는 사람이 많으니 마음 건강 잘 챙기며 지내라고 말하고 싶다”고 답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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