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빅테크 기업 구글 로고 [AP] |
‘망 사용료 지불’, ‘고정밀지도 활용’ 문제를 놓고 한국 기업 및 정부와 지난한 줄다리기를 하던 구글이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등에 업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기업을 차별하는 한국의 ‘비관세 장벽’으로 구글과 첨예한 갈등을 빚어온 사안을 잇달아 꼽은 것이다.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망 사용료는 물론 세금마저 회피했던 구글이 사실상 면죄부를 얻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망 사용료 못 내겠다 버티는 ‘트래픽 공룡’…“망 사용료, 비관세 장벽 아냐”=망 사용료는 구글,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 제공 사업자’(CP)가 인터넷망을 이용한 대가로 ‘통신사업자’(인터넷 서비스 업체·ISP)에 지불해야 하는 돈이다. 망 사용료 논란은 유튜브,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 시청에 따른 데이터양이 폭증하며 수면 위로 올라왔다.
유튜브, 검색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는 구글은 국내에서 트래픽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기업이다. 2023년 1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의 30.6%가 구글로부터 발생됐다. 양승희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해 한 학술대회에서 구글의 적정 망 사용 대가가 추정 매출의 2%인 200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구글이 지불하는 망 사용료는 0원이다. 국내 트래픽 발생량의 5.1%를 차지하는 메타가 100억원 가량, 국내 사업자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해마다 수백억원의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올해 업무계획에 망 이용계약 의무화, 망 이용환경 실태조사 신설 등 제도 개선방안 검토를 포함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박이 변수다. 자칫 망 사용료 지불에 따른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통신업계는 망 사용료가 비관세 장벽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국내 통신사도 해외에 망 사용료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네이버의 경우 일본 라인을 운영하며 2020년 1∼9월 854억원의 사용료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정밀 지도 반출 이유가 ‘국내 관광산업 성장?’…득보다 실 많아=구글은 한국 정부와 위치 기반 데이터 반출을 놓고도 지난 2007년부터 20년 가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토지리정보원이 발행한 1대5000 축척의 전국 단위 국가기본도를 미국 캘리포니아 구글 본사와 해외 소재의 구글 데이터 센터에서 서비스하겠다고 반출을 요구하면서다.
구글이 고정밀지도를 요구하며 내세운 근거에는 ‘국내 관광산업 성장’이 있다. 구글은 전 세계 74개 언어를 지원하는 자사 지도를 보다 세밀하게 정비할 시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어불성설이라는 시선이 적지 않다. 국내 방문 외국인들 대다수가 이미 네이버 지도, 파파고 등 국내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주요 여행 앱 동향 및 이용 현황 조사’에서 외국인들이 네이버 지도의 장점으로 ‘하나의 앱에서 여행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 검색 가능’(54.2%)을 꼽은 것도 구글 주장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지도의 정밀성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구글에 고정밀지도 해외 반출을 허용할 시 중국 등 다른 국가 기업의 요청을 거절할 명분이 사라진다는 것도 문제다.
일각에서는 구글이 국내에서 법인세를 회피하기 위해 해외 반출 승인을 고집하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법인 및 데이터센터를 설립해 서버를 두고, 보안 문제만 확인 받으면 구글도 고정밀지도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면서 “그럼에도 구글이 해외 본사 서버를 고집하는 이유는 법인세를 회피하려는 이유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재무관리학회 세미나 발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구글의 매출은 12조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른 관련 법인세만 518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구글의 실제 납부세액은 155억원에 불과했다. 박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