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독자가 그린 그림(왼쪽)을 바탕으로 4컷 웹툰을 만들어달라고 챗GPT에 입력하자, 챗GPT가 제작한 웹툰. 창작자 그림의 화풍을 그대로 모방해 웹툰을 창작해 준다. [독자 제공] |
챗GPT가 이용자 사진을 ‘스튜디오 지브리(이하 지브리)’ 화풍으로 제작해주는 서비스가 폭발적인 인기를 끈 가운데, 오픈AI가 지브리 그림을 무단으로 인공지능(AI) 데이터 학습에 활용했다는 저작권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국내 대표 저작권 산업으로 꼽히는 웹툰 산업에도 불똥이 튀었다. 작가들의 고유 화풍 등이 AI 데이터 학습에 무작위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웹툰 업계 종사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창작물을 최소한으로 올리는 등 위축된 분위기다. 웹툰 플랫폼 또한 AI 데이터 학습을 막는 기술을 개발하면서 대응에 나섰다.
챗GPT의 이미지 생성 서비스는 이용자 사진을 지브리 등 유명 애니메이션의 화풍으로 제작해주는 기능이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7일간(3월 26일~4월 1일) ‘챗GPT’ 관련 검색어 ‘챗GPT 지브리 이미지’, ‘지브리 챗GPT’, ‘챗GPT 지브리 스타일’ 등의 검색량은 모두 26일 이전 기간 대비 5000% 이상 폭증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엑스 계정 프로필 사진을 지브리 화풍으로 바꾼 모습 [샘 올트먼 엑스 캡처] |
인기 이면에는 AI 서비스 기업과 제작사 간 ‘저작권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오픈AI가 자사 AI 모델 데이터 학습에 지브리의 저작권 관련 허가를 받고 그림을 활용했는지가 핵심이다. 로펌 ‘프라이어 캐시먼’의 조시 와이겐스 버그 파트너 변호사는 AP통신에 “오픈AI의 AI 모델이 스튜디오 지브리나 미야자키 감독 작품으로 학습됐는지가 관건”이라며 “그런 훈련을 시킬 수 있도록 라이선스나 승인을 받았느냐는 문제가 제기된다”고 비판했다.
현재까지 오픈AI는 지브리와 저작권 계약을 맺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스튜디오 지브리 측이 조만간 오픈AI를 저작권 침해로 고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의 충격파는 국내 대표 저작권 산업으로 꼽히는 웹툰 업계가 고스란히 흡수했다. 오픈AI 등 AI 플랫폼이 온라인상에 게재된 그림을 무단으로 학습할 것을 우려해, 웹툰 업계 종사자들은 SNS에 창작물을 최소한으로 게시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웹툰 작가 최모(28)씨는 “챗GPT가 어떤 자료를 학습해 지브리 서비스를 제공했는지 알 수 없으니, 최대한 SNS에 올리지 않으려 한다”며 “연재 플랫폼인 인스타그램에는 어쩔 수 없이 올리지만, 불안한 건 매한가지”라고 토로했다. 이어 “챗GPT뿐만 아니라 엑스 또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모든 사용자의 게시물을 AI 학습에 활용할 수 있도록 약관을 변경하면서, 홍보를 위해 기타 SNS에 창작물을 게시하는 것 또한 지양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국내 웹툰 플랫폼 업계도 AI 무단 학습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 출판사 ‘디앤씨웹툰’은 이미 엑스에 올리는 게시글에 ‘워터마크, AI 방지 가공이 없는 캡처본의 SNS 업로드는 가급적 지양을 부탁한다’는 주의 문구를 삽입한 상태다.
네이버웹툰은 지난해 4월 AI로 웹툰 저작권 보호하는 특허 ‘웹툰 AI 임파스토’를 등록했다. 이어 이번 상반기에 해당 기술을 선보일 계획이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적대적 왜곡을 이미지에 삽입해, 생성형 AI 모델이 창작물의 콘텐츠와 스타일을 모방하는 것을 방해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상반기 내 데모 공개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라고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는 창작자와 소비자 외 웹툰 업계 내 또 다른 플레이어로, AI 산출물과 인간의 창작성 간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 이 같은 영역을 분명히 하는 저작권법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차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