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전 경북 영양군 석보면 일대에서 산림청 헬기가 방수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
경북 의성·경남 산청 등 영남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빠르게 확산했던 지난 3월 하순, 평년보다 바람은 거셌고, 기온은 높았고, 습도와 강수량은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산불 발생과 확산이 쉬운 기상조건이 형성됐던 것이다.
평년보다 초속 5m 이상 강한 서풍
기상청은 2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5년 3월 기후특성’ 자료를 발표했다. 지난달 23~25일 영남지역 대형 산불은 강한 바람 때문에 삽시간에 번져나갔다. 이 시기 평년보다 강하게 발달한 남쪽 고기압과 북쪽 저기압의 ‘남고북저’ 기압계 환경에서 한반도 상공으로 평년보다 초속 5m 이상 강한 서풍이 불어닥쳤다. 특히 25일 오후에서 밤 사이 중부지방으로 저기압이 지나면서 남북간 기압차가 극대화됐다. 이때 저기압 후면을 따라 남하한 찬 공기가 이날 낮 동안 가열된 지상 공기와 만나며 매우 강한 바람과 돌풍이 발생했다. 이날 의성(28도), 안동(26.6도), 청송(28.4도)에서의 낮 공기는 일 최고기온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울 정도로 달아올라 있었다. 또 이때 형성된 강한 바람도 안동 하회(초속 27.6m), 의성 옥산(초속 21.9m), 의성 단북(초속 20.4m)에서 1997년 이래 가장 강한 3월 일 최대순간풍속을 기록했다. 기상청은 “통상 낮에는 지면 가열로 대기 혼합에 의해 풍속이 강화되다 야간에 잦아드는 특징을 보이지만, 25일에는 북쪽을 지나는 저기압에 의한 기압계 바람이 지배하며 밤까지 바람이 강해 산불 확산이 가속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상청 기상위성(천리안2A호)을 통해 감지한 시간대별 산불 현황(검정색: 온도가 높은 부분). 숫자들은 풍속을 의미한다. 기상청 제공 |
이상고온 9일 발생, 상대습도도 평년보다 낮아
뿐만 아니라 영남지역 산불이 발생하고 확산된 지난달 21~26일 이상고온 현상도 지속됐다. 이 기간 전국 평균기온은 14.2도로 평년보다 7.1도나 높아 역대 1위를 기록했다. 3월 하순(21~31일) 기간의 전국 평균기온은 10.9도로 역대 세번째로 높았다. 전국 62개 관측 지점 중 37개 지점에서 3월 일 최고기온이 최곳값 기록을 세우는 등 이상고온이 지속됐고, 상대습도도 평년(59%)보다 낮은 날이 이어졌다. 이상고온 발생일은 11일, 14일, 21~27일 등 총 9일이었다. 러시아 바이칼호 부근의 기압능(주변보다 기압이 높은 영역으로 고온건조한 날씨를 보임)이 우리나라 상공을 통과하면서 이상고온과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며 이례적인 3월 하순 기후 특성을 보였다. 그런데다 대기 하층에서는 우리나라 남쪽에서 이동성고기압이 느리게 이동한 가운데 북쪽으로 저기압이 통과하면서 중국 내륙의 고온건조한 공기가 강한 서풍을 타고 유입되며 기온이 크게 상승했다. 이 시기에 열대 서태평양에서 대류 활동이 평년보다 강해져, 대기 파동 전파에 의해 우리나라 남쪽의 고기압 발달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1973~2025년 전국 평균기온, 평균 최고기온, 평균 최저기온, 강수량. |
3월 전국 평균기온도 7.6도로 평년(6.1도)보다 1.5도 높았다. 전국적으로 기상관측을 시작한 1973년 이래 7위 기록이다. 3월 전반에는 대체로 평년 수준의 기온을 보이다 16~19일 기온이 일시적으로 크게 떨어지며 꽃샘추위가 나타났다. 성층권 ‘극소용돌이’가 북극에서 유럽 쪽으로 이동하는 변화가 나타난 가운데, 그린란드 지역에 이를 가로막는 ‘블로킹’이 발달하면서 주변 기압계 흐름이 정체돼 춘분을 앞둔 16~19일 북극으로부터 영하 40도 이하의 상층의 찬 공기가 우리나라로 남하했다. 이로 인해 15일보다 평균기온이 10도가량 큰 폭으로 떨어졌다. 서울 기준 일 평균기온이 15일 12.6도에서 18일 2.1도로 떨어졌다.
3월 초 비·눈 집중, 하순에는 강수량 0㎜ 건조
대형 산불이 확산됐던 지난달 21~26일 강수량은 경북지역을 중심으로 0㎜를 기록했고, 상대습도는 평년 대비 15%포인트 적었다. 이 시기 전국적으로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 대기와 땅이 바싹 메마른 상태였던 것이다. 그러다 27~29일에는 3㎜ 안팎의 적은 비가 내렸다. 대형 산불을 진화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습도를 높여 산불의 확산을 막는 효과가 있었다. 3월 한달간 48.3㎜였던 전국 강수량은 평년(56.5㎜) 대비 89.3%로 평년보다 조금 낮았지만, 지난해(65.3㎜)의 83.5% 수준으로 적었다. 3월초(1~5일)에 30㎜ 이상의 많은 비 또는 눈이 내린 이후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강수량이 매우 적었다.
2025년 3월 일별 전국 강수량. 기상청 제공 |
3월 전국 눈일수는 4.4일로 평년보다 2.3일 많았고(역대 3위), 내린 눈의 양은 6.8㎝로 평년보다 3.8㎝ 많았다. 특히 2~5일에는 우리나라 북쪽에 찬 공기를 동반한 고기압의 확장과 남쪽을 지나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동풍이 강화되면서 강원 영동을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렸다. 또 15~18일에는 북극 상층의 찬 공기를 동반한 강한 저기압의 영향으로 중부지방과 전라도 지역에 많은 눈이 내렸다.
3월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해수면 온도는 10도로 최근 10년 평균보다 0.8도 낮았고, 최근 10년 중 세번째로 낮았다. 해역별로는 서해가 6.4도로 최근 10년 평균보다 0.2도 낮았고, 동해는 10.7도로 1.3 낮았다. 남해는 12.8도로 0.9도 낮았다.
장동언 기상청장은 “올해 3월은 중순까지 뒤늦게 많은 눈이 내렸으나 하순에는 이례적인 고온건조한 날씨가 일주일 이상 지속되면서 대형산불로 큰 피해와 어려움을 겪었다”며 “기후변화로 인해 이상기후가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경험하지 못한 날씨를 직면하고 있는 만큼, 기상청은 단기간에 급격히 발생하는 이상기후 현상을 면밀히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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