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 인권위원장.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는 안건을 상정해 의결하고 헌법재판소를 비난하는 서한을 국제사회에 보냈던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이 “탄핵 선고 결과를 존중하고 사회통합으로 나아가자”는 성명을 냈다. 인권위 안팎에서는 ‘사과부터 하라’는 비판이 나온다.
안창호 위원장은 탄핵심판 선고를 이틀 앞둔 2일 성명을 내어 “지난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에 극심한 정치적·사회적 분열과 대립, 갈등이 확산됨에 따라 국민의 인권과 민주주의 질서가 위협받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국내외의 여러 현안과 난제를 해결하고 극복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하는 상황에서 작금의 갈등과 대립의 확산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어 “서울서부지법 난입 등 불행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져 왔다”며 “인권위는 오는 4일 예정된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결과를 모든 국가기관과 국민이 존중해야 함을 천명한다. 이는 헌정질서 최종 수호기관의 결정에 대한 존중이자 사회통합의 시작”이라고 했다.
앞서 안 위원장은 비상계엄 선포 8일 만에야 ‘맹탕 성명’을 내고 비상계엄에 대한 직권조사는 사실상 기각한 데다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안건까지 버젓이 상정해 갈등과 대립을 부추긴 바 있다. 인권위 조사관 ㄱ씨는 “탄핵 선고 결과와 무관하게 인권위를 분열과 갈등으로 몰고 온 이른바 ‘윤석열 방어권 보장 안건’을 통과시킨 인권위원들과 동반 사퇴하는 게 인권위에 대한 예의”라고 말했다.
헌법재판관 출신으로서 헌법재판소를 비난해온 그동안의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은 “헌법재판소를 편향적이라 비난해 놓고 승복을 이야기하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 사이에 헌법재판소에 대한 판단이 바뀌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대표활동가는 “인권위가 내란 동조 입장 낸 것을 은폐하고 있다. 그동안 헌법재판소를 비난하던 목소리는 어디 갔냐”고 했다. 인권위 조사관 ㄴ씨도 “안창호 위원장은 탄핵심판 선고 결과를 존중하고 사회 통합으로 나아가자는 성명에 앞서, 국민 50%가 헌법재판소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본인의 발언부터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지난달 초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 간리)에 보낸 서한에서 △국민의 50% 가까이가 헌법재판소를 믿지 못하고 △헌법재판소가 법령에 따라 형사소송법을 준용하지 않고 증인과 신문시간을 제한해 불공정하고 불충분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으며 △몇몇 헌법재판관이 속했던 단체와 과거 행적으로 인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썼다. 비상계엄 이후 모든 여론조사에서 탄핵 찬성 의견이 최소 60% 가까이 나온다는 사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국민 절반이 헌법재판소를 불신하는 듯 왜곡한 내용을 편지에 담은 것이다. 안창호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인권위 대전사무소를 방문해 직원들과 점심 겸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도 “헌법재판소가 졸속으로 평의를 하고 있다”고 비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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