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로 의정갈등이 심각했던 작년에 환자가 입원을 위해 대기한 시간이 4일 가까이 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을 이용한 환자를 대상으로 매년 실시하는 의료서비스 경험조사에서 가장 긴 입원 대기시간을 기록했다.
보건복지부는 작년 7~9월 사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해 '2024 의료서비스 경험조사'를 실시하고 최근 그 보고서를 게시했다. 의료서비스경험조사는 환자가 직접 체감하는 의료서비스 질을 파악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로 제출하기 위해 2017년부터 작성하기 시작한 국가승인통계이다.
이번 조사는 전국 약 7,000가구의 15세 이상 가구원 약 1만 2,681명을 대상으로 2024년 7월 22일부터 9월 27일까지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함께 면접조사를 실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외래진료를 예약 없이 당일에 바로 받은 경우는 74.7%이고, 원하는 날짜에 예약해서 이용한 경우는 24.9%, 원하는 일자로부터 대기한 경우는 0.4%였다.
외래서비스를 원하는 일자에 이용하지 못한 사람은 평균 11.4일을 기다렸다. 전년도에는 평균 7.7일과 비교하면 약 4일 가까이 길어진 셈이다.
응답자의 대기기간 중위수는 7.0일로, 대기기간이 가장 긴 30일 이상의 경우는 19.8%로, 이들은 상급 종합병원 의료기관을 방문하기 위하여 대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래 진료를 받기 위해서 접수 후(예약 진료의 경우에는 예약 시간으로부터) 기다린 시간은 평균 16.7분었다. 대기시간이 30분 이상인 경우는 응답자의 14.9%였다.
입원진료 관련해 입원 진료를 예약 없이 당일에 바로 받은 경우는 40.7%이고, 원하는 날짜에 예약을 해서 이용한 경우는 49.5%, 원하는 일자로부터 대기한 비율은 9.9%였다.
원하는 날짜에 입원하지 못해서 기다린 사람은 평균 17.5일을 기다린 것으로 나타나 2017년부터 의료서비스 경험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긴 입원 대기기간을 기록했다.
연도별 입원대 대기기간을 보면 2017년 10.0일, 2018년 9.3일, 2019년 8.5일, 2020년 11.6일, 2021년 6.3일, 2022년 14.7일,. 2023년 13.6일, 2024년 17.5일 등이다.
대기기간의 중위수는 20.0일로, 원하는 일자에 입원하지 못한 사람은 10일 이상 기다린 경우가 69.2%로 가장 많았다.
실제로 지난해 의정갈등으로 인한 의료공백 사태 장기화로 중증환자가 적시에 치료 또는 수술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환자단체연합은 "지난 2월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발표 이후부터 지금까지, 정부와 의료계가 계속해서 각자의 입장만을 고수하는 사이에 환자들은 검사, 시술, 수술, 항암치료 등이 연기되거나 취소되어 불안과 고통에 시달려 왔다"며 "적시에 치료받지 못한 일부 환자들은 암의 재발, 병세 악화를 겪었고 또 일부는 목숨을 잃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장종태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최근 10년간 시도별 3대 암 수술 대기기간' 자료에 따르면 2024년 2월부터 시작된 의료공백 사태가 지속되면서 비수도권에서 전년대비 1개월 이상 수술대기 환자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공백 사태가 시작된 2024년 2월부터 4월까지 3대 암 진단을 받은 환자 중 진단부터 수술까지 1개월 이상 대기한 환자의 비율은 36.6%로, 전년 동 기간(2023년 2월~4월) 34.4%와 비교해 2.2%p가 증가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구분해서 보면 수도권은 오히려 수치가 0.1%p 감소했고 비수도권은 35.8%에서 40.1%로 4.3%p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의료비용 부담 인지' 관련해 의료비용 부담으로 진료 또는 치료, 처방받은 의약품 구매를 포기한 경험은 2024년 각각 6.4%와 0.9%였다.
의료비용 부담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못한 경험은 2.6%, 치료를 받지 못한 경험은 3.8%, 검사를 받지 못한 경험은 3.7%로 조사됐다.
의약품 처방을 받지 못한 경험은 1.0%, 의약품 처방은 받았으나 의약품을 구매하지 못한 경험은 0.9%로 나타났다.
의료비용이 부담되더라도 치료를 받은 경험은 9.1%였고, 의료비용의 부담 정도는 10점 만점에 7.9점으로 집계됐다. 의료기관에서 받은 진료 중에서 치료, 검사, 의약품 처방 등에서 과잉진료로 의심된다고 한 경우는 1.2%로 낮았고, 없는 경우는 88.8%였다. 나머지 10.0% 응답은 '모르겠음'이었다.
보건의료제도 인식에 관한 조사에서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보건의료제도를 잘 알고 있다고(대체로 그렇다, 매우 그렇다)' 응답한 비율은 46.5%였다.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제도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75.7%이고, '만족한다'는 응답이 74.3%로 나타났다. '보건의료제도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응답은 27.7%이며, '보건의료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건강보험료를 추가로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4.8%로 나타났다.
보건의료제도에서 변화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취합한 결과 치과 급여 확대 비급여의 급여화 고가 검사비용 지원 확대 건강보험료 인하 진료시간 개선 의정갈등 해결 등의 의견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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