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국민의힘 장제원 전 의원. 연합뉴스 |
나 교수는 1일 페이스북에 “자살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자살을 유일한 탈출구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을 위해서라도, 자살이 명예로운 죽음으로 포장되고 모든 것의 면죄부인 것처럼 여겨지는 분위기는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 교수는 이와 함께 5년 전 ‘그녀들에게도 공감해주세요. 고 박원순 시장의 죽음 앞에서’라는 제목으로 썼던 글을 공유했다.
2020년 7월 올린 글에서 나 교수는 “정신과 의사로서 나는 걱정한다. 박 시장의 자살이 그리고 우리 사회가 그의 죽음을 기리는 방식이, 고인을 고소한 피해자 여성에게, 그리고 비슷한 경험을 가졌을 (남녀를 불문한) 한국의 수많은 성폭행·성추행 피해자들에게 미칠 영향을”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부탁드린다. 박 시장이 느꼈을 인간적 고뇌와 고통에 공감하는 마음으로 피해 여성의 마음도 헤아려봐 달라고”라며 “한 소시민이 서울시장이라는 거대 권력을 고소하는 데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을지, 얼마나 많은 밤을 잠 못 이뤘을지에 대해서. 그리고 고소장이 접수되자마자 피고인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을 때 그녀가 느낄 충격이 얼마나 클지에 대해서 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그렇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묻어버리고자 했을 때, 그리고 우리가 그의 죽음을 기리는 방식이 그녀에게 그리고 모든 성추행 피해자들에게 주는 메시지에 대해서 (헤아려봐 달라)”라고 덧붙였다.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국민의힘 장제원 전 의원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1일 오전 장 전 의원이 발견된 서울 강동구의 한 오피스텔 모습. 뉴스1 |
장 전 의원은 부산의 한 대학교 부총장이던 2015년 11월 비서 A씨를 성폭행한 혐의(준강간치상)로 지난달 입건됐다. 장 전 의원은 성폭행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고 지난달 28일 경찰에 출석해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A씨 측은 지난달 31일 사건 당일 서울 강남구 호텔 방 안에서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동영상 등의 증거가 있다고 공개했고, 1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고소 경위 등을 설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 전날 밤 장 전 의원이 숨진 채 발견되며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장 전 의원의 유서가 발견돼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장 전 의원의 사망에 여권을 중심으로 장 전 의원을 애도하는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국민의힘 김희정 의원은 이날 오전 BBS 라디오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고인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추측성 말로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성태 전 의원도 같은 라디오에서 “어제 저녁 모 언론사의 선정적 보도로 본인이 생을 마감하는 결정적 마음의 각오를 가진 것 같다”며 “고인의 성품을 잘 안다. 좀 여리다. 그렇기 때문에 일련의 이런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서 정말 참기 어려운 고통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출신의 하태경 보험연수원장은 페이스북에 “그는 이미 죽음으로 그 업보를 감당했기에 누군가는 정치인 장제원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추모를 해줘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피해자에 대한 이야기는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인 국민의힘 이수정 수원시정 당협위원장 정도만 언급했다. 이 위원장은 페이스북에서 “이런 해결 방법밖에 없다니 진심 안타깝다”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 피해자의 안전도 꼭 도모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받을 수 있으니 주위의 각별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나 교수는 2023년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나와 화제를 모은 정신과 전문의로, 지난해 ‘만일 내가 그때 내 말을 들어줬더라면’이란 저서를 낸 바 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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