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수수료 투명하게 공개…고액수수료 위주 상품추천 막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1일 보험·GA업계 약 200명과 설명회를 열고 '보험판매 수수료 개편안'을 공개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제5차 보험개혁회의에서 수수료 개편방향을 논의한 이후 가진 첫번째 공개설명회였다. 오는 5월 제도 시행을 위한 감독규정 개정 작업에 들어가기 전업계 의견을 들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금융당국이 주요 개편안으로 추진하는 건 판매수수료 정보공개다. 보험사 소속 전속설계사는 자사 상품만 팔지만 GA는 여러 보험사 상품을 비교해 팔 수 있어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지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일부 GA 설계사들이 소비자 필요에 맞추기보다 고액수수료 위주로 상품을 추천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당국은 GA 설계사가 보험가입을 권유할 때 해당 상품의 수수료율 정보가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수수료 안내표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판매채널과 상품군별로 상세 수수료율 정보도 공시토록 할 계획이다.
국내 타 금융업권에서도 수수료 정보가 이미 공개되고 있다. 토스·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 주요 대환대출 플랫폼은 대출상품과 금융사별 평균·최저·최고 중개수수료율을 공개중이다. 카드사는 영세·중소가맹점의 매출구간별 우대수수료율과 카드업계 평균 가맹점 수수료율을 이미 공개하고 있다. 금융투자업자도 펀드별 보수와 선·후취 판매수수료를 자사 홈페이지와 금융투자협회에 공시중이다. 노영후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장은 "GA업계에서 수수료 공개를 기업의 원가공개로 비유하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해외 보험관련 감독기관과 국내 타 금융업권에서도 이미 수수료를 공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2년차에 몰아주던 수수료 최대 7년간 분할지급
당국은 판매수수료를 3~7년간 분할지급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그동안 수수료는 보험계약 1~2년 내 GA에 지급됐다. 당국은 이런 관행 탓에 GA 설계사가 고객의 보험계약을 장기간 유지하도록 관리하는 유인이 줄어들고 부당승환(보험 갈아타기)을 일으킨다고 봤다.
금감원 통계에서 지난해 기준 생명보험계약 1년차 유지율은 85.65%이지만 2년차엔 61.75%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손해보험계약도 72.57%에서 67.01%로 하락했다. 한상용 한국금융연구원 보험·연금연구실장은 "수수료를 받은 뒤 다른 GA로 반복적인 이동을 하는 철새 설계사가 많다"면서 "효율적인 보험계약 유지와 관리를 유도할 수 있는 수수료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국은 판매수수료에서 유지·관리 수수료를 신설해 최대 7년간 매월 분할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당국이 이를 토대로 수수료 소득을 시뮬레이션 한 결과 계약 1년차에 1150%, 2년차엔 400%를 받고 3~7년차까지 매년 150%씩 받아 누적 소득은 2300%가 된다. 현재는 계약 1년차에 1150%, 2년차에 850%로 누적 소득은 2000%다. 설계사가 고객 계약을 오래 유지할수록 기존보다 소득이 더 늘어나는 구조다. 고영호 금융위 보험과장은 "수수료 개편으로 단기적으로 일부 설계사의 소득 감소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안정적 소득 확보가 가능하다"면서 "수수료 개편에 따른 급격한 소득감소 등을 방지하기 위한 연착륙 방안도 추가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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