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창작자들의 최애 만화 고백담’을 표방한다. 소설가, 유튜버, 철학자, 음악평론가, 영화감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창작자 9명이 자신의 인생과 작품에 큰 영향을 미친 만화를 주제 삼아 쓴 글들을 한 데 엮었다.
책에는 창작자들이 직접 고른 23편의 만화가 등장한다. 각양각색 취향을 지닌 창작자들은 만화를 매개로 순수한 열정과 낭만을 품고 지냈던 1O대 시절을 추억하기도, 수 차례 정독한 만화가 삶에 끼친 영향을 되짚어보기도 한다.
곽재식 작가는 ‘순정 만화계의 거장’으로 불렸던 황미나 작가의 SF 작품에 빠져들었고, 헐렁한 시트콤 같은 추격담을 보여주는 ‘슈퍼 트리오’에서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약간의 여유와 위로를 전달받았다고 전한다.
만화를 주제로 한 글을 엮은 책이지만 창작자들의 인생 얘기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좋아하는 대상에 관해 진심을 담아 적은 글이어서 꽤 묵직한 울림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