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천안, 김지수 기자) 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이 6년 만에 V리그 정상 정복을 위한 순조로운 첫발을 뗐다. 안방에서 대한항공을 꺾고 'V5'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현대캐피탈은 1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5전 3승제) 1차전에서 대한항공을 세트 스코어 3-1(25-20 24-26 25-22 25-)으로 이겼다.
현대캐피탈은 최태웅(현 SBS스포츠 해설위원)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018-2019 시즌 이후 6년 만에 통산 5번째 챔피언 결정전 트로피를 향한 순항을 이어갔다.
현대캐피탈은 주포 레오가 팀 내 최다 24득점으로 공격의 중심을 잘 잡아줬다. 공격 성공률도 50%를 넘기면서 순도도 높았다. 토종 에이스 허수봉도 17득점, 최민호 8득점, 정태준 8득점 등 미들 블로커들도 중앙을 든든하게 지켰다.
반면 대한항공은 러셀이 양 팀 최다 27득점으로 분전했지만 승부처 때마다 잦은 범실로 고개를 숙였다. 경기력에서는 현대캐피탈과 대등하게 맞섰지만 마지막 순간 집중력 부족에 발목을 잡혔다.
대한항공은 1차전 패배로 삼성화재가 가지고 있는 7년 연속 챔피언 결정전 우승 기록 도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통합우승이라는 V리그의 새 역사를 썼지만 올해는 정규리그를 3위로 마친 뒤 플레이오프부터 봄배구를 시작하면서 현대캐피탈보다 체력적인 부분에서 열세에 있다.
▲PO 뚫은 대한항공, 7년 전 '업셋(Upset)' 스토리 재현 도전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이 이끄는 대한항공은 지난달 30일 플레이오프 (3전 2승제) 3차전에서 KB손해보험을 세트스코어 3-0(25-20 25-20 28-26)으로 완파하고 5년 연속 챔피언 결정전 진출에 성공했다.
대한항공은 2020-2021 시즌을 시작으로 2023-2024 시즌까지 4년 연속 통합우승의 역사를 썼다. 챔피언 결정전 7연패를 이룩했던 삼성화재 왕조도 이룩하지 못했던 업적을 쌓았다.
대한항공은 기세를 몰아 2024-2025 시즌 통합 5연패에 도전했지만 정규리그 3위에 그치면서 플레이오프부터 봄배구를 시작했다. 다만 박기원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017-2018 시즌에도 정규리그를 3위로 마친 뒤 플레이오프에서 삼성화재, 챔피언 결정전에서 현대캐피탈을 꺾고 창단 첫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달성했던 좋은 기억이 있다.
토미 감독도 이 때문에 1차전에 앞서 "7년 전 스토리는 알고 있다. 이제는 우리가 새로운 스토리를 써야 한다"며 "이번 시즌이 우리 팀에게 유독 힘들었다. 현대캐피탈은 힘든 시기가 없었다. 우리가 힘든 순간 더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 강점이 될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V5' 노리는 현대캐피탈, 정규리그 기세 몰아 안방 기선 제압 겨냥
필립 블랑 감독이 이끄는 현대캐피탈은 2024-2025 시즌 V리그 남자부를 지배했다. 36경기에서 30승 6패를 기록, 2위 KB손해보험(24승 12패, 승점 69)을 압도적인 격차로 따돌리고 챔피언 결정전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현대캐피탈은 챔피언 결정전 파트너 대한항공에게도 '극강'의 면모를 보였다. 정규리그에서 5승 1패로 절대 우위를 점했다. 여기에 대한항공이 지난달 30일까지 KB손해보험과 플레이오프 3차전을 치르고 올라오면서 체력적인 부분에서도 여유가 있었다.
블랑 감독은 이 때문에 1차전에 앞서 "기다리기 힘들었다. 빨리 챔피언 결정전을 하고 싶었다"며 "열흘 동안 게임을 하지 않았던 게 더 어려웠다"고 자신감 넘치는 출사표를 던졌다.
또 "챔피언 결정전에 어느 팀이 올라올지 모르기 때문에 대한항공, KB손해보험을 다 분석했다"며 상대팀에 대한 충분한 대비가 되어 있음을 시사했다.
▲기선 제압 성공 현대캐피탈, 레오-허수봉 콤비 화력 빛났다
기선을 제압한 건 현대캐피탈이었다. 현대캐피탈이 자랑하는 레오-허수봉 콤비가 1세트부터 좋은 컨디션을 보여줬다. 레오가 5득점, 허수봉이 4득점으로 공격의 중심을 잡아준 가운데 전광인 3득점, 미들 블로커 정태준과 최민호가 각각 3득점과 2득점을 올려주면서 화력 싸움에서 대한항공에 우위를 점했다.
현대캐피탈은 13-13으로 팽팽하게 맞선 3세트 중반 레오와 최민호의 오픈 성공, 대한항공의 범실 등을 묶어 16-14로 리드를 잡았다. 18-16에서 긴 랠리 끝에 허수봉이 대한항공 러셀의 오픈 공격을 완벽한 블로킹으로 저지, 19-16으로 달아났다.
현대캐피탈은 기세를 몰아 정태준이 러셀의 오픈 공격을 블로킹으로 저지, 흐름을 완전히 가져왔다. 21-17에서 전광인의 서브 에이스로 5점 차까지 달아난 뒤 여유 있게 1세트를 따냈다.
대한항공은 러셀이 1세트 8득점, 정한용이 4득점으로 분전했지만 범실 8개가 쏟아진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리시브도 다소 흔들리면서 현대캐피탈에게 1세트를 내줬다.
▲곧바로 반격한 대한항공, 러셀-정지석 앞세워 승부 원점으로
대한항공도 재빠르게 반격에 성공했다. 2세트 러셀이 2세트 8득점, 공격 점유율 46.43%, 공격 성공률 61.54%, 공격 효율 53.85%의 무시무시한 괴력을 뽐내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대한항공 국내 선수들도 힘을 냈다. 토종 에이스 정지석이 6득점, 공격 성공률 57.14%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미들블로커 김민재도 블로킹 1개 포함 3득점을 보탰다.
대한항공은 2세트 중반까지 17-12로 앞서가면서 쉽게 세트 스코어 1-1 동점을 만드는 듯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이 레오의 오픈 성공, 최민호의 블로킹, 허수봉의 백어택, 최민호의 속공 성공, 대한항공의 범실 등을 묶어 순식간에 20-19까지 추격해 오면서 게임 진행이 더욱 흥미롭게 바뀌었다.
대한항공은 현대캐피탈의 기세에 눌려 흔들렸다. 21-19에서 허수봉에게 퀵오픈을 허용한 뒤 서브 에이스까지 내주면서 21-21 동점이 됐다.
승부는 듀스까지 이어졌다. 대한항공은 여기서 러셀이 해결사로 나섰다. 러셀의 백어택 성공으로 한 점을 먼저 따내면서 25-24로 세트 포인트를 선점했다.
러셀은 승부처에서 또 한 번 집중력을 발휘했다. 퀵오픈 성공과 함께 대한항공에게 26점째를 안기면서 세트 스코어 1-1의 균형이 맞춰졌다.
▲짜릿한 뒤집기 현대캐피탈,
대한항공은 2세트의 기세를 3세트에도 이어갔다. 8-8에서 김규민의 속공 성공, 김민재의 블로킹, 정지석의 퀵오픈 성공, 현대캐피탈의 범실 등으로 점수를 쌓으면서 12-9로 앞서갔다.
대한항공은 15-14로 쫓긴 상황에서 러셀의 연속 백어택 성공, 현대캐피탈의 범실로 18-14까지 달아나면서 무난하게 3세트까지 삼켜낼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현대캐피탈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최민호의 속공 성공을 시작으로 반격을 개시했다. 16-20에서 레오의 퀵오픈 성공, 대한항공의 연속 범실, 정태준의 속공 속공으로 순식간에 21-21 동점을 만들고 코트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현대캐피탈은 22-22 살얼음판 승부에서 웃었다. 대한항공 정지석의 서브 범실로 행운의 한 점을 얻은 뒤 허수봉이 러셀의 공격을 블로킹으로 저지, 24-22로 세트 포인트 상황을 잡았다.
현대캐피탈은 이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정태준이 러셀의 오픈 공격을 완벽한 블로킹으로 막아내면서 25점째를 따내고 세트 스코어 2-1로 앞서갔다.
▲승부에 마침표 찍힌 4세트, 73.7% 확률 잡은 현대캐피탈
현대캐피탈은 4세트에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19-21로 끌려가던 가운데 대한항공 정한용의 서브 범실로 천금 같은 만회 점수를 얻었고, 곧바로 허수봉의 백어택이 성공하면서 21-21 동점을 만들었다.
대한항공이 러셀의 백어택 성공으로 다시 한 점을 앞서가자 현대캐피탈도 레오의 퀵오픈 성공으로 다시 22-22로 균형을 맞췄다. 레오가 이어 또 한 번 결정적인 오픈 공격을 성공시켜 23-22로 역전하는 기염을 토했다.
레오의 클러치 본능은 멈출 줄 몰랐다. 23-23에서 대한항공의 집중 견제를 뚫고 퀵오픈 공격을 성공시키면서 24-23 매치 포인트 상황을 만들었다.
현대캐피탈은 24-23에서 신펑이 대한항공 정지석의 오픈 공격을 블로킹으로 막아내면서 길고 길었던 혈투를 승리로 장식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천안, 김한준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