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수현이 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성년자였던 고 김새론과 교제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류영주 기자 |
배우 김수현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배우 고(故) 김새론 유족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과연 이 같은 '초강수'로 여론을 뒤집을 수 있을지가 관건인데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수현은 지난 31일 서울 마포구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약 40분 간 오열,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며 크게 두 가지를 부인했다. 고 김새론이 미성년자 시절 교제한 바 없으며 배상액 7억 원 변제를 압박해 고인을 죽음으로 몰아간 적도 없다는 것이다.
유족 측이 원본을 재구성했다고 밝힌 해당 카카오톡 메시지에는 생일이 지나지 않아 16세(만 15세)였던 고 김새론에게 김수현이 서슴없이 애정을 표현하고, 스킨십을 요구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김수현은 한 민간 진술분석 감정 기관의 '저자 동일인 식별 분석 결과' 문서를 공개했다. 이 문서에 따르면 고 김새론 유족 측이 공개한 2016년과 2018년 카카오톡 메시지를 진술 분석한 결과 2016년과 2018년 고인과 대화를 나눈 인물이 92% 신뢰수준으로 동일인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나 여기에는 제한적 표본 크기에 한계가 있어 다수 자료로 분석하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소견, 2018년과 2025년(김수현이 제출한 카카오톡 메시지) 인물은 동일인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돼 유족 측이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 상대가 '김수현이 아니'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무엇보다 해당 기관의 공신력에 물음표가 찍힌다. 이 기관은 텔레그램 성착취 N번방 사건 당시 '박사방' 운영자였던 조주빈에 대해 '40대 인텔리'라고 감정 분석하는 등 다소 현실과 동떨어진 결론을 내기도 했다. 더불어 통계상 5% 범위 이내 오차가 아니라면 높은 신뢰수준으로 보기 어렵단 지적이 나온다. 비교적 식별 기준이 명확한 필체, 음성 등이 아니라 '진술', 즉 '말투' 감정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결국 무리한 감정서가 '역풍'을 몰고 온 상황이다.
그럼에도 김수현은 "2016년 카카오톡과 2018년 카카오톡에서 고인과 대화하고 있는 인물들은 서로 다른 사람"이라며 "저와 소속사가 유족의 증거에 대한 입장을 내면 갑자기 새롭게 녹음된 증언이 공개된다. 사건 시점을 교묘히 바꾼 사진과 영상, 그리고 원본이 아닌 편집된 카카오톡 이미지가 증거로 나온다. 제가 고인과 교제했다는 것을 빌미로 가짜 증언과 증거가 계속되고 있다"라고 확신했다.
또 구체적인 교제 기간이 나와 있는 고 김새론의 비공개 카카오톡 입장문도 고인과 자신의 나이 차이, 소속사 이름과 계약 기간 등이 틀릴 수 없다는 이유로 '고인이 썼다고 보기에 어렵다'는 조작 의혹을 덧붙였다.
고인에게 정신적 고통을 줬다는 내용증명에 대해서도 소송을 명시한 1차 내용증명 및 10일 간의 연락두절을 명쾌하게 해명하지는 않았다. 다만 결별 이후에 여느 헤어진 연인처럼 고인과 사적 연락을 주고 받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2차 내용증명 당시 골드메달리스트 대표와 고인 소속사 대표의 전화 통화 녹취를 공개했다. 골드메달리스트 대표는 '행정적 절차'라며 내용증명의 취지를 설명, 변제 방식이나 기한은 넉넉하게 협의하면 된다고 설명하고, 이에 고인 소속사 대표도 수긍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고인이 SNS에 김수현과의 사진을 게시한 이후라 의혹이 완전히 해소될 수 없었다. 변제 기한이 지나 소송을 고지한 1차 내용증명 역시 '행정적 절차'라 하더라도 고인은 10일 간 김수현 측과 모두 연락두절이 되면서 심각한 불안에 시달렸다. 2차 내용증명으로 사태가 수습된 다음에도 "7억 채무는 그대로"라며 "죽고 싶다"라고 낙담했다. 결국 고인이 고통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한 해명이 없었던 셈이다.
역시 김수현은 "고인이 저의 외면으로 인해 또 저의 소속사가 고인의 채무를 압박했기 때문에 비극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 또한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체 부인했다.
유족에 대해서는 자신이 입은 피해를 강조하며 '가해자' 지위를 부여했다.
김수현은 "유족은 제가 고인의 전 남자친구라는 이유로 제가 고인을 죽음으로 몰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제가 하지도 않은 일을 자백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너는 미성년자 때부터 고인을 농락했다, 너는 돈으로 고인을 압박해서 죽게 했다, 그러니까 너는 살인자다"라며 "유족이 공개한 2016년 카카오톡에 있는 발언들을 증거로 저에게 소아성애자, 미성년자 그루밍, 이 같은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김수현의 주장에는 일부 어폐가 있다. 당초 유족이 겨눈 곳은 김수현이 아니라 고 김새론의 사생활을 줄곧 폭로한 유튜버 이진호였다. 김수현 측이 생전 고인과의 교제를 부인하면서 고인은 이진호를 비롯해 언론 등에 '셀프 열애설'로 조롱 당했다. 이에 유족은 이진호를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으며 이를 입증하고자 김수현과의 교제 사실을 공론화한 것이다. 또 김수현 측에서 보낸 두 차례 내용증명의 취지가 어찌됐든, 처음에는 연락이 두절됐고, 이후에도 결국 7억 채무가 그대로 남아 고인을 괴롭게 했다고 주장했다.
유족은 고인의 사망 책임을 이진호에게 돌린 적은 있었지만 김수현과 관련해서는 오히려 비난을 자제해 달라는 메시지를 냈다. 김수현을 두고 '미성년자 때부터 고인을 농락했다' '고인을 압박해 죽게 했다' '살인자' 등의 극단적인 발언을 한 적은 없었다. 그저 미성년 교제를 인정하고 고인을 괴롭게 한 것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이밖에 고인과의 교제 관계 일체를 부정해 온 행보는 처음 공식 사과했지만 이 역시 '스타'로서의 위치를 앞세워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지는 못했다.
김수현은 자신이 짊어진 각종 책임감과 부담감을 강조하듯 이날 기자회견 내내 '스타 김수현'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요지는 인간 김수현으로서는 진실을 말하고 싶었지만 스타이기에 막대한 피해를 줄까봐 거짓 해명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변이다.
그는 "저의 이런 선택을 비판하시는 것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저와 고인 사이의 일들에 대해 제가 말하는 것들을 믿지 못하겠다고 하셔도 이해가 된다"라며 "'눈물의 여왕'이 방영되고 있을 때도 주연 배우로서 지켜야 할 것들이 참 많았다. 인간 김수현과 스타 김수현의 선택이 엇갈릴 때마다 저는 늘 스타 김수현으로서의 선택을 해왔던 거 같다. 그래서 사실 이러한 선택이 독이 되면 어떡하나 매일 두려웠다. 하지만 만약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저는 다시 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제가 강요에 못 이겨 거짓을 진실이라고 한다면, 저는 인간 김수현으로서 뿐만 아니라 스타 김수현에게 믿음과 사랑을 준 모든 분들을 배신하게 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오히려 이 같은 발언이 대중의 빈축을 사고 있다. 당시 고인이 '거짓말쟁이'로 낙인 찍혀 크나큰 고통을 받았는데도 필수불가결한 선택임을 강조한 점, '스타'란 특성을 강조해 자신의 잘못을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합리화·정당화하고 있다는 점 등이 문제로 꼽힌다.
잇단 악수로 김수현 본인 등판이 오히려 실책이 될 위기에 놓였다. 김수현은 현재 고 김새론 유족,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등을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소하고, 이들에 대해 120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각종 의혹의 진위 여부는 김수현의 바람대로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여론을 뒤집을 만한 증거도, 민심을 수습할 만한 지혜도 역부족이라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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