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시의 도로에서 자율주행 로보택시가 주행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
[우한(중국)=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한 도로.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바이두의 로보택시 ‘아폴로’를 호출했다. 호출과 동시에 배차된 로보택시는 10여분만에 지정된 승차 장소에 도착했다. 승객을 태우고 자유자재로 핸들을 움직여 차선에 진입하더니 주행을 시작했다. 직선 주행은 물론 좌·우회전, 유턴, 차선 변경까지 자연스러웠고 앞에서 한 차량이 진입하려고 하자 경계의 의미로 경적을 울리기도 했다.
우한 경제개발구 인공지능(AI)과학기술원에는 주택 차고 정도 크기의 배터리 교환소가 있다. 이곳에 아무도 타지 않은 승용차 한 대가 진입하더니 내부 기계 장치가 차량 하단의 배터리를 교체한다. 자율주행 중 배터리가 떨어지자 알아서 찾아온 로보택시가 100% 자동으로 배터리를 교환한 것이다. 차량이 교환소에 진입할 때부터 배터리를 교체하고 완전히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3분 30초 남짓이었다. 차량 주행부터 배터리 교체까지 모두 무인으로 이뤄지는 온전한 자율주행을 확인하게 된 순간이었다.
우한시를 운행하는 자율주행 차량은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의 로보택시 ‘아폴로’다. 2013년부터 자율주행 사업에 진출한 바이두는 현재 뤄보콰이파오 서비스를 통해 우한을 비롯한 중국 10여개 도시에서 아폴로를 운영 중이다. 지난달 26일 우한에서 RT6 주행과 배터리 교환 시스템을 공개했는데 한국 언론에 이런 모습이 공식 소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두가 RT6을 처음 공개한 것은 지난해 5월이다. 이 회사는 사람이 없는 고도의 운전 자동화 자율주행 단계인 L4를 지원하는 거대 인공지능(AI) 자율주행기반모델(ADFM)과 6세대 자율주행 차량인 RT6를 내놨다. 이전 모델인 RT5도 L4급 자율주행을 적용했지만 직접 사람이 배터리를 충전해야 했다. RT6는 배터리 교환 방식을 채택해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우한 시내에서 뤄보콰이파오의 로보택시가 오가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었다. 스마트폰에서 관련 앱을 내려받은 후 본인 인증을 거치면 호출도 간단하다.
새로 나온 RT6는 다목적차량(MPV) 형태여서 실내 공간이 한층 넓고 운전석의 핸들 부분에만 가림만을 설치해 시야를 좀 더 확보했다. 앱 또는 차량 내부 모니터를 통해 문을 여닫을 수 있고 온도 조절도 가능했다.
13km 정도의 거리를 약 40분간 주행한 소감은 ‘사람이 운전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었다. 주행 중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을 정도였다. 가속이나 제동 과정에서 초보 운전자가 미숙하게 차량을 조작하는 느낌도 있었으나 위험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일반 택시에서 만난 한 기사는 로보택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너무 규정 속도와 기준을 지키기 때문에 일반 교통의 흐름을 저해하는 문제가 있다”면서도 “안전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한시에선 지난해 택시 기사들이 로보택시를 두고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며 서비스 사용 제한 청원을 올린 적이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도 택시 기사들이 로보택시 자체 기능에 대해선 인정을 한 것이다.
중국 우한시 한 도로에서 호출한 자율주행 로보택시가 다가오고 있다. (영상=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
“자율주행 시장, 4년 후 24조원까지 성장할 것”
중국은 우한을 비롯해 여러 대도시를 거점으로 자율주행 서비스를 지속 확대하고 있다. 수도인 베이징에서는 이달 1일부터 우한은 지난달 1일부터 지능형 커넥티드카 발전 촉진 조례를 시행했다.
이들 조례는 자율주행 3번째 단계인 조건부 운전 자동화(L3) 이상 대상으로 도로 주행 신청 절차와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등을 규정했다. 자율주행차의 도로 주행을 사실상 인정하고 법적 근거를 만든 것이다.
지난해 9월에는 비야디(BYD), 상하이자동차그룹, 니오 등 9개 중국 자동차 기업에 도로 위 자율주행 기술 L3·L4급 테스트를 허가해 데이터 확보를 돕기로 했다.
정부는 인프라 차원에서 자율주행 사업을 지원하면 기업은 AI 기술을 적극 사용하고 있다.
바이두의 경우 2013년부터 AI와 자율주행 분야 연구개발(R&D)에만 약 1800억위안(약 36조원)을 투자했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 경쟁에 한발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화웨이도 직접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으나 자동차 제조기업과 협업해 자율주행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화웨이는 자체 운영체제(OS)를 활용한 자율주행 AI인 ADS를 협업 자동차에 탑재하는데 올해는 이를 업그레이드 해 L3급 자율주행 차량을 출시할 예정이다.
BYD는 자체 개발한 지능형 자율주행 시스템인 ‘신의 눈’을 자동차에 적용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화제가 됐던 AI 모델인 딥시크를 차용하겠다는 계획도 내놔 기술력 경쟁에 나서고 있다.
리샹도 L3급 자율주행 실현을 목표로 세웠으며 샤오미는 자율주행 전담 조직을 신설해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중이다.
중국 시장조사기관인 아이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자율주행 시장 규모는 118억5000만위안(약 2조4000억원)이었으며 올해 176억6000만위안(약 3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지원책과 기술 발전, 시장 수요에 힘입어 안정적으로 성장하면서 2029년에는 1207억위안(약 24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봤다.
다만 아직 무인 자율주행 택시가 제한 없이 전면 운행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있다.
자율주행이 낯설지 않은 우한에서도 도심이나 관광지, 기차역·공항처럼 극심한 혼잡지역에선 로보택시의 운행이 제한된다. 사람이 운전하는 차보다 임기응변이 떨어지다 보니 교통 체증을 더 유발할 수 있다는 의견에 따른 것이다.
일반 도로에서도 도로마다 지정된 구간에서만 호출된다. 사전에 입력된 승·하차 지점을 중점으로 주행하기 때문에 미세한 출발·목적지까지 따로 조정할 수 없다. 아무런 인위적 도움 없이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L5급 달성까진 아직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 산업이 지속 성장하면서 사회적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완롄증권의 취팡 투자 고문은 최근 보고서에서 “로보택시 활성화는 단순한 산업 차원의 문제가 아닌 일자리, 주민 소득과 관련된 문제가 됐다”면서 “업계 전반에 미칠 충격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국 우한시에서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호출한 후 앱 화면 경로 화면이 뜨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