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일본 애니메이션 지브리 스타일로 그린 매일경제신문 충무로 사옥 그림(왼쪽)과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남녀 주인공. |
"26개월 전 챗GPT를 출시한 후 5일 만에 가입자가 100만명이 됐다. 지금 1시간 만에 (챗GPT) 사용자가 100만명 늘어났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흥분된 어조로 자신의 X에 이렇게 적었다. 챗GPT의 사용자가 짧은 시간에 급격히 늘어난 것은 지난달 25일 공개한 '챗GPT 4o 이미지 생성' 기능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를 이용해 자신이나 지인 사진을 지브리 스타일로 변환하는 것이 소셜미디어에서 유행이 됐기 때문이다.
오픈AI의 새로운 이미지 생성은 지브리뿐 아니라 다양한 스타일로 이미지를 변환하고 입력한 지시에 따라 이미지를 수정해주기도 한다. 직장인 이현호 씨(29)는 "챗GPT가 업데이트됐다고 해서 약 3만원을 내고 처음 한 달 유료 구독을 시작했다"며 "가족과 친구 사진을 인공지능(AI)으로 변환해 공유했더니 매우 재밌어 해서 지불한 금액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이미지 생성 요청이 폭주하면서 오픈AI 서버에 과부하가 걸리자 올트먼 CEO는 자신의 X(옛 트위터)에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녹아내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AI 사용을 폭발적으로 늘리는 'AI 애플리케이션'들이 하나둘 등장하면서 AI 데이터센터 같은 인프라에 대한 과도한 투자 우려도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가트너는 올해 전 세계 생성형 AI 지출이 전년 대비 76.4% 늘어난 6440억달러(약 949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비스 부문은 162.6%, 소프트웨어 부문은 93.9%의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오픈AI가 이미지 생성을 공개한 날 구글은 최신 AI 모델인 '제미나이 2.5 프로'를 공개했다. 구글이 가장 지능적인 모델이라고 밝힌 제미나이 2.5 프로는 뛰어난 코딩 능력과 함께 사고 능력을 갖췄다. 구글은 지난달 31일 이를 챗봇 서비스인 제미나이에 탑재해 누구나 사용해 볼 수 있도록 공개했다. 지난달 27일 구글의 로건 킬패트릭은 자신의 X에 제미나이 2.5 프로를 사용하려는 수요가 엄청나다고 밝혔다.
코딩에서도 AI 서비스가 큰 변화를 만들고 있다. AI 코딩 어시스턴트인 '커서'는 코드를 하나씩 일일이 입력하는 방식이 아니라 AI를 사용하는 '바이브 코딩'이라는 유행을 실리콘밸리에서 만들고 있다. 바이브 코딩은 AI에 직접 명령을 내리는 것을 넘어 AI 에이전트를 연결해 AI가 코딩을 하도록 만드는 다양한 개발 방식이다. 커서를 개발한 애니스피어는 최근 100억달러에 달하는 기업가치로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AI 지식 검색 서비스로 잘 알려진 '퍼플렉시티'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AI 앱 중 하나다. 퍼플렉시티는 유료 구독자가 늘어나면서 연간 매출이 1억달러를 돌파했으며, 최근 180억달러의 기업가치로 투자를 유치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커서를 만든 애니스피어와 퍼플렉시티는 자체 AI 모델뿐만 아니라 오픈AI나 앤스로픽 같은 AI 모델 개발 회사의 것을 가져와 앱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회사라는 점이 특징이다. 자체 모델을 개발하지 않아도 사용자들에게 맞는 서비스를 만들 경우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다.
AI가 사용자의 웹 브라우저를 대신 사용해 일을 처리해주는 AI 에이전트도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앤스로픽의 '컴퓨터 유즈'를 시작으로 오픈AI의 '오퍼레이터'가 등장했다. 지난달 31일에는 아마존이 '노바 액트'라는 브라우저 컨트롤 AI 에이전트를 공개했다. AI가 직접 브라우저를 작동할 수 있게 되면 AI가 쇼핑을 해주는 것도 충분히 가능해진다.
다만 AI 앱들이 일반인에게까지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이것이 기존 일자리를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빠르게 번져가고 있다.
챗GPT는 사진을 그림으로 쉽게 바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나 제품 등에 사용할 수 있는 간단한 상업용 이미지를 빠르게 생성해낼 수 있다. 이에 따라 만화, 광고, 삽화 업계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에는 AI가 그린 그림은 세심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이제 웬만한 사람이 그린 그림보다 뛰어나졌다"며 "점차 AI가 사용하는 화풍이나 캐릭터 등 지식재산권(IP)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이덕주 특파원 / 지혜진 기자 / 김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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