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의원이 3월 31일 프랑스 TV 채널 TF1의 저녁 뉴스 방송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습니다. 로이터연합뉴스 |
프랑스 유력 대권 주자이자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간판인 마린 르펜 의원의 정치적 야망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법원이 르펜 의원의 공적자금 유용 혐의에 유죄 판결을 내리고 피선거권을 박탈하자 르펜 의원은 즉시 “출마를 막으려는 정치적 결정”이라고 비판하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총선에서 RN이 2당으로 부상하며 르펜 의원이 그 어느 때보다 대권에 가까워진 것으로 평가되는 시기에 나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프랑스 파리 형사법원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르펜 의원의 유럽의회 기금 횡령 혐의 등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전자팔찌 착용 상태로 2년간 가택 구금 실형과 집행유예 2년)에 벌금 10만유로(약 1억5000만원)를 선고하고 피선거권을 5년간 박탈했다. 법원은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공공질서의 큰 혼란을 고려했다”며 피선거권 박탈 효력이 즉시 발생한다고 밝혔다. 르펜 의원이 2027년 대선 이전 항소심이나 최종심에서 판결을 뒤집지 못한다면 대선 출마는 불가능하다.
르펜 의원은 선고 직후 프랑스 방송 TF1에 출연해 불복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나를 제거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며 “민주주의가 이렇게 쉽게 거부당하는데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횡령으로 개인적 이익을 얻지 않았다며 “무죄이기 때문에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우파 진영에선 사법부가 정치에 개입했다고 반발했다. 로랑 보키에 공화당 의원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출직 의원이 선거 출마를 금지당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치적 논쟁은 투표함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마린 르펜 의원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프랑스 법원이 횡령 혐의로 유죄를 선고하고 5년간 공직 출마가 금지된 후 국민연합(RN) 사무실을 떠나고 있다. AP연합뉴스 |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르펜 의원이 법원 판결에 불복하는 캠페인을 펼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략을 따라갈 수도 있다며 법원 판결을 좌파의 정치적 보복으로 규정하고 지지자들을 규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당장 르펜의 후계자로 유력한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는 “프랑스 민주주의가 죽었다”고 선언하며 르펜 의원을 지지하는 청원을 시작했다. 뉴욕타임스(NYT)는 RN이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에 대한 대한 의회 불신임안을 지지해 정부를 전복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치학자 알랭 뒤아멜은 “다가오는 정치적 싸움의 표적은 법치주의가 될 것”이라며 “이 정부가 판사들의 정부라는 비난이 나올 것이고, RN뿐 아니라 중도 우파도 법원을 공격할 수 있다”고 NYT에 말했다.
르펜 의원의 대안으로 바르델라 대표의 대선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르펜 의원은 “나는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대선에 출마할 수 있도록 항소심 판결이 내려지길 간절히 바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바르델라는 당의 엄청난 자산이며, 이를 필요 이상으로 빨리 사용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바르델라 대표는 29세로, 대권에 도전하기엔 정치적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이 나온다.
전 세계 극우 성향 지도자들은 앞다퉈 르펜 의원을 지지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르펜 의원의 유죄 선고와 피선거권 박탈에 대해 “매우 큰 문제”라며 “매우 이 나라(미국) 같다”고 말했다. 자신이 대선 때 4차례 형사기소 됐던 상황에 빗댄 것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점점 더 많은 유럽의 수도가 민주주의 규범을 위반하는 것을 선택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 등도 르펜 의원을 옹호했다.
☞ 프랑스 극우 르펜, 자금 유용 1심 유죄···2027년 대선 출마 ‘빨간불’
https://www.khan.co.kr/article/202503312112001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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