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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트럼프, 반유대주의 빌미로 대학 통제·독재의 길 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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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전 컬럼비아대 선임 연구 과학자이자 현 미국대학교수협회(AAUP) 컬럼비아대 지부 집행위원인 로버트 뉴튼이 31일(현지시각) 한겨레와 화상 인터뷰하고 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유대주의·다양성 정책 등을 이유로 미국 대학과 벌이는 ‘전쟁’을 이해하려면 ‘컬럼비아대’를 알아야 한다. 최선두에 선 컬럼비아대는 이미 4억 달러 규모의 연방자금도, 총장도 잃었다. 31일(현지시각) 한겨레와 화상 인터뷰에 응한 전 컬럼비아대 선임 연구 과학자이자 현 미국대학교수협회(AAUP) 컬럼비아대 지부 집행위원 로버트 뉴튼은 “반유대주의는 핑계일 뿐 목적은 고등교육을 접수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독재로 가는 길을 밟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도 역시 유대인이다.







“반유대주의는 극소수…유대인들이 반이스라엘 시위 주축”





―가자 전쟁에 반대하는 학내 시위는 언제 시작됐나?



“2023년 10월 7일 직후엔 이스라엘 지지 시위가 많았다. 이후 가자 폭격이 본격화하면서 이스라엘 규탄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대학 지도부는 이 시위를 매우 제한된 시간과 장소에서만 허용했다. 시위 학생들이 이 제한을 어기자 이들을 징계했다. 이 징계에 대응해 지난해 4월 학생들은 캠퍼스에 야영지를 차렸다.”



―야영지는 컬럼비아대 시위의 상징이었다. 당시 분위기는 어땠나.



“야영지는 평화로웠다. 대학 안을 휘젓고 다니지도, 폭력적인 행동을 하지도 않았다. 야영지에 대응하는 소규모의 시온주의(*유대 민족이 팔레스타인 지역에 독립적인 국가를 세우고 유지하려는 정치적 운동) 지지 시위가 있었을 뿐이다.”



지난해 4월 18일 학교는 경찰을 불러 학생들을 체포하고 야영지를 정리하도록 했다. 4월 30일 학생들은 학교 건물을 점거하며 항의했다. 경찰이 투입됐고 100명 이상이 체포됐다. 뉴턴 위원은 “경찰이 매우 거칠었다. 학생들은 쓰러졌고, 벽에 부딪혔고, 계단 아래로 던져졌다.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자들에 대한 탄압은 꽤 가혹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유대주의를 명분 삼아 학교를 압박하고 있다. 반유대주의가 실재했느냐.(*미국 민권법은 ‘연방 재정 지원을 받는 프로그램이나 활동에서 인종, 피부색, 출신 국가를 이유로 어떤 사람도 참여에서 배제되거나, 혜택을 거부당하거나,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



“캠퍼스 내에서 반유대주의는 거의 없었다. 대신 아주 강한 ‘반시온주의 운동’이 있었다. 이 운동에 많은 유대인이 동참했다. 미국 유대인 중 상당수가 시온주의에 반대하고 나선 건 유대인인 내 기억엔 미국에선 처음 있는 일이다. ‘가자 전쟁은 잘못됐다’고 말한 시위대의 3분의 1 정도가 유대인이었다.”



―하지만 실제 두려움을 느꼈다는 유대인 학생들의 증언이 있다.



“유대인 학생들은 매우 강한 목소리를 내는 반이스라엘 시위대 앞을 지나가야 했다. 시위대는 이스라엘 학생 개인을 비난하지 않으려고 매우 조심했다. 학교가 조직한 태스크포스가 수백명의 학생을 인터뷰해 반유대주의에 관한 광범위한 조사를 했다. 반유대주의로 볼만한 것이 6~7건 있었다.”



―어떤 내용인가.



“시위대가 한 유대 학생을 벽에 밀치고 침을 뱉었다. 다른 학생은 다비드의 별(*유대인을 상징)이 달린 목걸이가 찢겨 나갔다. 하지만 이 일은 실제 캠퍼스 안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 가해자도 컬럼비아대 학생이 아니다. 당시 시위엔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했다. 물론 학내에서도 선을 넘는 일이 있었다. 이스라엘에서 온 방문 학자가 가르치는 이스라엘 현대사 수업에 학생 4명이 들어가 이스라엘의 행동을 비판하는 전단을 뿌렸다. 내용은 괜찮았지만 전단의 이미지가 반유대주의였다. 다비드의 별을 짓밟는 거였다. 그건 과했다.”



친팔레스타인 시위대도 고초를 겪었다. 뉴턴 위원은 “이스라엘 학생들이 반이스라엘 시위대에 스컹크 냄새가 나는 스프레이를 뿌렸다. 몇몇 학생들이 병원에 갔고, 트라우마를 겪었다”며 “정말 선을 넘은 ‘반유대주의’ 또는 ‘이슬람혐오’라고 할 소수의 순간이 있었다. 대부분은 이스라엘 또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비판하는 말들이었다”라고 말했다.



한겨레

지난 27일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캠퍼스 밖에서 컬럼비아대학 대학원 졸업생이자 팔레스타인 활동가 마무드 칼릴을 미국 당국이 체포한 일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로이터 연합뉴스




“예산 빌미로 사립대학 통제…위헌 위법 명백”





―트럼프 행정부는 학교가 제대로 대처를 안 했으므로 민권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고 주장한다.



“시위 초기부터 학교는 캠퍼스 내 유대인 학생들을 배려하려고 정말 노력했다. 반시온주의 시위대를 제한하고 징계했다. 반유대주의 전단을 교실에 돌린 학생들은 정학을, 건물을 점거했던 학생 중 6명은 퇴학시켰고 22명은 정학당했다. 정치적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학생을 퇴학시킨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수업 중 이스라엘을 비판했다’며 고발된 여러 교수는 조사받았고 일부는 징계받았다. 반유대주의 조사 태스크포스도 설립했다. 이런 수준의 보호가 팔레스타인·아랍 또는 시위대에 속한 유대인 학생에게는 제공되지 않았다.”



―반유대주의 혐의가 인정된다 해도 연방 정부가 이렇게 할 수 있나.



“100보 양보해서 이 혐의들이 옳다 해도 정부 조처는 완전한 불법이다. 혐의가 발견되면, 기관에는 응답할 몇 주의 시간이 주어져야 하고 항소 기회도 주어져야 한다. 항소에서도 혐의가 여전히 인정되면, 그때 삭감할 수 있다.”



실제 미국 민권법은 인종차별 등 혐의가 제기되면 연방 재정 지원 종료 전 밟아야 할 구체적인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뉴턴 위원은 “이 모든 절차는 의회가 승인한 예산을 행정부가 멋대로 집행하지 않는 걸 막기 위해서다. 이 길을 열어주면 행정부는 자금 지원 철회를 무기로 어떤 기관도 접수할 수 있다. 연방 정부가 예산 집행권을 활용해 사립 대학을 통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유대주의 혐의가 제기된 영역과 자금지원 삭감으로 타격을 입은 영역이 다르더라.



“그것도 문제다. 어떤 학과의 커리큘럼에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이 있다고 판단되면 연방정부는 그 학과에 대한 자금을 삭감할 권리가 있다. 관련 없는 활동에 대한 자금 삭감은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 삭감된 4억 달러 대부분은 의료·과학 분야 연구 자금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왜 대학과 전쟁을 벌이는가.



“미국 고등 교육을 입맛대로 좌지우지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들은 삼권 분립 체제를 인정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모든 걸 주도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를 위해 독재로 가는 ‘부드러운 길’을 밟고 있다. 과장이 아니다. 교육받아 책을 읽고 역사를 알게 되면 누구도 독재 정권에서 살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대학을 공격한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60개 대학이 줄줄이 공격당할 것이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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