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호관세 발표 D-1…각국, 막판까지 '예외·협상' 노력 계속
미국의 2024년 상대국가별 무역적자/그래픽=김다나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해방의 날"로 예고한 4월 2일(현지시간), 전면 상호관세 발표일이 다가왔다. 관세 대상국과 적용 품목, 관세율 등은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이른바 '더티(Dirty) 15'로 불리는, 미국 무역 적자 폭이 큰 나라들이 표적으로 꼽힌다. '면제는 없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으름장에도 각국은 관세율 확정 발표 전 조금이라도 '트럼프 코드'를 맞추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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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위성통신·골프장 개방…인도, 상품·서비스 순서로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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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보다 더 나쁘다"고 한 베트남, "무역에서 매우 큰 악당"이라 비판한 인도가 최근 미국을 상대로 '선물 보따리'를 안겼다. 블룸버그통신은 베트남 재무부가 미국에 농산물·자동차·액화천연가스(LNG)·목재 등의 관세 인하 의사를 전달했다고 지난달 27일 보도했다. 일부 자동차 관세는 기존 45∼64%에서 32%로, LNG 관세는 5%에서 2%로 낮추는 제안이다.
최근 위성인터넷 스타링크의 베트남 서비스도 승인했다. '5년간 시범서비스'라는 조건을 달긴 했지만,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통신 인프라를 과거 전쟁 상대였던 미국 기업에 내준다는 점에서 화제다. 팜 민 찐 베트남 총리가 특별히 밀어붙였다는 후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기업 트럼프그룹(Trump Organization)이 추진 중인 베트남 골프 리조트 개발 사업도 5월 중 첫 삽을 뜬다. BBC는 전문가 견해를 인용, "미국이 압박을 강화하면 베트남 정부는 카지노 산업 투자와 첨단 기계 구매, 베트남 희토류 개발권 협력 등도 고려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인도의 관세 인하 계획에 대해 "첫 번째 관세 인하는 상품에 초점을 맞추고, 서비스는 그 다음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 인도 재무부는 글로벌 테크 기업의 광고 매출에 6% 세율을 부과하는 '디지털 서비스세'를 폐지하는 내용의 재정법 개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구글과 메타,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가 수혜 대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회담을 하고 있다. 2025.02.14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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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예외, 포기 못해"…'숙적' 중국도 협상 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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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들도 분주하다. 일본은 2월 초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1조달러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일본은 또 2027년까지 국방비를 2배 늘리기로 했고,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를 목표로 미국산 LNG를 수입하기로 했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내진 못했다. 그럼에도 이시바 총리는 1일 기자회견에서 "계속해서 일본을 (상호관세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구할 것"이라며 "각료 간 논의 후 미국에 가기 적당한 때가 된다면 주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미국의 숙적인 중국마저도 "특정 상품의 대미 수출을 제한해 양국 간 무역 불균형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중국 정부 고문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아울러 지난달 27일 트럼프 대통령이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사업 매각에 협조하면 중국 관세를 인하할 수 있다고 언급한 만큼, 양측이 물밑 협상으로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밖에 대만은 반도체기업 TSMC가 1000억 달러를 미국에 추가 투자하고, 영국은 미국 빅테크에 부담이던 디지털 서비스세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영국은 상호관세 발표일에 즈음해 '디지털 서비스세'를 깎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첨단 반도체가 중국에 흘러가지 않도록 주시해 달라'는 미국의 요청에 화답해 엔비디아 칩 흐름을 엄격히 통제한다고 밝혔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활발히 협의 중이며, 이 정도 의사소통을 하는 나라는 전 세계서 유일하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선물 공세가 트럼프 행정부의 마음을 움직이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 미국 자동차 관세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일본과 한국, 멕시코가 저마다 대미투자와 국경강화 등으로 선제적 기여를 했음에도 "이들이 우려했던 관세를 막기에는 어떤 조치도 충분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NBC 인터뷰에서 "우리에게 매우 가치 있는 것을 제공할 의사가 있을 경우에만 (관세 관련) 협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쉬운 협상은 없을 거라는 뜻이다.
변휘 기자 hynew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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