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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대행, 상법개정안에 거부권…“적극적 경영 저해 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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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충실의무 대상,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
“취지 공감하지만 부작용 최소화할 대안 찾아야”
국무위원 간담회서 ‘마은혁 임명’ 아무 언급 안해
동아일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5.04.01. 뉴시스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1일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상법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앞서 상법개정안 재의요구 사유를 설명하면서 ‘대안’이라는 단어를 4차례에 걸쳐 강조했다. 이날은 더불어민주당이 “마은혁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으면 중대결심을 하겠다”고 압박한 최종 시한이지만 한 권한대행은 국무위원 간담회와 국무회의에서 마 후보자를 비롯한 헌재 재판관 임명 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 “국가경제 전체에 부정적 영향”

한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9시경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상법개정안에 대해 “현실에서 어떤 의사결정이 총주주 또는 전체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는 것인지 법률안만으로는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며 “기업의 의사결정에서 예상치 못한 혼란이 일어날 우려가 있고, 이사가 민형사상 책임과 관련한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돼 적극적 경영활동을 저해할 소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는 일반주주 보호에도 역행할 뿐 아니라 국가경제 전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 뿐 아니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인데 주주들은 이사회가 내린 결정 때문에 손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소송을 낼 수 있게 된다. 이 상법개정안엔 ‘이사가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고, 전체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주주’는 행동주의 펀드부터 소액주주 대주주까지 다양하고 주주별 이해관계도 상충될 수 있어 법조항의 의미가 모호하다는 것이 정부 내부의 시각이다.

그러면서도 한 권한대행은 상법개정안의 입법 목적에 대해서는 “지배주주만의 이익이 아니라 모든 주주의 이익을 공정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되는데, 이 법률안의 기본 취지에 깊이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 권한대행은 소액주주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전국 100만여개 법인에 일괄 적용되는 상법 개정 대신 국내 증시에 상장된 2600여 개 법인에만 적용되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 권한대행은 “상장기업의 합병, 분할 등 일반주주 이익 침해 가능성이 큰 자본거래에서 보다 실효성있게 일반주주를 보호할 수 있다”며 “상장사 중심으로 일반주주 보호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 관행이 정착되고, 판례도 축적돼가면서 단계적으로 적용범위를 확대해나가는 것이 우리 현실에 더욱 적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권한대행은 국회를 상대로 “대내외 경제여건이 매우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업 경영활동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도 투자자 보호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달성할 방안을 다시 한번 모색해보자는 것”이라며 “정부가 재의요구하는 법안(상법 개정안)과 정부가 제시한 대안(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함께 놓고 국회에서 다시 한번 심도있게 논의해 바람직한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했다. 이어 기업들을 대상으로는 “시장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합리적 대안 마련을 위한 논의에 전향적으로 참여하는 한편, 주주가치를 최대한 보호하는 방향으로 기업 관행을 개선해 달라”고 당부했다.

● ‘장관 간담회’서도 馬 임명 일절 언급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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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경제안보전략T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5.04.01.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한 권한대행은 이날 상법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 결정을 하기에 앞서 국무위원 간담회를 열고 관계부처 장차관들의 의견을 들었다. 30여분 남짓한 비공개 간담회에선 주무부처인 법무부의 김석우 차관(장관 직무대행)이 재의요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고,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이 차례대로 상법 개정안이 현실화될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해 설명했다고 한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소액주주 보호라는 상법 개정안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부작용이 적은 대안을 택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한다. 일부 참석자는 한 권한대행에 “기본법인 상법을 바꿀 경우 파급효과를 가늠하기 어렵다” “정부가 상법개정안 취지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국민들에 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달 20일 여야 합의로 통과된 ‘연금개혁’ 법안에 대해선 “여야정 간 끊임 없는 숙의 과정을 거쳐 도달한 결실”이라며 법률안을 공포했다. 한 권한대행은 “2007년 이후 18년 만에 이뤄진 이번 연금 개혁으로 국민연금 기금은 최대 15년이 늘어난 2071년까지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다만 청년층이 더 내고, 장년층이 더받는 역차별 법안이란 지적에 대해서는 “모수 개혁이 마무리된 만큼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연금 재정 구축을 위한 구조개혁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권한대행은 더불어민주당이 요구하는 마 후보자 임명에 대해서는 이날 간담회와 국무회의에서 아무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담회 참석자는 “상법개정안 관련해 각 부처의 의견을 청취한 뒤 곧바로 간담회가 종료됐다”며 “마 후보자 임명을 비롯해 헌재 재판관 임명과 관련한 논의는 일절 없었다”고 전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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