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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내미 그만하세”…70대 이장이 90대 할머니를, 농촌서 무슨 일이 [사건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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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서 70대 男, 유사강간 혐의로 구속 송치
피해자 딸, 홈캠으로 범행 목격…30만원 주고 떠나
딸에게 “좋은 게 좋은 거”…“술 취해서 범행” 진술
“술 취해서 그런 건데요?”

치매를 앓는 90대 이웃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70대 마을 이장이 구속됐다. 농촌에서 노인 대상 성범죄가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일보

지난달 14일 경북 구미시 무을면의 한 마을 이장이 이웃 여성의 집 문을 열어보는 모습. MBC 보도화면 캡처


31일 경북 구미경찰서 등에 따르면 유사 강간 혐의로 70대 남성 A씨가 지난달 구속됐다. A씨는 지난달 14일 오후 2시30분쯤 구미시 무을면에서 같은 마을 주민인 90대 여성 B씨의 주택에 침입, B씨를 성폭행하는 등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범죄 행각은 피해자의 딸이 홀로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위해 설치해 둔 홈캠을 통해 실시간 발각됐다. 설치된 4개의 홈캠에는 A씨가 문이 잠겨있자 창문을 통해 B씨에게 말을 건네는 모습, 옆문을 통해 방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 범행 모습 등이 그대로 담겼다.

당시 범행 모습을 목격한 딸이 어머니의 휴대전화로 전화해 “당신 지금 무슨 짓 했어! 내가 지금 카메라로 다 보고 있으니까 꼼짝 말고 있어라”라고 말했고, 그제야 홈캠을 확인한 A씨는 태연히 범행 현장을 떠났다고 한다.

피해자 가족에 따르면 A씨는 반항하는 B씨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고 5만원권 6장을 B씨 주머니에 넣어주고 떠났다. 그는 이후 다시 돌아와선 B씨의 휴대전화로 B씨의 딸에게 전화해 “딸내미 내가 어찌하다 보니 그래 됐네. 좋은 게 좋은 거니 서로 동네 창피하게 하지 말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같은 날 오후 5시16분쯤 마을 인근에 주차된 차 안에서 A씨를 검거했다. 체포된 이장은 “이장 회의 때 술을 한잔했다”며 “술에 취해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당시 술 냄새는 크게 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당시 영상에 대해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걸 전혀 볼 수 없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어슬렁거리면서 올라오는 그 모습 자체가 아예 대놓고 목적지를 향해 걸어오는 것 같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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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경북 구미시 무을면의 한 마을 이장이 이웃 여성의 방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 등이 홈캠에 찍혔다.


B씨가 구속된 후 2차 가해도 이어졌다. 일부 마을 주민들은 범행을 신고한 딸에게 동네 이미지 손상을 이유로 합의를 종용했다고 한다. 충격을 받은 B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극도의 불안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마을에서 30년간 이장을 해온 A씨가 과거에도 주민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찰은 A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하는 한편 해당 소문에 대한 사실 여부도 추가 조사 중이다.

노인 대상 성범죄는 전국적으로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 765건이던 노인 대상 성범죄 건수는 2023년 949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해 청송에서도 마을 이장이 70대 여성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하다 법정 구속되는 일도 있었다.

특히 폐쇄적인 마을 특성상 농촌 노인들이 성범죄에 더 취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21년에 펴낸 연구보고서를 보면 농촌의 성범죄 검거율은 75%로 도시의 84%보다 낮다.

노인 대상 성범죄는 증가 추세지만 제도적 장치는 미흡한 실정이다. 현재 검찰은 발달장애인, 성폭력, 아동학대, 가정폭력 사건에 대해선 사건 처리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지침을 마련해두고 있으나 노인 대상 성범죄에 관한 별도의 지침은 없는 상황이다.

피해자의 딸은 언론을 통해 “마을 이장의 처벌도 중요하지만, 다른 자녀들이 우리 어른들이 혼자 범죄에 노출되지 않도록 한 번쯤은 더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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