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JTBC는 지난달 장제원 전 의원의 성폭행 의혹을 보도해 드렸습니다. 장 전 의원은 당시 호텔이 아니라 집에서 잤다며 성폭행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사건 당시, 피해자가 증거로 남기기 위해서 촬영한 영상을 확보했습니다.
[이호진 기자]
눈을 뜬 순간 여기가 어딘지, 왜 여기 있는지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놀라 돌아보니 옷이 벗겨져 있었습니다.
핸드폰과 옷을 찾아 들고 급히 화장실로 숨었습니다.
옷을 입고 나와 주변을 촬영했습니다.
[하아.]
증거를 남겨야 했습니다.
서랍장 위에 놓인 스마트폰을 열었습니다.
장제원 전 의원 아들 사진이 배경 화면입니다.
날짜는 11월 18일, 시각은 오전 8시 13분입니다.
피해자가 성폭력을 당했다고 진술한 바로 그 날짜입니다.
사진첩엔 하루 전 촬영한 장 전 의원 프로필 사진들이 나옵니다.
이 촬영 뒤, 뒤풀이 자리가 이어졌고 피해자는 강남 한 호텔 와인 바에서 정신을 잃었다고 했습니다.
장 전 의원은 이 호텔 간 사실 자체가 없고 외박도 하지 않았다고 JTBC에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곧 들리는 목소리.
[○○○. {네.}]
피해자는 무서웠고 바로 다가가지 못했습니다.
[{잠시만요.} 이리 와 봐. {잠시만요.}]
가까이 다가가자 옷을 왜 입었냐고 묻습니다.
[왜 그 코트를 입고 난리야. 이리 와 봐.]
피해자를 붙잡고 끌어당깁니다.
주머니에 꽂은 핸드폰 카메라 렌즈는 가려졌고 밀고 당기는 소리만 담겼습니다.
피해자는 어떻게든 자리를 피하려는 듯 핑계를 댔습니다.
[왜. {화장실을 좀.} 왜 화장실을 자꾸 가. {자꾸 배 아파서. 아까부터 자꾸 왔다 갔다 했는데. 배 아파서.}]
그리고 핸드폰을 찾아오라는 목소리.
[야 내 핸드폰 어디 갔어. {핸드폰 잠시만요.}]
장 전 의원 사진이 담긴 바로 그 핸드폰입니다.
[(여기.) 이리 와 봐 빨리. {화장실만 갔다 올게요.}]
장 전 의원은 이 모든 상황을 부인했습니다.
[장제원 (지난 2월 17일) : (그날 밤 제가) 집으로 왔다는 확증을 할 수 있는 단서가 있는 것 같고요.]
피해자는 이 직후 바로 방을 나서 호텔을 빠져나왔습니다.
친구에게 상황을 알렸고 함께 해바라기 센터를 찾았습니다.
장 전 의원은 "이렇게 가면 어떡하느냐"고 반복해서 문자를 보냈습니다.
[앵커]
피해자는 장제원 전 의원이 두려워서 그동안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피해자가 사건 당시 곧바로 해바라기센터를 방문해 피해 사실을 털어놓고 성폭력 증거를 확보했다는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계속해서 안지현 기자입니다.
[안지현 기자]
10년이 다 된 일이지만, 사건 직후 해바라기 센터 상담 일지와 지금 피해자의 증언은 정확히 일치합니다.
당시 20대였던 피해자는 처음 겪는 일이 무서웠고,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 : 무서웠어요. 제가 다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부산의 한 마을에 왕자 같은 사람이잖아요. 사상구를 자기 땅처럼 여기는 사람…]
그만큼 지역에서 장 전 의원 일가의 위력은 막강했습니다.
피해자는 직장과 모든 걸 잃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피해자 : (직장은) 어떻게 보면 제 삶의 한 부분이잖아요. 그 직장을 쉽게 잃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상담 일지에 담긴 피해자의 진술은 구체적이었습니다.
"직장 상사에 의한 성폭력 피해 호소"
"가해자인 대학 부총장의 사진 촬영"
그리고 당시 마셨던 술의 양까지 기록했습니다.
상담 뒤 산부인과 진료를 했고 피해자의 신체 여러 부위에서 남성의 DNA가 나왔습니다.
끔찍했습니다.
[피해자 : 내가 이때까지 노력했던 직장 생활은 뭐지… 이런 회의감하고 충격 이런 게 막 들면서…]
이후 장 전 의원의 말과 행동에 더 상처받았다고 말했습니다.
2015년 11월 27일.
서울 광화문 한 일식당에서 장 전 의원을 만났고 사과를 기대했지만 돌아온 건 엉뚱한 제안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 : 이런 상황이 오면 다 여자친구 되고 싶어 난리인데 너는 그런 게 없냐고 너 내 여자친구 할래, 이렇게 얘기해서 '아니오'라고 대답하고…]
2015년 12월 1일엔 부산 자택으로 부르더니 2천만 원을 줬다고 했습니다.
[피해자 : 지금 아빠 병원에 빨리 가봐야 한다, 나도 이 일 때문에 지금 병문안을 못 가고 있었다. 그런데 2천만원 받았을 때 제가 술집 여자가 된 기분이었어요. 왜 나한테 돈을 주지…]
직장 내 다른 교수와 상담하자 돌아온 대답에 더 비참했습니다.
[피해자 : 내가 (장 전 의원에게) 물어봤을 때 '너를 사랑했었단다', '40살까지만 버티고 있으면 다 잊혀진다'고 그렇게 얘기하셔서…]
오랜 시간, 자괴감과 수치심에 시달렸다고 했습니다.
왜 하필 이제야 사실을 밝혔냐는 물음에는 더 버틸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 : (10년 가까이) 스스로 잘 참았는데도 안 되는 거면 고소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고소를) 하게 됐어요.]
장 전 의원은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DNA 확인을 위한 채취는 거부했습니다.
[VJ 이지환 / 영상편집 이지훈 / 영상디자인 허성운 신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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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의 요청으로 영상을 비공개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이호진 기자, 안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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