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 돌아올까
1년 반 만에 공매도가 재개되며 증시에 미칠 영향에 투자자 관심이 쏠린다. 외국계 펀드가 매수·매도(롱·쇼트) 전략을 적극적으로 구사할 수 있게 되면서, 그동안 국내 증시를 외면한 외국인 수급이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업종·종목별 영향은 크게 갈릴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실적 전망치가 상향 조정됐음에도 주가 상승률이 높지 않거나 현금 비중이 큰 종목이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본다.
공매도 금지로 외국인 이탈
공매도 전면 재개 날짜는 3월 31일이다. 코스피200·코스닥150 종목은 2023년 11월 이후 17개월 만에, 그 외 종목은 2020년 3월 이후 5년여 만에 공매도가 가능해졌다. 공매도란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실제 주가가 내려가면 싼 가격에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는 거래 방식이다. 즉, 주가가 하락할수록 이익이 커지는 구조다. 이 대목에서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부추긴다는 개인 투자자 주장이 제기된다. 특히 2023년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무차입 공매도가 대거 적발되며 개미들 불만이 폭발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같은 해 11월 국내 증시 전체 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금지했다.
그러나 이 조치가 되레 국내 주식 시장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공매도 금지로 외국인 투자자 이탈이 심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지속적으로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외국인 투자자의 누적 순매도 규모는 약 27조1993억원에 달한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공매도를 통한 헤지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시장에 액티브 성격의 자금 유입이 줄었다”며 “연초 이후 신흥국 내 중국보다 한국 시장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이유로 공매도 금지 조치는 득보다 실이 더 많았다는 판단”이라며 “향후 공매도 금지 조치는 가급적 단기적이고 시의적절하게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매도 재개에 따라 그동안 국내 증시를 외면한 외국인 투자자가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과거 사례를 봐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8년 10월, 2011년 8월, 2020년 3월 등 세 차례 공매도 금지 조치를 취했다. 이 조치는 각각 8개월, 3개월, 14개월간 이어졌다. 세 차례 모두 공매도를 재개한 후 외국인 거래대금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1차 공매도 거래 금지 기간에는 코스피 외국인 거래대금 비중이 17%에서 공매도 재개 후 1년간 20%로 증가했다. 2차 금지 기간 전후에는 17%에서 23%로, 3차 금지 기간 전후에는 16%에서 22%로 외국인 비중이 확대됐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공통적으로 과거 공매도가 금지된 시기에는 외국인 거래대금 비중이 크게 감소했다가 공매도 금지가 해제된 후 다시 높아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번에도 공매도 재개 시 외국인 거래대금 비중이 상승해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코스피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 가능성을 높이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MSCI는 지난해 2024년 연례 시장 분류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국을 변함없이 신흥국 시장으로 분류했다. 공매도 금지 조치로 인해 시장 접근성이 제한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MSCI는 공매도 전면 재개, 외환 시장 접근성 제고,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을 선진국 지수 편입 조건으로 내세운 바 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공매도 재개는 수급 규제를 풀어낸다는 관점에서 오는 6월 발표 예정인 MSCI 선진국지수 관찰대상국 포함 여부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는 외국인 수급에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에도 선진국지수 편입 가능성이 높아지며 외국인 자금 유입이 확대된 사례가 있었다. 지난 2008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국지수 편입 발표부터 실제 편입이 이뤄진 2년 동안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약 50조원에 육박했다.
반도체·자동차·금융 수혜
주가 저평가·현금 많은 종목 ‘굿’
공매도 금지 기간 국내 주식 시장에서 공매도 잔고는 눈에 띄게 줄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3월 25일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 공매도 잔고는 각각 3조7000억원, 1조7000억원 수준이다. 공매도 금지 전보다 각각 8조1000억원, 4조3000억원씩 줄어든 규모다. 과거 사례를 비춰보면 공매도 잔고가 금지 전 수준까지 회복되는 기간은 6~8개월 정도다. 이 기간 종목별 주가 흐름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실적 추정치가 하향 조정된 반면 최근 주가가 상승한 종목을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최근 한 달간 대차잔고가 증가한 동시에 외국인 지분율이 증가한 종목을 가급적 피하라는 조언이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실적 추정치 변화와 대차잔고 증감, 외국인 지분율 변화를 주의 깊게 봐야 한다”며 “대차잔고가 증가한 종목은 공매도 거래로 빠르게 전환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반대로 실적 추정치가 상향 조정됐으나 주가 상승률은 그에 못 미치는 종목은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또한 현금 비중이 높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을수록 공매도 재개 후 주가에 유리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나증권은 이 같은 조건을 비교한 결과, 반도체·자동차·금융·호텔·레저 업종이 공매도 재개 후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종목으로는 삼성전자·현대차·기아·삼성SDI·LG화학·현대해상·DB손해보험·키움증권·한화생명·카카오 등이다.
중소형주보다는 대형주 위주의 접근을 추천하는 의견이 대다수다. 공매도 재개 후 시장이 안정된 이후에는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따라 주가가 반응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단기 변동성 확대에 대응하는 측면에서 펀더멘털이 받쳐주는 대형주가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코스피는 최근 20년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인 9.9배를 밑도는 수준”이라며 “대부분 종목이 과거 주가와 글로벌 유사 업종 대비 낮게 평가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통 산업의 업황 반등과 함께 반도체 주가 반등 가능성이 높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공매도 재개 효과가 코스피보다 코스닥 시장에서 더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외국인 투자자는 공매도 대안으로 선물이나 옵션을 통한 헤지 전략을 구사한다”며 “코스피 대비 선물 종목 수가 현저히 적은 코스닥에서는 헤지 거래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헤지 거래가 제한된 코스닥에서 공매도 재개에 따른 거래 활성화가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공매도 재개 후 시장이 안정되고 나면 그때부터는 성장주 위주의 랠리가 전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눈길을 끈다. “공매도 재개는 단기적인 수급 측면의 이벤트다. 하반기에는 공매도 잔고가 금지 전 수준인 10조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후부터는 성장성이 부족한 한국 증시에서 성장주의 희소가치가 재차 주목받을 수 있다. 지난 2021년 공매도 재개 후 2차전지 업종 중심으로 공매도가 확대되고 결국 2022년 주가 급등의 핵심이 됐다는 점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이경수 하나증권 애널리스트의 조언이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3호 (2025.04.02~2025.04.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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